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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Aug 27. 2022

모래와의 전쟁


고양이와 살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은

비단 털뿐만이 아니다.

흩날리는 털에 견줄만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아침에 거실에 나와보면

고양이 화장실 근처에 모래가

촤라락- 흩뿌려져 있다.

볼일을 보고 뛰쳐나온 방향대로.


옷방으로 이동하기 전

빗자루로 한번 쓸어낸다.


버석버석.


모든 모래를 쓸어내지는 못한 채

출근 준비를 하는 발걸음마다

모래 알갱이가 달라붙는다.

발바닥을 탁탁 털어내고

임시방편으로 슬리퍼를 찾아 신는다.


-


최근에 아이들 모두 눈곱이 많이 끼고

화장실에서 가끔 재채기를 했다.

모래먼지의 탓이 커 보였다.


집사 생활 10년이 넘었지만

모래와 사료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새로 바꾼 모래는

카사바로 만들어져 먼지가 없는 대신

고운 입자가 많았다.


화장실 개수는

고양이 +1 이 되어야 한다기에

우리 집 화장실은 넷이다.


네 개의 화장실에서 튕겨져 나온 모래들은

매일 마주해도 놀라울 따름이다.

로봇청소기와 인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둘의 협동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도

이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돌아서면 곧

타탓 탁 타탓

볼일을 본 후

모래 덮는 소리가 들린다.


고양이는

집사를 절로 부지런하게 만든다.



빗자루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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