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아들 아들

그리고 딸년들

by Hee

사진 속에서 엄마의 팔에 감겨 있는 건 늘 내가 아니었다. 엄마의 옆 자리도, 엄마의 시선도 내 것은 아니었다.


누가 엉거주춤한 내 포지션을 비웃은 것도 아닌데, 나는 은근 아들에게 밀려 존재가 희미하다는 열등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미운 감정은 뾰족뾰족한 말로 마음에 스스로 상처를 파고 말았다.


한 때는 그 귀한 아들의 여린 맘이 걱정될 때도 있었다. 아동기에는 그 아이를 돌보며 칭찬을 받았고, 사춘기에는 그 아이에게 마음을 터 놓을 상대가 되자며 스스로 역할을 자청했다. 청년기에는 그의 삶과 내 삶이 다르다는 것은 느끼면서도 먼저 세상을 살아본 선배로써 좋은 멘토가 되려고 짐짓 멋있는 말이나 해결사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그 아이는 남편으로 엄마께 며느리를 데려오고, 나도 누군가의 아내가 되며, 그렇게 엄마에게 시집보낸 딸이 되었다. 비교할 수 있는 현실의 조건에서 나는 늘 뒤처졌다. 화수분처럼 자꾸 채워지는 아들의 주머니를 구경하면서도 나는 감히 앞서서도 안 됐고, 뒷자리에나마 만족한다는 삶의 자세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래야 옳았다.


엄마의 아들은 엄마의 전부였고, 곧 엄마였다.


내 한 번의 실수는 비수가 되어 돌아오기가 쉬웠다. 엄마의 아들은 결혼과 동시에 이 집안의 가장이 되어 묵직하게 말을 아껴도 눈치껏 의견이 반영되었고, 엄마의 딸년들은 목소리를 냈다고 흘김을 당하며 뒷문으로 통하게 되었다.


엄마는 끝내 모를 것이다. 엄마의 딸년들이 흐느껴 울었던 시간을... 완벽한 엄마는 그 상태로 왕국이니까.

그럴 수도 있었겠거니 침묵으로 또 다른 여자 사람 엄마를 지켜낸다. 긴 세월 속 퍼런 얼음장을 혼자 건너며 살아온 날들에 작은 온기가 다행히도 여지껏 따뜻하고 굳건히 엄마를 하루 더 살아가게 한다면 그것도 감사니까.. 시간의 흐름을 담은 거칠고 거친 엄마의 얼음 조각 또한 모두 세어낼 수 있는 내겐 다가가갈 수 없는 빛이자, 따갑도록 모질어서 안타깝고 슬픈 나의 엄마...


엄마의 소중한 딸년 마음을 몰라서, 엄마는 참 안 됐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가 거꾸로 내리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