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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Apr 09. 2024

4윌 9일

스페인 모로코 포루뚜칼 여행 후기

이번 여행 인솔자는 좀 특별한 분으로 클래식,  팝송, 가요 등을  막라해 거의 음악 미술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여행지와 관련한 음악과 음악가의 생애 등을 소개하며 음악을 틀어주며 그 나라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다가 설계한 성가족성당과 구엘정원 티켓 일부를 구하지 못해 멤버 몇 명이 자진해서 다른 선택을 하게 된 일이 있었다.


이때,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언제부터 그리 잘 살게 되었다고 지나치게 우리 나라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분이 호텔과 식사에 대해 불평한 분이 있었다.


그분은 그야말로 박리다매 상품으로, 자유여행 만으로는 누릴 수 없는 내가 한 경험으로는 더럽지도 않고 식사도 꽤나 괜찮은 호텔과 식사에 대해, "어떻게 물까지 사먹냐? 우리나라는 안 그런다. 우리가 싸게 온 것도 아니고 비싼 돈 제값 내고 온 여행인데 이럴 수 있냐?"

"한국으로 돌아갈 테니 여행비 전액을 돌려달라. 그렇지 않으면 여행사에 항의하겠다." 라며 가이드와 인솔자는 물론 나를 비롯한 멈버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여행이란, 내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과시하기 위한 것도, 여행지를 눈으로만 구경하는 것도 아닐텐데. 도리어 내가 갖고 있던 좁은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넓은 세계를 품고, 나의 나쁜 관습을 돌아보는 것이어야 할 텐데 말이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으로 그 나라 역사를 들을 수 있었고,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와 그들 종교의 공존 시대, 기독교의 타종교 박해에 대한 이해가 가능했을 텐데도,

"후진국이야"라고 말하는 어떤 분 앞에서 나는 내가 자라면서 나조차 알 수 없었던 우리나라의 난장이들이 쏘아 올려야했던 작은 공들을, 여전히 작은 공을 쏘아올려야만 하는 난장이 이웃을 생각하며 한없이 마음이 내려 앉아야 했다. 나 외에 가이드와 어떤 분들도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제 나라 국민 대다수는 그렇게 살 수 없는 그곳에서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는 깨끗한 호텔, 풍족한 음식, 뿐만 아니라 일절 어느 해로운 약품 없이 자연과 노동력만으로 수확한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그곳에서 누리는 호사에 미안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라면 자연스레 흘러넘치게 하는 물과 음식 쓰레기에 대해 반성할 수 있다면, 그런 게 여행일 덴데.

덕분에 선진국 후진국이란 구별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뿐 아니라, 얼마나 부끄러운 짓인지 느끼며 거부감을 갖게 되어 감사하다.


그런가 하면, 나 조차도 자는 곳과 깨끗한 것에 대해 까다로우니 문명이란 것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꼬박 12일 간 글 한자도 읽지 않았다. 내게 여행은 내용과 분량이 비록 얼마 되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욕구인 동시에 그만큼의  강박인 읽기와 쓰기로부터의 해방 기간이다.

머리 속으로만 뱅뱅돌던 생각은 날아왔다 날아가는 새처럼 사라지지만, 마음 한켠에 어떤 흔적은 남기니, 너무 긴 기간이 아니라면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몸이 견딜까싶어 나는 빼자고 했지만, 남편이 이때가 아니면 언제 가겠냐고 한 모로코는 갔다오기를 잘했다. 비록 패키지 여행의 수박 겉핥기 식의 관광차원에 머물렀지만 말이다. 역사에 문외한인 내게는 가이드가 알려주는 지식들이 매우 유익하다.


어젯밤 늦게 도착했다. 걱정과 달리 긴 비행 시간도,  강행군의 여정도 잘 견뎠다.

예민한 편이라 여행기간 어제 집에 돌아와서까지 먹어야 했던 수면제를 오늘부터는 양을 조절하며 끊어야 하고, 이제부터 시작하는 여기저기 댕기는 정도의 근육통을 다독여주며 앞으로 이틀 정도는 집콕할 예정이다.


그동안 밀린 읽기와 쓰기 숙제는  시간 안에 맞출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결국은 하게 될듯. 그렇겠지?

앗. 여행 중 하루 세끼를 정찬으로 먹은 덕에 불어난 체중도 돌려놓아야~


여행 중에 어쩌다 낚여 세 권의 책을 주문했고, 서점에서도 주변 도서관에도 없는 책은 딸에게 빌려놓으라고 부탁했다.


또 다시 일상이다. 여행 전과 겉으로는 같으나 속으로는 조금 나은 사람의 삶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덧 1

예기치 못한 마드리드 시민 마라톤 대회로 곳곳에 도로가  봉쇄되어 예정에 있던 프라도 박물관 관람에 차질이 생겼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갔으나 수만 명에 이르는 마타라톤 참가자들 행렬로 길을 건널 수 없어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예정을 취소하고 돌아서야 했다. 버스가 일행을 내려준 장소로 와주기를 부태했으나 일단 그곳을 뜬 버스가 여전한 도로봉쇄를 뚫고 그리로 올 수 없었다.

덕분에 부랴부랴 예정에 없던 전철을 타고 공항으로 가야 했다. 이미 1919년 부터 전철을 운행한지라 차량은 크거나 화려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깨끗하고 소박해서 보기 좋았다. 하마터면 하지 못했을 경험이었다. 때로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그 역도 성립한다. 는스페인 대부분의 거리가 깨끗했고, 우범지역을 줄이기 위해 거의 모든 모퉁이 도로는 직각이 아니라 둥글게 만들어져 있었다.  (비록 소매치기는 많다지만) 그런 작은 고민이 좋았다.


덧 2

인천공항에 내려 등뒤에서 어떤 분이 나를 비난하는 말을 들었다. 저  아저씨 너무 힘들겠다. 배낭 너무 무거울 텐데. 저 여자는 자기 가방만 달랑 들고 다니잖아"


뜨금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가방들은 전부 수하물로 부쳤지만, 그래도 남편의 배낭은 무거웠다. 거기에 면세점에서 산 아이들 줄 견과류 류의 과자와 즐겨 먹는 포도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일부 내가 들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평소에 장을 봐도 웬만해서는 내 손이 뭔가를 들게 하지 않는다.


그점에 대해 나도 늘 고마운 한편 미안하기도 한데, 그분 덕분에 남편을 향한 고마움을 새삼 각인할 수 있었다.

아마 그분은 여행하는 내내 나와 남편을 보면서 느낀 게 있어서 한 말일 게다.


사진은 비행기 안에서 내다본 것을 찍은 것이다. 장엄함, 광대함에 놀라다가 잠시 두려워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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