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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Dec 15. 2021

고양이  루루와 조선생

조선생은   버스를 타고 와산교에서 내렸다. 거기서 내려 다리를 건너 쭉~가면 명지고등학교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억하고 있던 길이 아니었다. 이미 16년 전 길이고 게다가 길 눈가지 어두우니 그럴밖에.

되돌아 나와 전전거장 쪽으로 조금 걸어가다가 넓어보이는 길로 들어갔다. 길은 넓지만, 이런저런 차들이 식당  등의 점포 앞에 세워져있고, 짐을 부리는 차들도 있어 뭔가 복잡한 느낌이었다. 그때 조선생 눈이 절로 차 뒤의 문이 굳게 잠긴, 창도 없는 답답해보이는 점포  나무 문  아래쪽으로  가 닿았다.


그곳에 누런 줄과 흰줄이 교차하는 을 가진  고양이가 있었다. 그런 남루한 고양이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털은 마치 만화영화에나 본듯하게 삐죽삐죽 솟아있었고, 축축하게 젖어 기라고는 전혀 없었으며, 몸통과 사지가 다 정상적으로 붙어있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뻣뻣하게 경직되어있는 게 틀림없었다.

덩치가 작지는 않았지만 몹시 말라있었고 조선생이  보아온  털가진 어떤 동물들과도 달리 몹시 추워보였다. 살짝 떨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 고양이가 조선생을  의식하는지 힐끗거리며 바라보면서  하는 행동이 의아했다.

제 앞의 그 나무 문 아래쪽을 박박 긁어대는 것 아닌가!

그럴수록 고양이는 더 추워보였다, 온몸과 발톱이  틀림없이 아파질 터였다.


조선생은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나보다. 혹 늘 찾아오던 집인가? 그렇다면 저렇게 거칠고 말라있지는 않을 텐데ㆍㆍㆍ, 생각하면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가 먹을만한 걸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10시 하고도 40분인데 이곳은 어째 편의점도 없는지. 심지어 어떤 곳이기에 문을 연 상점도 없고, 사람들도 없는지 새삼 느꼈다.


'어떻게 해, 너무 가슴 아파' 단지 입 안으로 말을 털어넣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100여 미터를 걸어왔을 때, 비로소 편의점 하나가 눈에  보였다.

참치캔이면 되겠지. 생각하다가 머뭇거렸다.

참칙캔을 사갔을 때, 이미 이만큼 멀어진 그곳에 돌아갔을 때, 그 고양이가 여전히 있을까?


조선생은 편의점에 들어가지 않고, 대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길은 여전히 낯설었고, 길을 가던 아주머니에게 물어 방향을 틀어 제 길로 들어서 한참을 걸어 약속 장소로 향했다. 명지고등학교 대로변 이태리음식점 쏘렌토.


그곳에서 만나기로 한 신선생님을 만났다. 무려 14년 만의 만남이다. 그동안 주름이 늘었고, 머리카락에 힘이 없어져 축 처지는 형편이라, 어제 저녁  반신욕을 하고, 아침에는 머리에 다시 물을 축이고 드라이로 말리기까지 했다. 오랜 만에 만나는데 너무 늙어버린 모습을 보이고싶지는 않아서였다. 그런데 식당 근처에 다타났을 때,  저 만치서도  마스크를 쓴 조선생을 알아보고 신선생심은 반갑게 조선생을 큰 소리로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조선생도 신선생님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둘이 쏘렌토로 들어가 단호박리조또와 새우아보가도샐러드를 시키고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도, 조선생은 아까 본 그 고양이가, 그 고양이의 슬픈 몸이 머리와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다.


'앞으로는 주머니나 배낭에 참치캔 하나 정도는 넣어가지고 다녀야겠어.'

왜 그동안 보아온 고양이들과는 달리 그 고양이는 그렇게 배가 고파 보였을까?

예전처럼 음식쓰레기들이 개방된 곳에 드러내놓고 나와있지 않다. 시멘트로 이루어진 세상에 잡아먹을만한 작은 동물들이 눈에 띄지도 않겠지. 그래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줘야 하는거겠구나.


조선생은 한 번도 그래보지 않았던 것이다. 길고양이, 유기견을 돌보는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처음 느낀 것이다.

집에 돌아와 저녁 시간이 지나 밤중이 되자 잊고 있던 고양이가 다시 생각나면서 가슴이 아파왔다.

일단 이름을 정해주고 그 고양이에게 미안한 마음, 아픈 마음을 잊지 않고 간직하기로 했다.


루루!

그리고  나는 나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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