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지구가 한 바퀴 돌았고
또다시 그 날이 오고 있어
매년 잊지도 않고 찾아오는
단 한번도 설레지 않았던 이벤트
수십억 광년 허공을 지나
너에게만 도달한다던
와락 감싸안고 폭발해줄 너의 수호성이
드디어 응답해오는 날
온 우주가 너를 향해 있었고
너는 보란 듯이 우울했다
일년에 딱 한번 온다는 그 날에
너는 있는 힘껏 울어보기를 택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초를 꽂으며 했던 엄마의 말
다섯 번째 그 날.
너는 유치원에서 울며불며 자지러졌다지
케이크를 뒤집어엎으며 통쾌함을 느꼈다지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날들을 원했기에
일년만에 오는 응답은 늘 오류였고
잘못된 답안지를 들고 너는 울었다
인류 최초의 행동을 더듬다
너의 최초의 행동을 더듬다
울면서 태어난 너와 마주하고
세상을 향한 최초의 인사
그 소란했던 태초를 그리며
어쩌면 너는
너의 생일을 빌미로
목놓아 울었나보다
일년에 한 번쯤은 너를 돌아보라고
딱 한 번쯤은 마음껏 울어보라고
생일이란 것이 탄생했나보다
죽지 않고 살아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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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의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