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펭귄일호 Nov 08. 2017

런던 지하철 출퇴근길

해머스미스 역에서 리버풀 스트리트 역까지

런던에서 출퇴근을 한지도 두 달이 넘어간다. 두 달 전에는 신혼집도 구하고, 잡 인터뷰를 보러 다니고, 혼자 집에 있는 시간도 꽤 있었다. 런던 날씨도 참 따뜻했고, 오빠와도 많은 시간을 하루 종일 붙어서 지냈다. 저녁엔 뭘 해 먹을까 고민하고, 요리도 정성스레 해줬다. 진짜 편안하고 여유 넘치는 새댁의 삶이었다- 평생 기억할만한.


그러다가 매일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의 삶으로 한 순간 변해버렸다.


우리 집은 해머스미스(Hammersmith), 그니까 런던의 서쪽이고, 회사는 리버풀 스트리트(Liverpool street station), 런던의 동쪽이다. 매일 지하철(tube)을 타고 출퇴근 각각 한 시간씩 런던을 가로지르고 있다. 취준 중일 때에는 런던을 가로지르는 출퇴근길이 멋있을 것만 같았는데...


전혀 멋있지 않다.

통풍도 잘 되지 않는 지하철에서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눈을 감고 서서 잔다. 초반엔 앉지 못하면 너무 피곤하고 좌절스러웠는데, 이젠 개의치 않고 잘 잔다.


퇴근하고 집에 올 때는 대체로 앉아서 오긴 하지만, 너무 지루하다. 신문도 읽어보고, 책도 읽어보고, 코딩 강의도 들어봤지만, 집에 도착할 때 즘엔 정신적으로 녹초가 되어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지하철에서 글쓰기다

글을 쓰니 머리도 정리가 되고, 정신이 깨는 느낌이 든다. 특히나 누구에게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언젠가 담백하게 나만의 스타일을 담은 글을 잘 써보고 싶다'라고 생각만 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좀 진지하게 글을 써봐야겠다.


오, 벌써 해머스미스에 도착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과 일상 사이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