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의 由緖

by HANA


구석의 由緖






나는 구석이예요

어디에나 있었지만

어디에도 없었던

그래요 투명인간 그런 거예요



나는 늘 각져있었고

음습한 어둠에 잠식되어 있었고

몸을 숨겨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고

내심 찾아줬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었죠

덩그러니 남겨진 나를 몰아넣는 코너같은 거예요



매몰되지 않으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요

투명망토를 뒤집어쓰고 무작정 쏘다녔죠

투명하게 빛나는 내가 좋아

나는 너무 밝아서 아무도 보지 못하는 거야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한다면 오히려 좋아

당신이 나를 찾지 않는다면 내가 찾아가야지



그럼에도 구석은 어디에나 있었고

튕겨져나왔다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용수철같은

그 구석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왜 당신은 그런 나를 보지 못하나요

정말 당신은 나를 보지 못했나요



구석의 역사를 아시나요

由緖 깊은 그 구석탱이에서

기다림의 역사가 나날이 쓰여졌고

금기가 실현됐고 은밀한 비밀들이 자라났고

세상을 바꿔볼 용기가 감히 피어나고는 했죠

그러니까 구석을 너무 미워하진 말아요



내가 죽는다면 나의 모든 비밀들은 어떻게 될까요

세상에 까발려질까요 아니면,

영원히 침묵 속에 잠식될까요

존재가 무한히 증폭되어 구석은 사라질까요 아니면,

구석을 향해 쪼그라들고 쪼그라들어 결국 사라지게 될까요



그래요 나는 구석이예요

당신의 마음 한 구석에 있는 나를 발견하셨나요

평생을 기다림에 목 말라있던 그 구석에게

이제는 물을 좀 퍼부어줄 수 있나요

마지막으로 무언가 피어날지도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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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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