첫 번째 걸음
쓰지 않고는 못 베기는 날이 있었다.
햇빛 좋은 파리의 센강이 노래 한 곡으로 건너질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을 눈으로 보고 알게 된 그 8월의 뒤통수 경련만큼이나, 찌릿한 경험이 눈 시리게 와닿는 하루가 점점 더 많아진 다음에야, 이제 나는 사십을 건너고 있고, 수첩하나 잃어버리지 않게 마음에 대롱대롱 달아놓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날이 다시 온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하루이틀이 멀다 하고 눈꺼풀 뜨고 감는 것만큼이나 쉬이 바뀌는 마음에 죄책감이나 후회를 느꼈던 것들은 이제 좀 낫다. 그만큼 나를 내보이는 말에, 행동에 조급함을 숨기고 여유로운 척 늦은 결단과 능구렁이처럼 흘려보내는 결정 아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피어오르는 단어들을, 초록 숲의 무수히 솟아오르는 곁가지처럼 떠오르는 삶의 깨달음들을 나만의 언어로 혼자 되뇌이고 날려버리기에는 솜털 같은 아쉬움이 내 가슴을 겹겹이 푹푹 파낸다.
이제 쫌 세상을 보는 시선이 채워지려나...
씨앗하나 움켜쥐었을 뿐, 흔드는 대로 흔들리던 내가 나를 발견하는 순간, 헛손질 끝에 닿은 마음의 수첩에 오늘도 한 장을 기록해 본다.
쓰지 않고는 못 베기는 그런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