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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섭섭 Sep 07. 2015

아무런 벌칙이 없는 이 게임이 좋고

파티를 벌이는 일이 좋다.

순서 없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는 일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딸기가 좋아’ 게임을 가르쳐 다  함께하는 일이 좋다. 이들의 '달기'라는 발음이 좋다.

열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의 달기 게임에서 나의 차례가 한 번 이상 돌아오지 않지만, 아무런 벌칙이 없는 이 게임이 좋고, 아무런 목적이 없는 이 날들이 좋다.

눈을 감는 일이 좋다.

하루를 이렇게도 보낼 수 있구나, 하며 강물 위를 부초처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좋다. 작은 방안을 가득 날아다니는 수백 마리의 모기를 하나하나 때려잡는 일이 좋다.

잡다가, 잡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어 포기해버리고, 

“그냥 니들 알아서 해라” 

알몸을 모기들에게 맡겨버리는 일이 좋다.    

 

언제나 ‘헤치고 나가 끝내 이겨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때때로 멀리 도망 가버리거나 침낭 속에 꼭꼭 숨어도 큰 일 나지 않지 않는가, 스쳐 가는 생각을 스쳐 보내는 일이 좋다.     

부질없는 생각들을 잠시 잡아두는 일이 좋다. 

어떤 생각은 흘려보내고 어떤 생각은 잡아 두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잠드는 일이 좋다.

     

구석구석을 쥐어뜯긴 몸을 박박 긁으며 눈을 뜨는 일이 좋다.

여전히 나에게 많은 문제가 남아 있음이 좋고, 문제를 때려잡는 일 보다는 문제를 살아내는 일이 좋다.  

그래서 내게 또 다른 하루가 주어졌음이 좋다.


내가 할 일은 내게 주어진 이 하루를 가장 나다운 방법으로 살아내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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