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제일 미안할 것.

너는 봤잖아. 네가 하는 일-

by Hee


아이가 조용하다.


어린 아이가 조용하면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중인거다.

먹을 것이 아닌 걸 입에 넣고 있거나

어딘가에 들어가서 못나오고 있거나

위에 있는 물건을 아슬아슬하게 잡아당기고 있거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였을 때는 그랬다.


공부를 하는데 책장 넘기는 소리도

흥얼흥얼 학교놀이 역할극을 하는 소리도

칭얼칭얼 온몸이 베베 꼬아지는 소리도 없이

너무 조용한 10살은

엄마가 몰라야 하는 것이 있다는 거다.


-공부하고 있니?

-어! 당연하지!


아닌데, 뭔가 있는데- 엄마의 레이더 가동.

한참을 또 조용하니 발걸음이 스르르 저절로 움직인다.

방문 가까이 멈추고 보니 호다닥 부산한 움직임.

책상 앞 바르게 펴진 문제집-

그리고 그 위에 바르게 놓인 핸드폰.

나란히 뻗었던 팔이 재빨리 연필을 잡는다.

현장을 들켜버린 아이는 울먹울먹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들고나와 카카오톡을 없앴다.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면 관리를 받는 상황이 되는거야. 이제 등하교 할 때 문자로 연락하자!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미안해요, 엄마.

-너한테 제일 미안해야지. 잘못하는 걸 알면서 모른척했잖아.

-...

사실, 엄마 마음 한켠에는 갈등이 일었어.

친구들이 올린 사진이 궁금할 수 있어. 댓글도 달고.

내일 학교에 가면 이야기 주제도 될 수 있지.

그 통로를 차단하는건 아닐까 잠시 고민되었거든.

하지만 무언가 집중해야 할 때, 특히 지금은 공부.

스스로 참지 못하고, 집중에 방해되는 것이 있으면

타의로라도 멀리해야 해.

게다가 무엇보다 순간적인 만족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이 상황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그게 제일 속상했지.

너의 일상을 확인하고 재촉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너무도 다양한 기능이 있는 이 작은 기계를

어린 나이에 너무 쉽게 쥐어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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