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애긔 아닌가여..?
최근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좀 충격을 받은 단어가 있다. 바로 우래기다. 울애기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단어다. 처음 접한 건 맘카페에서라, 보자마자 그 뜻은 이해가 갔지만 묘하게 낯설고 어색한 단어라는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요즘 새로 쓰이는 것도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도 쓰이고 있었다. 단어 모양새의 위화감에 충격, 새로운 용례가 아니라는 데 또 충격.
소리나는 대로 적는 인터넷용 단어들은 이 밖에도 많다. 그런데 우래기만은 유독 이상하다. 무슨 깃발이름이랄까 유린기 같은 음식 이름이랄까 k애니용 k전투기 이름이랄까 그런 느낌이 있어서 이빨에 낀 고기처럼 계속 신경쓰이는 것이다. 아무래도 우뢰매 같기도 하고.. 우래기 출격해야 할 것 같고.. 고기는 양치라도 할 수 있지 단어가 이빨에 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게다가 아이돌 팬 커뮤니티에서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라떼의 팬질 시절을 좀 돌아보자면.. 나는 울애긔 세대인 것이다.. 우래기라니 에헴
집에 아기가 있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번씩 울애기라는 말을 입에 담는데, 그럴 때마다 우래기라는 글자가 머릿속을 맴돈다. 무엇보다, 울애기의 음은 실제로 우래기가 맞지만, 울애기의 표준발음법에 따라 우래기로 발음되는 게 아니라, 그냥 정확하게 우.래.기.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는것이 껄끄럽다.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어쩐지 계속 신경쓰이는 게 처음 만난 사람 앞니에 낀 김같아..
아무튼 우리집 우래기는 나와 남편의 최애 아이돌이다. 매일 사진을 찍고 가족들에게 뿌린다. 다른 데도 막 뿌려대며 영업하고 싶지만 폐가 될 수도 있으니 참는다. 봐도봐도 자꾸 보고 싶다. 방귀를 뀌거나 트림을 해도 칭찬하고 똥을 싸면 거의 파티 분위기다.
입을 벌리고 우는데 입 안에 이빨이 없는 게 너무 귀엽다. 사람이 졸리면 잠을 자면되고, 똥을 쌀 땐 항문에 힘을 주면 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게 너무 귀엽다. 배고프다고 팔을 휘적대고 입을 뻐끔뻐끔할 때, 짜증난다고 칭얼댈 때, 정신없이 잠에 빠질 때, 갑자기 많은 양의 분유를 먹어치울 때, 새 옷을 입었을 때, 이 모든 순간이 그냥 우래기라서 예쁘다. 심지어 젖먹을 때 나는 소리도 너무 귀여워서 따로 녹음했다. 우!윳!빛!깔! 우래기 사!랑!해!요! 우래기!
예전에 한때 나의 가족 채팅방에는 내 얼굴을 프로필 사진에 달고 대화하는 이가 세 명이었다. 나, 엄마, 아빠. 그때 내 나이가 29세, 30세 쯤이었다. 그때는 그게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좀이상하기만했다. 말 안 듣는 다 큰 딸내미 뭐가 예쁘다고 그러시는지.. 엄빠의 동년배 어른들에게 결혼 상대 좀 소개시켜달라고 광고하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의 엄마 아빠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요즘이다. 우래기가 최고다 새로 난 눈썹도 예쁘고 짝짝이인 콧구멍도 예쁘다 오구오구 우쭈쭈
그치만 아무래도 우래기는 여전히 너무나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상처럼 이 한국어가 참 대단해! 상을 줘야 하는 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