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를 따다 말고 셀리나에게 가서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지금 큰일이 났다고 말하는 게 좋다.
깜짝 놀라며 무슨 일이냐고 묻는 그녀에게, 너무 더워서 지금 당장 수영을 하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다고 말하는 게 좋다. 그것도 이 동네에서 제일 이름난 Pioneer beach가 아니면 소용없을 것 같다고 덧붙이는 게 좋다. 가엾은 나에겐 차가 없다며 씩 웃어 보이는 게 좋다.
괴물이 나온다는 전설의 호수에서 수영하는 일이 좋다.
뒤로 누워 헤엄치는 일이 좋다. 물 위에 누워, 두 귀를 모두 물에 잠그고 온 정신을 오로지 내 숨소리에 집중하는 일이 좋다.
하늘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의 행선지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짐작하는 일이 좋다. 괜스레 비행기가 가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헤엄쳐보는 일이 좋다.
수영을 마치고 해변에 누워 몸이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 말로 된 책을 읽는 일이 좋다.
"우리가 떠나온 세계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간다. 몇 광년이 걸리는 여행에서는 우리가 떠나온 세계가 우리보다 빨리 늙어버리기 때문에 그 세계를 다시 찾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라오스에는 '씨윗 코 펜 법 니(사는 게 그런 거야. chivit ko pen bep ni)'라는 말이 있다. 머나먼 여행을 떠나면서 친구에게 남기는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우리는 출발할 때 이미 알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하고, 그 페이지의 모서리를 살짝 접어두는 일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