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근무 중이었다. 휴대폰 진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는데 "한국 조혈모세포 은행협회" 라 뜨는 것이 아닌가. (후후 어플 덕분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나와 조혈모세포가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는데, 혹시 10년 전에 기증 등록했던 걸 기억하느냐는 전화였다. 집으로 매년 배송되는 달력과 책자를 보며 나와 맞는 분이 나타나면 꼭 기증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놀라운 마음을 안고 기증의사를 밝혔다.
20대 초반에 최강희 배우의 기사를 봤다. 골수 기증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멋있었다. 기증으로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니. 내가 알던 골수 기증은 뼈를 통해 골수를 채취하는 것으로 엄청난 고통이 있는 방식이었는데, 기사를 보니 요즘엔 헌혈하듯이 기증을 할 수 있다고 되어있었다. TV로 접하는 연예인이 기증을 했다고 하니, 나도 모를 용기가 생겼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헌혈의 집에 가서 기증자 등록을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연락이 온 것이다.
첫 연락은 목요일이었다. 코디네이터님은 일치자가 나타났다며 기증의사 여부를 먼저 확인했다. 기증자가 동의해도 가족이나 주변의 만류로 중간에 포기하는 분들이 많으니 확인을 당부하며 다음 날 다시 연락을 주기로 하셨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내가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 사실을 아무에게도 얘기한 적이 없었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일치자가 나타난 것에 신기해하며 내게 오는 부작용은 없는지 궁금해했다. 코디네이터님이 보내준 자료들을 남편에게 보내줬다. 생각보다 많은 절차에 놀랐지만 응원을 해줬다. 혹시 부모님과 동생이 반대하면 어쩔까 걱정하며 이야기했는데 (반대해도 결국은 내 뜻대로 했겠지만) 모두 다 좋은 일 한다고 응원해줘서 마음이 놓였다.
다음 날 온 연락에서도 기증할게요!라고 말했지만 혹시나 마지막에 취소하면 나의 조혈모세포를 받기위해 고강도의 항암치료를 한 환자가 면역력이 떨어져 사망할 수도 있는 위험성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셨다. 생각할 시간이 늘어나니 괜히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유튜브를 통해서 영상을 많이 찾아보며 용기가 다시 차올랐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최종 의사를 밝혔다. 코디네이터님은 유선상으로 몇 가지 질문을 했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제일 처음 하게 될 유전자 검사를 위한 혈액 채취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일정이 정해진다고 했다. 정밀검사 후 일치하지 않으면 기증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비혈연간 일치할 확률은 2만 분의 1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증 등록을 해놓아도 연락이 오지 않거나 나처럼 10여 년 만에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후기들을 찾아보면 다양한 사례로 기증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분들도 많았다. 유전자 검사까지 잘 이뤄져서 기증까지 이어지길 소망한다.
조혈모세포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만들어내는 어머니 세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