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째주의 경험조각
일과 일상을 이어주는 두 경험조각
지난주 이틀 재택 근무를 했다. 사실 외국에서 일한다고 재택 근무가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회사마다 팀마다 다르다. 우리 팀에서는 아주 간혹가다가 집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거나 몸이 안좋을 때 재택 근무가 가능하다. 잠옷을 그대로 입고 쇼파에 앉아, 쿠션 위에 회사 컴퓨터를 올려두고 일을 시작했다. 출퇴근 길의 지옥철을 경험하지 않아서인지 에너지가 솟았다. 오전에는 팀 회의가 있어서 스카이프로 참석했고, 오후에는 최근 시작한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프로토타입 했다. 사실 일한 양으로 보면 평소 오피스에서 했던 것보다 많거나 비슷했다. 그런데도 왠지 모를 죄책감 같은 게 느껴진건 왜일까. 문화의 차이에서 온걸까, 팀 문화에서 온걸까, 아님 그냥 현대인이라면 으레 겪는 심리일까.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일이 아닌 자신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나 역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사이드 프로젝트을 여럿 가지고 있다. 최근엔 자동차 디자이너인 남편의 프로젝트를 쇼케이스하기 위한 랜딩 페이지를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있다. 시작하고 보니 재밌지만, 하면 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지고 조바심이 든다. 왜 우리들은 일이 싫다면서 자꾸 일을 만드는 걸까. 이것 역시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병일까, 이것저것 배우도 싶은 나의 호기심일까, 아니면 나 이렇게 디자인하고 있어요 하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