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팽나무가 우리에게 묻는다. “이놈들아, 어디에

《할매》 (황석영, 창비)를 읽고

by 조희선


작은 새 한 마리, 또 한 마리의 어떤 새에게 털을 뜯겨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기를 반복하다 힘없이 죽은 개똥지빠귀, 흰점박이로 인해, 이제 600살이 된 팽나무, 할매가 세상에 나왔다. 팽나무는 곁의 풀들, 새들이, 애벌레들과 함께 살았다. 갯벌과 바다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모든 생명이 이렇듯 제 몸을 주고받는다. 심지어 우주의 돌조차 이 일에 참여한다. 바람, 햇빛, 물안개, 가랑비, 그리고 폭풍까지. 죽음 같은 겨울의 정지와 봄마다 찾아오는 새 생명의 활기가 이렇게 연결된다. 팽나무가 이백오십 살이 되었을 때다. 조선이라는 왕국에 잠깐의 태평성대 이후, 외세의 침범, 탐욕스러운 관리, 최악의 흉년 경신대기근과 을병대기근이 있었다. 굶주린 유랑민이 스님에게 맡긴 아이 몽각(꿈에서 깨어나다)이 어른이 되었다. 그가 신선이 산다는 섬에 도착했다. 팽나무 열매를 먹었다. 팽나무 씨앗을 심어 어린 팽나무를 키워 큰 팽나무에게 맡겼다. “할매, 이것이 당신 자식이라오. 내가 키웠어요.” 몽각이 늙어 자기 몸이 곧 무너지려 하자 할매에게 작별을 고했다. “나보다 먼저 있고 나중에 없어질 할매여. 이제 내가 먼저 없어지네.” 그는 갯벌과 아득하게 멀리 밀려 나간 바닷물의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잠들었다. 달이 떴다. 칠게들이 그를 덮어버렸다.

작은 새가 사람은 감히 헤아려 볼 수도 없는 머나먼 수만리 남쪽의 바다를 건너 조선의 남서해안 하구로 날아왔다. 줄곧 날다 큰 바다에 떨어져 죽기도 하고, 몸무게가 절반 이상 줄어들 정도로 쇠약해진다. 그중 하나가 기력을 회복하려고 게를 먹었다. 그즈음 몽각의 해체된 유기물로 큰 잔치를 벌였던 게의 무리다. 열 살이 넘은 새 한 마리가 8월 말 금강하구와 만경강 하구 사이의 수라 갯벌에 도착해 마침 북상하는 태풍과 만나 먹지도 못한 채 갯벌 바닥에 떨어져 바위에 냉동 내동댕이쳐졌다. 앙상하게 삭은 그의 머리와 갈비뼈가 다른 나뭇가지처럼 물살에 헤적일 때, 부드러운 모래땅을 비집고 올라온 생합들이 껍질을 조금씩 벌리고 흔적을 남기며 돌아다녔다.

벌거숭이로 들어와도 신선처럼 살 만한 깨복쟁이 섬에 동네 이름이 생겼다. 상제, 중제, 하제. 팽나무 할매는 하제에 있었다. 할매가 사백 살쯤 되었을 때 무렵, 당골네는 고창댁이다. 남편 배개동이 죽고, 고창댁이 혼자 키운 아들 춘삼은 18살이 되었다. 하제마을에서 배를 몰기로 으뜸인 유 사공을 따라 가출했다. 도사공이 된 유 사공은 천주학에 입교해 유 분도(베네딕트)가 되었고, 뒤에 천주학 회장이 되었다. 그의 막내아들은 유 사무엘이 되었다. 유분도가, 많은 천주학에 입교한 이들이 처형되었다. 살아남은 교인들이 유분도의 아들 사무엘을 거뒀다.

줄포에 자리잡은 배춘삼의 아들 경순이가 풍물패가 되었다가, 동학의 최제우 교조의 가르침‘시천주’를 깨닫고 동학교도가 되었다. ‘시천주’는 사람뿐 아니라 만물에게까지 확장된 가르침이다. 왕조는 무능하고 부패했다. 전국적인 민란이 계속되었고, 전봉준을 위시한 동학교도들이 봉기했다. 조선 정부는 청과 일본의 도움을 청했다. 배경순은 우금치 싸움에서 죽었다. 청과 일본 두 나라는 동학교도들을 죽였고, 조선 땅에서 전쟁을 벌였고, 조선을 송두리째 차지했다.

일본이 예전 목구현의 서쪽 해변에서 조선인들의 노동으로 간척공사를 시작했다. 일본인 개척민이 들어오고 군산포가 일본인들의 시가지가 생겨나며 생활이 바뀌었다. 중일전쟁이 시작되었고, 마을 전체가 비행장 부지가 되었다. 나무 옆에 늘 정화수를 떠놓았던 당집은 이미 옛날에 없어졌고, 나무 옆에 지었던, 한때 몽각이 살았던 집은 주막집이 되어 버렸다. 일본이 육군 비행학교의 조선분교를 군산에 설립했다. 작은 팽나무는 생도들의 사격 연습 대상이 되었다가 죽었다. 그곳 육군 비행학교 안에 조선 사람이 끼어있었다. 가미카제 특공대로 끌려갔다.

배춘삼의 죽은 아들 배경순, 그 아들 배성천의 후손 배동수는 외갓집이 있는 하제에서 이 엄청난 모습의 나무를 만났고, 저녁 시간 혼자 돌아오다 갯벌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 생명들의 대합창을 들었다. 그는 끝내 환경 지킴이가 되었다. 한편 유분도의 아들 사무엘의 후손 유산하는 신학을 하고 농촌 사제가 되었다. 7, 80년대 군사 정부의 군부독재 치하에서 시민운동을 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 그를 불러 깨운 음성, “너 어디 있느냐?”를 잊지 못한다.


집권에 급급한 정치인과 탐욕스러운 건설업자, 그들을 거들었던 언론이 함께 저지른 토목범죄가 서해안 간척 사업이다. 끝났으나 끝나지 않는다. 농지 확대, 산업단지, 레저, 관광 용지, 재생에너지, 심지어는 매립 자체가 발전이라는 식의 개발을 위한 개발이 이어진다. 그곳에서 서로에게 헌신하며 만물을 살리던 숱한 생명체들이 죽는다. 그곳 생명체들을 먹이로 삼던 수백만 마리의 새들은 방향을 잃었다. 길 위의 신부, 유 방지거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의 종단에서 신부, 목사, 스님, 교모와 함께 삼보일배, 즉 세 걸음 걷고 땅에 엎드려 절하는 동작으로 서울까지 갔다. 땅에 엎드려 짓이겨진 무수한 생명들을 만났다. 엎드리면 사람도 미물임을 깨닫는다. 삼보일배는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위해 스스로 바치려는 안간힘이었다. 그럼에도 이 먼 길을 기어간 삼보 일배가 끝난 지 열흘도 되지 않아서 새만금 물막이 공사는 완공되었다. 이번에는 다시 신공항 건설이다. 수라 갯벌은 공항 용지로 적절치 않다. 공항 건설 사업 측과 환경부는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요구한다. 배동수가 순간 충돌을 포착해 사진을 찍었다. 아직 몸이 따뜻한 가마우지를 풀숲에서 찾아냈다. 다리를 잡아 올리자 피가 갯바닥에 흥건하게 흘렀다. 소수의 사람 외에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서로를 살리는 자연의 원리를 자잘한 일로 치부한다.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 사업’이라는 선전 문구하에 군산에서 보안을 연결하는 80여 리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쌓아 바닷물을 막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90년대에 시작해서 30년이 넘은 지금도 매년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욕망의 아우성이 끊임없이 개발의 이유를 발명해낼 것이다. 새만금 사업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도요새들 97%가 사라졌다. 다 죽은 게 틀림없다. 유 신부가 작은 교회에서 해방되어 더 큰 새로운 교회, 세상으로 나왔다. 산신령급으로 늙은 그가 옥구 나가는 작은 마을에 집을 샀다. 그리로 모여든 활동가들이 낡은 집을 늘리고 수리해서 이른바 평화 본부를 만들었다.

해방, 남북 분단, 6.25, 미군 점령이 이어졌다. 예전 일본군의 비행장은 이제 미국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땅이다. 방조제 완공 이후 고군산군도 끝에 있는 무인도인 직도는 국제 폭격 훈련장이 되었다. 폭탄이 떨어지면 집 전체가 흔들리고 지옥이 따로 없다. 동수가 방지거 신부에게 부탁했다. “저는 수라 갯벌 지킴이 할 때니 신부님은 그 할매나무 지키세요. 그 나무 코쟁이들의 철조망에 갇히면 캘리포니아 나무 되겠네요.” 방지거 신부가 팽나무에 안기듯 두 팔을 벌리고 뺨을 대자, 분명 나지막한 쉰 목소리가 들렸다. “이놈아, 어디 갔다 인제 오냐.”


팽나무가 이 모든 되어진 일을 아는데, 우리 대부분 이토록 중요한 생명의 일들을 그저 자잘한 일로 치부한다. 반복되는 역사에서,

팽나무가 우리에게 말한다. “이놈들아, 어디에 있냐?”


“흰점박이로 시작된 할매가 우리에게 묻는다. “이놈들아, 어디에 있냐?””


작은 새 한 마리, 또 한 마리의 어떤 새에게 털을 뜯겨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기를 반복하다 힘없이 죽은 개똥지빠귀, 흰점박이로 인해, 이제 600살이 된 팽나무, 할매가 세상에 나왔다. 팽나무는 곁의 풀들, 새들이, 애벌레들과 함께 살았다. 갯벌과 바다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모든 생명이 이렇듯 제 몸을 주고받는다. 심지어 우주의 돌조차 이 일에 참여한다. 바람, 햇빛, 물안개, 가랑비, 그리고 폭풍까지. 죽음 같은 겨울의 정지와 봄마다 찾아오는 새 생명의 활기가 이렇게 연결된다. 팽나무가 이백오십 살이 되었을 때다. 조선이라는 왕국에 잠깐의 태평성대 이후, 외세의 침범, 탐욕스러운 관리, 최악의 흉년 경신대기근과 을병대기근이 있었다. 굶주린 유랑민이 스님에게 맡긴 아이 몽각(꿈에서 깨어나다)이 어른이 되었다. 그가 신선이 산다는 섬에 도착했다. 팽나무 열매를 먹었다. 팽나무 씨앗을 심어 어린 팽나무를 키워 큰 팽나무에게 맡겼다. “할매, 이것이 당신 자식이라오. 내가 키웠어요.” 몽각이 늙어 자기 몸이 곧 무너지려 하자 할매에게 작별을 고했다. “나보다 먼저 있고 나중에 없어질 할매여. 이제 내가 먼저 없어지네.” 그는 갯벌과 아득하게 멀리 밀려 나간 바닷물의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잠들었다. 달이 떴다. 칠게들이 그를 덮어버렸다.

작은 새가 사람은 감히 헤아려 볼 수도 없는 머나먼 수만리 남쪽의 바다를 건너 조선의 남서해안 하구로 날아왔다. 줄곧 날다 큰 바다에 떨어져 죽기도 하고, 몸무게가 절반 이상 줄어들 정도로 쇠약해진다. 그중 하나가 기력을 회복하려고 게를 먹었다. 그즈음 몽각의 해체된 유기물로 큰 잔치를 벌였던 게의 무리다. 열 살이 넘은 새 한 마리가 8월 말 금강하구와 만경강 하구 사이의 수라 갯벌에 도착해 마침 북상하는 태풍과 만나 먹지도 못한 채 갯벌 바닥에 떨어져 바위에 냉동 내동댕이쳐졌다. 앙상하게 삭은 그의 머리와 갈비뼈가 다른 나뭇가지처럼 물살에 헤적일 때, 부드러운 모래땅을 비집고 올라온 생합들이 껍질을 조금씩 벌리고 흔적을 남기며 돌아다녔다.

벌거숭이로 들어와도 신선처럼 살 만한 깨복쟁이 섬에 동네 이름이 생겼다. 상제, 중제, 하제. 팽나무 할매는 하제에 있었다. 할매가 사백 살쯤 되었을 때 무렵, 당골네는 고창댁이다. 남편 배개동이 죽고, 고창댁이 혼자 키운 아들 춘삼은 18살이 되었다. 하제마을에서 배를 몰기로 으뜸인 유 사공을 따라 가출했다. 도사공이 된 유 사공은 천주학에 입교해 유 분도(베네딕트)가 되었고, 뒤에 천주학 회장이 되었다. 그의 막내아들은 유 사무엘이 되었다. 유분도가, 많은 천주학에 입교한 이들이 처형되었다. 살아남은 교인들이 유분도의 아들 사무엘을 거뒀다.

줄포에 자리잡은 배춘삼의 아들 경순이가 풍물패가 되었다가, 동학의 최제우 교조의 가르침‘시천주’를 깨닫고 동학교도가 되었다. ‘시천주’는 사람뿐 아니라 만물에게까지 확장된 가르침이다. 왕조는 무능하고 부패했다. 전국적인 민란이 계속되었고, 전봉준을 위시한 동학교도들이 봉기했다. 조선 정부는 청과 일본의 도움을 청했다. 배경순은 우금치 싸움에서 죽었다. 청과 일본 두 나라는 동학교도들을 죽였고, 조선 땅에서 전쟁을 벌였고, 조선을 송두리째 차지했다.

일본이 예전 목구현의 서쪽 해변에서 조선인들의 노동으로 간척공사를 시작했다. 일본인 개척민이 들어오고 군산포가 일본인들의 시가지가 생겨나며 생활이 바뀌었다. 중일전쟁이 시작되었고, 마을 전체가 비행장 부지가 되었다. 나무 옆에 늘 정화수를 떠놓았던 당집은 이미 옛날에 없어졌고, 나무 옆에 지었던, 한때 몽각이 살았던 집은 주막집이 되어 버렸다. 일본이 육군 비행학교의 조선분교를 군산에 설립했다. 작은 팽나무는 생도들의 사격 연습 대상이 되었다가 죽었다. 그곳 육군 비행학교 안에 조선 사람이 끼어있었다. 가미카제 특공대로 끌려갔다.

배춘삼의 죽은 아들 배경순, 그 아들 배성천의 후손 배동수는 외갓집이 있는 하제에서 이 엄청난 모습의 나무를 만났고, 저녁 시간 혼자 돌아오다 갯벌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 생명들의 대합창을 들었다. 그는 끝내 환경 지킴이가 되었다. 한편 유분도의 아들 사무엘의 후손 유산하는 신학을 하고 농촌 사제가 되었다. 7, 80년대 군사 정부의 군부독재 치하에서 시민운동을 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 그를 불러 깨운 음성, “너 어디 있느냐?”를 잊지 못한다.


집권에 급급한 정치인과 탐욕스러운 건설업자, 그들을 거들었던 언론이 함께 저지른 토목범죄가 서해안 간척 사업이다. 끝났으나 끝나지 않는다. 농지 확대, 산업단지, 레저, 관광 용지, 재생에너지, 심지어는 매립 자체가 발전이라는 식의 개발을 위한 개발이 이어진다. 그곳에서 서로에게 헌신하며 만물을 살리던 숱한 생명체들이 죽는다. 그곳 생명체들을 먹이로 삼던 수백만 마리의 새들은 방향을 잃었다. 길 위의 신부, 유 방지거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의 종단에서 신부, 목사, 스님, 교모와 함께 삼보일배, 즉 세 걸음 걷고 땅에 엎드려 절하는 동작으로 서울까지 갔다. 땅에 엎드려 짓이겨진 무수한 생명들을 만났다. 엎드리면 사람도 미물임을 깨닫는다. 삼보일배는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위해 스스로 바치려는 안간힘이었다. 그럼에도 이 먼 길을 기어간 삼보 일배가 끝난 지 열흘도 되지 않아서 새만금 물막이 공사는 완공되었다. 이번에는 다시 신공항 건설이다. 수라 갯벌은 공항 용지로 적절치 않다. 공항 건설 사업 측과 환경부는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요구한다. 배동수가 순간 충돌을 포착해 사진을 찍었다. 아직 몸이 따뜻한 가마우지를 풀숲에서 찾아냈다. 다리를 잡아 올리자 피가 갯바닥에 흥건하게 흘렀다. 소수의 사람 외에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서로를 살리는 자연의 원리를 자잘한 일로 치부한다.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 사업’이라는 선전 문구하에 군산에서 보안을 연결하는 80여 리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쌓아 바닷물을 막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90년대에 시작해서 30년이 넘은 지금도 매년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욕망의 아우성이 끊임없이 개발의 이유를 발명해낼 것이다. 새만금 사업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도요새들 97%가 사라졌다. 다 죽은 게 틀림없다. 유 신부가 작은 교회에서 해방되어 더 큰 새로운 교회, 세상으로 나왔다. 산신령급으로 늙은 그가 옥구 나가는 작은 마을에 집을 샀다. 그리로 모여든 활동가들이 낡은 집을 늘리고 수리해서 이른바 평화 본부를 만들었다.

해방, 남북 분단, 6.25, 미군 점령이 이어졌다. 예전 일본군의 비행장은 이제 미국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땅이다. 방조제 완공 이후 고군산군도 끝에 있는 무인도인 직도는 국제 폭격 훈련장이 되었다. 폭탄이 떨어지면 집 전체가 흔들리고 지옥이 따로 없다. 동수가 방지거 신부에게 부탁했다. “저는 수라 갯벌 지킴이 할 때니 신부님은 그 할매나무 지키세요. 그 나무 코쟁이들의 철조망에 갇히면 캘리포니아 나무 되겠네요.” 방지거 신부가 팽나무에 안기듯 두 팔을 벌리고 뺨을 대자, 분명 나지막한 쉰 목소리가 들렸다. “이놈아, 어디 갔다 인제 오냐.”


팽나무가 이 모든 일을 아는데, 우리 대부분 이토록 중요한 생명의 일들을 그저 자잘한 일로 치부한다. 반복되는 역사에서,

팽나무가 우리에게 말한다. “이놈들아, 어디에 있냐?”


* “흰점박이로 시작된 할매가 우리에게 묻는다. “이놈들아, 어디에 있냐?””


작은 새 한 마리, 또 한 마리의 어떤 새에게 털을 뜯겨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기를 반복하다 힘없이 죽은 개똥지빠귀, 흰점박이로 인해, 이제 600살이 된 팽나무, 할매가 세상에 나왔다. 팽나무는 곁의 풀들, 새들이, 애벌레들과 함께 살았다. 갯벌과 바다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모든 생명이 이렇듯 제 몸을 주고받는다. 심지어 우주의 돌조차 이 일에 참여한다. 바람, 햇빛, 물안개, 가랑비, 그리고 폭풍까지. 죽음 같은 겨울의 정지와 봄마다 찾아오는 새 생명의 활기가 이렇게 연결된다. 팽나무가 이백오십 살이 되었을 때다. 조선이라는 왕국에 잠깐의 태평성대 이후, 외세의 침범, 탐욕스러운 관리, 최악의 흉년 경신대기근과 을병대기근이 있었다. 굶주린 유랑민이 스님에게 맡긴 아이 몽각(꿈에서 깨어나다)이 어른이 되었다. 그가 신선이 산다는 섬에 도착했다. 팽나무 열매를 먹었다. 팽나무 씨앗을 심어 어린 팽나무를 키워 큰 팽나무에게 맡겼다. “할매, 이것이 당신 자식이라오. 내가 키웠어요.” 몽각이 늙어 자기 몸이 곧 무너지려 하자 할매에게 작별을 고했다. “나보다 먼저 있고 나중에 없어질 할매여. 이제 내가 먼저 없어지네.” 그는 갯벌과 아득하게 멀리 밀려 나간 바닷물의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잠들었다. 달이 떴다. 칠게들이 그를 덮어버렸다.

작은 새가 사람은 감히 헤아려 볼 수도 없는 머나먼 수만리 남쪽의 바다를 건너 조선의 남서해안 하구로 날아왔다. 줄곧 날다 큰 바다에 떨어져 죽기도 하고, 몸무게가 절반 이상 줄어들 정도로 쇠약해진다. 그중 하나가 기력을 회복하려고 게를 먹었다. 그즈음 몽각의 해체된 유기물로 큰 잔치를 벌였던 게의 무리다. 열 살이 넘은 새 한 마리가 8월 말 금강하구와 만경강 하구 사이의 수라 갯벌에 도착해 마침 북상하는 태풍과 만나 먹지도 못한 채 갯벌 바닥에 떨어져 바위에 냉동 내동댕이쳐졌다. 앙상하게 삭은 그의 머리와 갈비뼈가 다른 나뭇가지처럼 물살에 헤적일 때, 부드러운 모래땅을 비집고 올라온 생합들이 껍질을 조금씩 벌리고 흔적을 남기며 돌아다녔다.

벌거숭이로 들어와도 신선처럼 살 만한 깨복쟁이 섬에 동네 이름이 생겼다. 상제, 중제, 하제. 팽나무 할매는 하제에 있었다. 할매가 사백 살쯤 되었을 때 무렵, 당골네는 고창댁이다. 남편 배개동이 죽고, 고창댁이 혼자 키운 아들 춘삼은 18살이 되었다. 하제마을에서 배를 몰기로 으뜸인 유 사공을 따라 가출했다. 도사공이 된 유 사공은 천주학에 입교해 유 분도(베네딕트)가 되었고, 뒤에 천주학 회장이 되었다. 그의 막내아들은 유 사무엘이 되었다. 유분도가, 많은 천주학에 입교한 이들이 처형되었다. 살아남은 교인들이 유분도의 아들 사무엘을 거뒀다.

줄포에 자리잡은 배춘삼의 아들 경순이가 풍물패가 되었다가, 동학의 최제우 교조의 가르침‘시천주’를 깨닫고 동학교도가 되었다. ‘시천주’는 사람뿐 아니라 만물에게까지 확장된 가르침이다. 왕조는 무능하고 부패했다. 전국적인 민란이 계속되었고, 전봉준을 위시한 동학교도들이 봉기했다. 조선 정부는 청과 일본의 도움을 청했다. 배경순은 우금치 싸움에서 죽었다. 청과 일본 두 나라는 동학교도들을 죽였고, 조선 땅에서 전쟁을 벌였고, 조선을 송두리째 차지했다.

일본이 예전 목구현의 서쪽 해변에서 조선인들의 노동으로 간척공사를 시작했다. 일본인 개척민이 들어오고 군산포가 일본인들의 시가지가 생겨나며 생활이 바뀌었다. 중일전쟁이 시작되었고, 마을 전체가 비행장 부지가 되었다. 나무 옆에 늘 정화수를 떠놓았던 당집은 이미 옛날에 없어졌고, 나무 옆에 지었던, 한때 몽각이 살았던 집은 주막집이 되어 버렸다. 일본이 육군 비행학교의 조선분교를 군산에 설립했다. 작은 팽나무는 생도들의 사격 연습 대상이 되었다가 죽었다. 그곳 육군 비행학교 안에 조선 사람이 끼어있었다. 가미카제 특공대로 끌려갔다.

배춘삼의 죽은 아들 배경순, 그 아들 배성천의 후손 배동수는 외갓집이 있는 하제에서 이 엄청난 모습의 나무를 만났고, 저녁 시간 혼자 돌아오다 갯벌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 생명들의 대합창을 들었다. 그는 끝내 환경 지킴이가 되었다. 한편 유분도의 아들 사무엘의 후손 유산하는 신학을 하고 농촌 사제가 되었다. 7, 80년대 군사 정부의 군부독재 치하에서 시민운동을 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 그를 불러 깨운 음성, “너 어디 있느냐?”를 잊지 못한다.


집권에 급급한 정치인과 탐욕스러운 건설업자, 그들을 거들었던 언론이 함께 저지른 토목범죄가 서해안 간척 사업이다. 끝났으나 끝나지 않는다. 농지 확대, 산업단지, 레저, 관광 용지, 재생에너지, 심지어는 매립 자체가 발전이라는 식의 개발을 위한 개발이 이어진다. 그곳에서 서로에게 헌신하며 만물을 살리던 숱한 생명체들이 죽는다. 그곳 생명체들을 먹이로 삼던 수백만 마리의 새들은 방향을 잃었다. 길 위의 신부, 유 방지거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의 종단에서 신부, 목사, 스님, 교모와 함께 삼보일배, 즉 세 걸음 걷고 땅에 엎드려 절하는 동작으로 서울까지 갔다. 땅에 엎드려 짓이겨진 무수한 생명들을 만났다. 엎드리면 사람도 미물임을 깨닫는다. 삼보일배는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위해 스스로 바치려는 안간힘이었다. 그럼에도 이 먼 길을 기어간 삼보 일배가 끝난 지 열흘도 되지 않아서 새만금 물막이 공사는 완공되었다. 이번에는 다시 신공항 건설이다. 수라 갯벌은 공항 용지로 적절치 않다. 공항 건설 사업 측과 환경부는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요구한다. 배동수가 순간 충돌을 포착해 사진을 찍었다. 아직 몸이 따뜻한 가마우지를 풀숲에서 찾아냈다. 다리를 잡아 올리자 피가 갯바닥에 흥건하게 흘렀다. 소수의 사람 외에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서로를 살리는 자연의 원리를 자잘한 일로 치부한다.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 사업’이라는 선전 문구하에 군산에서 보안을 연결하는 80여 리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쌓아 바닷물을 막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90년대에 시작해서 30년이 넘은 지금도 매년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욕망의 아우성이 끊임없이 개발의 이유를 발명해낼 것이다. 새만금 사업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도요새들 97%가 사라졌다. 다 죽은 게 틀림없다. 유 신부가 작은 교회에서 해방되어 더 큰 새로운 교회, 세상으로 나왔다. 산신령급으로 늙은 그가 옥구 나가는 작은 마을에 집을 샀다. 그리로 모여든 활동가들이 낡은 집을 늘리고 수리해서 이른바 평화 본부를 만들었다.

해방, 남북 분단, 6.25, 미군 점령이 이어졌다. 예전 일본군의 비행장은 이제 미국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땅이다. 방조제 완공 이후 고군산군도 끝에 있는 무인도인 직도는 국제 폭격 훈련장이 되었다. 폭탄이 떨어지면 집 전체가 흔들리고 지옥이 따로 없다. 동수가 방지거 신부에게 부탁했다. “저는 수라 갯벌 지킴이 할 때니 신부님은 그 할매나무 지키세요. 그 나무 코쟁이들의 철조망에 갇히면 캘리포니아 나무 되겠네요.” 방지거 신부가 팽나무에 안기듯 두 팔을 벌리고 뺨을 대자, 분명 나지막한 쉰 목소리가 들렸다. “이놈아, 어디 갔다 인제 오냐.”


팽나무가 이 모든 되어진 일을 아는데, 우리 대부분 이토록 중요한 생명의 일들을 그저 자잘한 일로 치부한다. 반복되는 역사에서,

팽나무가 우리에게 말한다. “이놈들아, 어디에 있냐?”


* “흰점박이로 시작된 할매가 우리에게 묻는다. “이놈들아, 어디에 있냐?””


작은 새 한 마리, 또 한 마리의 어떤 새에게 털을 뜯겨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기를 반복하다 힘없이 죽은 개똥지빠귀, 흰점박이로 인해, 이제 600살이 된 팽나무, 할매가 세상에 나왔다. 팽나무는 곁의 풀들, 새들이, 애벌레들과 함께 살았다. 갯벌과 바다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모든 생명이 이렇듯 제 몸을 주고받는다. 심지어 우주의 돌조차 이 일에 참여한다. 바람, 햇빛, 물안개, 가랑비, 그리고 폭풍까지. 죽음 같은 겨울의 정지와 봄마다 찾아오는 새 생명의 활기가 이렇게 연결된다. 팽나무가 이백오십 살이 되었을 때다. 조선이라는 왕국에 잠깐의 태평성대 이후, 외세의 침범, 탐욕스러운 관리, 최악의 흉년 경신대기근과 을병대기근이 있었다. 굶주린 유랑민이 스님에게 맡긴 아이 몽각(꿈에서 깨어나다)이 어른이 되었다. 그가 신선이 산다는 섬에 도착했다. 팽나무 열매를 먹었다. 팽나무 씨앗을 심어 어린 팽나무를 키워 큰 팽나무에게 맡겼다. “할매, 이것이 당신 자식이라오. 내가 키웠어요.” 몽각이 늙어 자기 몸이 곧 무너지려 하자 할매에게 작별을 고했다. “나보다 먼저 있고 나중에 없어질 할매여. 이제 내가 먼저 없어지네.” 그는 갯벌과 아득하게 멀리 밀려 나간 바닷물의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잠들었다. 달이 떴다. 칠게들이 그를 덮어버렸다.

작은 새가 사람은 감히 헤아려 볼 수도 없는 머나먼 수만리 남쪽의 바다를 건너 조선의 남서해안 하구로 날아왔다. 줄곧 날다 큰 바다에 떨어져 죽기도 하고, 몸무게가 절반 이상 줄어들 정도로 쇠약해진다. 그중 하나가 기력을 회복하려고 게를 먹었다. 그즈음 몽각의 해체된 유기물로 큰 잔치를 벌였던 게의 무리다. 열 살이 넘은 새 한 마리가 8월 말 금강하구와 만경강 하구 사이의 수라 갯벌에 도착해 마침 북상하는 태풍과 만나 먹지도 못한 채 갯벌 바닥에 떨어져 바위에 냉동 내동댕이쳐졌다. 앙상하게 삭은 그의 머리와 갈비뼈가 다른 나뭇가지처럼 물살에 헤적일 때, 부드러운 모래땅을 비집고 올라온 생합들이 껍질을 조금씩 벌리고 흔적을 남기며 돌아다녔다.

벌거숭이로 들어와도 신선처럼 살 만한 깨복쟁이 섬에 동네 이름이 생겼다. 상제, 중제, 하제. 팽나무 할매는 하제에 있었다. 할매가 사백 살쯤 되었을 때 무렵, 당골네는 고창댁이다. 남편 배개동이 죽고, 고창댁이 혼자 키운 아들 춘삼은 18살이 되었다. 하제마을에서 배를 몰기로 으뜸인 유 사공을 따라 가출했다. 도사공이 된 유 사공은 천주학에 입교해 유 분도(베네딕트)가 되었고, 뒤에 천주학 회장이 되었다. 그의 막내아들은 유 사무엘이 되었다. 유분도가, 많은 천주학에 입교한 이들이 처형되었다. 살아남은 교인들이 유분도의 아들 사무엘을 거뒀다.

줄포에 자리잡은 배춘삼의 아들 경순이가 풍물패가 되었다가, 동학의 최제우 교조의 가르침‘시천주’를 깨닫고 동학교도가 되었다. ‘시천주’는 사람뿐 아니라 만물에게까지 확장된 가르침이다. 왕조는 무능하고 부패했다. 전국적인 민란이 계속되었고, 전봉준을 위시한 동학교도들이 봉기했다. 조선 정부는 청과 일본의 도움을 청했다. 배경순은 우금치 싸움에서 죽었다. 청과 일본 두 나라는 동학교도들을 죽였고, 조선 땅에서 전쟁을 벌였고, 조선을 송두리째 차지했다.

일본이 예전 목구현의 서쪽 해변에서 조선인들의 노동으로 간척공사를 시작했다. 일본인 개척민이 들어오고 군산포가 일본인들의 시가지가 생겨나며 생활이 바뀌었다. 중일전쟁이 시작되었고, 마을 전체가 비행장 부지가 되었다. 나무 옆에 늘 정화수를 떠놓았던 당집은 이미 옛날에 없어졌고, 나무 옆에 지었던, 한때 몽각이 살았던 집은 주막집이 되어 버렸다. 일본이 육군 비행학교의 조선분교를 군산에 설립했다. 작은 팽나무는 생도들의 사격 연습 대상이 되었다가 죽었다. 그곳 육군 비행학교 안에 조선 사람이 끼어있었다. 가미카제 특공대로 끌려갔다.

배춘삼의 죽은 아들 배경순, 그 아들 배성천의 후손 배동수는 외갓집이 있는 하제에서 이 엄청난 모습의 나무를 만났고, 저녁 시간 혼자 돌아오다 갯벌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 생명들의 대합창을 들었다. 그는 끝내 환경 지킴이가 되었다. 한편 유분도의 아들 사무엘의 후손 유산하는 신학을 하고 농촌 사제가 되었다. 7, 80년대 군사 정부의 군부독재 치하에서 시민운동을 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 그를 불러 깨운 음성, “너 어디 있느냐?”를 잊지 못한다.


집권에 급급한 정치인과 탐욕스러운 건설업자, 그들을 거들었던 언론이 함께 저지른 토목범죄가 서해안 간척 사업이다. 끝났으나 끝나지 않는다. 농지 확대, 산업단지, 레저, 관광 용지, 재생에너지, 심지어는 매립 자체가 발전이라는 식의 개발을 위한 개발이 이어진다. 그곳에서 서로에게 헌신하며 만물을 살리던 숱한 생명체들이 죽는다. 그곳 생명체들을 먹이로 삼던 수백만 마리의 새들은 방향을 잃었다. 길 위의 신부, 유 방지거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의 종단에서 신부, 목사, 스님, 교모와 함께 삼보일배, 즉 세 걸음 걷고 땅에 엎드려 절하는 동작으로 서울까지 갔다. 땅에 엎드려 짓이겨진 무수한 생명들을 만났다. 엎드리면 사람도 미물임을 깨닫는다. 삼보일배는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위해 스스로 바치려는 안간힘이었다. 그럼에도 이 먼 길을 기어간 삼보 일배가 끝난 지 열흘도 되지 않아서 새만금 물막이 공사는 완공되었다. 이번에는 다시 신공항 건설이다. 수라 갯벌은 공항 용지로 적절치 않다. 공항 건설 사업 측과 환경부는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요구한다. 배동수가 순간 충돌을 포착해 사진을 찍었다. 아직 몸이 따뜻한 가마우지를 풀숲에서 찾아냈다. 다리를 잡아 올리자 피가 갯바닥에 흥건하게 흘렀다. 소수의 사람 외에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서로를 살리는 자연의 원리를 자잘한 일로 치부한다.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 사업’이라는 선전 문구하에 군산에서 보안을 연결하는 80여 리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쌓아 바닷물을 막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90년대에 시작해서 30년이 넘은 지금도 매년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욕망의 아우성이 끊임없이 개발의 이유를 발명해낼 것이다. 새만금 사업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도요새들 97%가 사라졌다. 다 죽은 게 틀림없다. 유 신부가 작은 교회에서 해방되어 더 큰 새로운 교회, 세상으로 나왔다. 산신령급으로 늙은 그가 옥구 나가는 작은 마을에 집을 샀다. 그리로 모여든 활동가들이 낡은 집을 늘리고 수리해서 이른바 평화 본부를 만들었다.

해방, 남북 분단, 6.25, 미군 점령이 이어졌다. 예전 일본군의 비행장은 이제 미국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땅이다. 방조제 완공 이후 고군산군도 끝에 있는 무인도인 직도는 국제 폭격 훈련장이 되었다. 폭탄이 떨어지면 집 전체가 흔들리고 지옥이 따로 없다. 동수가 방지거 신부에게 부탁했다. “저는 수라 갯벌 지킴이 할 때니 신부님은 그 할매나무 지키세요. 그 나무 코쟁이들의 철조망에 갇히면 캘리포니아 나무 되겠네요.” 방지거 신부가 팽나무에 안기듯 두 팔을 벌리고 뺨을 대자, 분명 나지막한 쉰 목소리가 들렸다. “이놈아, 어디 갔다 인제 오냐.”


팽나무가 이 모든 되어진 일을 아는데, 우리 대부분 이토록 중요한 생명의 일들을 그저 자잘한 일로 치부한다. 반복되는 역사에서,

팽나무가 우리에게 말한다. “이놈들아, 어디에 있냐?”


* 황석영의 《할매》를 읽은 지 오래되었다. 꼭 리뷰를 쓰고 싶었다. 내용을 A4 18쪽으로 정리했다가 다시 4쪽으로 줄였고, 마침내 2쪽으로 요약했다. 인공지능 시대의 흐름을 돌려놓기는 어렵다. 기술이 만들어내는 편리함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러나 그로 인한 위험을 생각할 때, 《할매》가 들려주는 세계관이 과연 가능할까 묻게 된다.

거꾸로 말하면, 바로 지금이야말로 할매가 들려주는 이 울림을 우리는 더욱 놓쳐서는 안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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