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갤러리 까르찌나 Oct 01. 2022

2. 미하일 브루벨(1856-1910)

20세기 러시아 미술


2. 미하일 브루벨(1856-1910)

미하일 브루벨 자화상 

러시아 19세기 미술은 완벽하게 리얼리즘의 향연이었다. 이동파를 중심으로 화가들은 민중의 눈과 귀가 되어 그들의 어두운 삶과 현실 그대로의 역사를 물감으로 채색했다. 그러나 19세기 말에 들어서며 급속한 근대화와 러시아만의 불행한 역사적 상황은 많은 화가들이 현실을 외면하게 하고 데카당스(퇴폐주의)라는 우울한 세상으로 숨어 들게 만든다. 즉, 당시 유럽의 여러 예술 사조가 그러하듯 러시아에도 상징주의와 아르누보가 예술 현실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바로 그 중심에 러시아 상징주의 화가 미하일 브루벨이 있다.  그를 러시아 사실 주의와 모더니즘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한 화가로 평가한다.


앉아있는 데몬의 모습과 꽉지 낀 손

19세기 말 신음하는 악마,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에 상처받아 자신의 내면으로만 잦아드는 우울한 악마가 브루벨의 손에 탄생하며 선과 악이 하나의 화폭에 대립하는 새로운 예술세계가 펼쳐지게 된다. 즉, 보이는 세계의 이면인 영혼의 세계를 브루벨만의 오묘한 빛깔로 잉태시킨 것이다. 

앉아 있는 악마 1890년  캔버스에 유채 116.5X213.8cm 트레챠코프 미술관 소장 


빛과 어둠을 동시에 품고 있는 천상의 블루, 보라빛을 품고 있는 러시안 블루가 그의 그림 전반을 수놓게 되고 이 푸른 빛은 러시아 ‘푸른 장미’ 화파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푸른 장미파는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대표적인 화파 중에 하나다.

백조 공주 1900년 캔버스에 유채 142.5x93.5cm 트레챠코프 미술관


그의 그림에는 낮과 밤, 여명과 황혼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생성과 소멸이 동시에 존재하는 우주를 품고 있다. 모든것이 혼돈이지만 모든 것이 정돈 되어 있다. 모자이크화 처럼 패턴화 되어 있는 조각 조각 속에 이 모든 비밀의 시간이 숨어있다. 그의 터치 하나하나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며 혼돈속의 질서를 읽어내게 된다. 


만약 러시아에서 딱 한 작가의 그림을 봐야만 한다면 난 단연코 미하일 브루벨의 작품을 추천한다. 세기말의 아르누보 작가로서 전세계를 통틀어 그 어떤 작가와도 비교 될수 없는 브루벨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기때문이다.


러시아 옴스크에서 폴란드계 아버지와 덴마크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브루벨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였으나, 아버지의 적극적인 권유로 왕립예술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브루벨의 예술 세계는 시기별로 3단계 : 1880년대, 1890년대, 1900년대 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1880년대 브루벨은 예술 아카데미에 입학한후 1884년 미술 사학자 프라코프의 주도로 키예프 키릴 성당의 12세기 모자이크와 벽화의 복원 작업에 초청을 받는다. 이때, 브루벨은 러시아 이콘화 , 모자이크화 그리고 베네치아에 있는 산마르코 성당의 초기 르네상스 화가들의 표현등을 깊히 연구하게되며 영혼의 표현이라는 주제에 몰두하게 된다. 즉, 예술가로서 엄청난 성장을 이루는 시기다.


그리고, 1890년에 들어서며 드디어  브루벨의 대표 아이콘 ‘악마’시리즈를 시작하게 되는데 남성이면서도 여성이며, 천사의 모습을 하고도 악마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아르누보의 전형적인 인물이 태어난다. 당시 이 악마의 탄생은 수많은 비평가들에게서 혹평을 받지만 러시아 최고의 예술 후원자 마몬토프는 브루벨의 악마 시리즈를 ‘천재의 매혹적인 교향곡’이라 극찬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브루벨은 마몬토프의 영지 아브라함체보에 머물며 수많은 모자이크화를 탄생시키고 1905년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 모자이크화 ‘프린세사 그료자 – 잠자는 공주’ 작업에 착수한다. 이 작품은 아직도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 정면을 장식하고 있다.  또 이시기 레르몬토프의 시 <악마>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벽화 모습


1901년 <상처입은 악마>, 1904년 <여섯 날개의 세라핌>등 여러 작품을 그리지만 정신병에 시달리던 브루벨은 1906년부터 정신분열증이 심화되고 실명하게 되며 1910년 세상을 달리하게 된다. 




브루벨에게 있어 영원한 뮤즈는 그의 아내 자벨라다. 자벨라는 당대 최고의 오페라 가수로 특히 림스크 코르사코프의 오페라곡을 잘 불렀다. 브루벨은 그녀를 위해 무대의상을 디자인하고 그녀를 위해 무대장식을 고안해 냈다. 

그렇게 브루벨의 손에 의해 창조된 예술 세계는 러시아 무대 미술의 발전에 토대가 되었으며 아직도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무대 미술은 브루벨의 디자인이 그대로 사용 되고 있으니 그 수준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브루벨은 순수회화 뿐만 아니라 모자이크화등의 장식예술과 시, 문학, 오페라등 여러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화려한 예술 세계를 펼쳐보였으니 러시아 최고의 아르누보작가라 칭송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런 브루벨의 예술 세계를 세로프의 예술 활동과 함께 20세기 러시아 모더니즘을 여는데 교량 역할을 했다 정의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1. 발렌틴 세로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