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거꾸로 내리는 중이었다.

너랑 함께라서 참 다행이지 뭐야.

by Hee

베이붸~

몸을 이리저리 들썩거리고 나부끼는 와이드 진에 감긴 다리가 흥겨움에 자리를 못 잡고 접혀있는 동안 말총머리를 흔들어제끼며 알 수 없는 흥얼거림이 계속된다. 이렇게 요즘 가요의 가사가 들리지도 않고 못 알아듣겠는 것인지, 헛웃음이 났다.


서늘한 바람 길을 달리며 이렇게 신나도 되나 싶을 만큼 초록잎들은 싱그러워 보였고, 즐겨찾기 된, 아이디는 내 것인데 내 소관은 아닌 플레이 리스트에서 굳데이 노래로만 벌써 몇 번째 차 안을 가득 채운다.


종종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춰 서면 그 틈을 못 참고 얼굴을 디밀어 동그란 눈과 입을 삐죽거리며 애교 중인 10살짜리 아이는, 그렇게 마냥 여행길에 오른 듯 세상을 자기 마음의 색으로 물들이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유독 나는 그 색에 흠뻑 빠져 마음을 적실줄 아는 찐 최측근.


오늘은 아픔이 또 어디로 흘러나와 있을까... 못내 겁먹은 마음으로 모른척해야 하는 시간들이 견디기도 전에 근심으로 무겁게 나를 똘똘 싸고도 남았을 시간.

엑셀에 올려진 급한 발과는 다르게 닿고 싶지 않은 목적지까지 한 시간 반을 시간에 쫓겨 달려간다.


반짝이는 도로와, 쉬이쉬이 분주한 와이퍼 소리, 그리고 차장 앞 유리를 빗방울이 연신 거슬러 오르는 분주한 동안에, 상쾌하고 슬픈 마음이 서로를 비집고 엉킨 채였다.


여느 화원 못지않게 선명하리 만큼 화려한 정원을 품고 있었던, 주황대문 앞에 닿았다.


5월, 녹음으로 둘러싸인 시골.

가지런한 곡선으로 안주인의 단정함을 은근히 드러내는 고급진 수입벽돌 담장 안쪽이야 그만하면 보지 않아도 기대가 충만해지기에, 동네 안쪽까지 들어온 집보고 땅 보러 다니는 이들이 차로 바퀴가 겨우 굴러가게만 하고 저절로 목을 쭉 빼게 되는 곳이었다.


지금 내게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감정은 굳은살처럼 켜켜이 묵히며 절대 밖으로 삐집고 나오지 말라고 삼키고 삼키게 만드는, 마르고 말라 그 어깨를 쉽게 토닥일 수도 없는, 우리 엄마가 안락의자에 몸을 쉬이고 있는 곳.


"나 왔어~~"소리에 분명 웃음으로 열리던 현관 앞에서,

흥겹던 아이를 다독이며 조용히 키패드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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