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미안-
- 엄마, 아까 아빠가 쌍화탕 데펴준다 했는데?
- 응, 마셨어.
- 언제 마셨어? 나 못봤는데?
- 아까 아빠가 갖다줘서
- 말을 하지~~~ 내가 칭찬해줘야 하는데~~~
- 뭘!?
- 아이고~ 엄마 이제 겨우 40살 조금 넘었는데
그 쓴걸 다 먹었어? 기특하네~~~~~
어제, 오늘.
수학 문제집 앞에만 앉으면 온몸이 가렵고 덥고 졸린 11살의 아이는 딱 그 수학 문제집 앞만 아니라면 이렇게 또 세상 다정하다. 쌉싸름하고 뜨끈해서 깔깔한 목을 뻥 뚫어주는 쌍화탕이 좋을 나이인 엄마는 쓴지도 모르고 삼켰는데, 그걸 또 놓치지 않고 칭찬해주네.
정말 기특하게, 뭔가 잘 해내고 싶은데 나는 맨날 이렇다. 사실 좀 기운빠지는 날이었다고 합리화를 해봐도, 결국 아이의 위로로 내 하루를 보듬고 말았다.
몸은 이리저리 내맘같지 않은데, 더군다나 안밖으로 뭔가 역할을 잘 못해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밀려오는 날이었다. 그래서 이른 저녁 침대위에서 꿈틀대다 겨우 일어나서 아이 잠자리를 봐주었다.
가만가만 자고 있는 우리 딸래미.
안경을 벗고 쌔근쌔근 자는 모습이 4살때랑 똑같네..
아까 공부하기 싫어서 천천히 문제 푸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고 투정부리던 아이에게, 괜히 다그치는 소리로 마주한 엄마가 참 못났었네. 엄마가 화내도 엄마를 사랑한다고 끊임없이 말하는 아이인데,,, 요리조리 온통 사랑한다고 매일매일 말해주는 우리 딸래미인데- 이렇게 다정하게 또 엄마의 하루를 안아주는 아이에게 모질게 대한 미안함이 남는다.
휴... 너도 기특하게 다 잘해내고 싶었을거야.
엄마도 알지-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다는거-
겨우 40살 넘은 엄마가 너무했네. 곱하기 4인 나잇값을 했어야 했는데,,
엄마가 기특하긴 개뿔 ㅜㅠ 미안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