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살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은
비단 털뿐만이 아니다.
흩날리는 털에 견줄만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아침에 거실에 나와보면
고양이 화장실 근처에 모래가
촤라락- 흩뿌려져 있다.
볼일을 보고 뛰쳐나온 방향대로.
옷방으로 이동하기 전
빗자루로 한번 쓸어낸다.
버석버석.
모든 모래를 쓸어내지는 못한 채
출근 준비를 하는 발걸음마다
모래 알갱이가 달라붙는다.
발바닥을 탁탁 털어내고
임시방편으로 슬리퍼를 찾아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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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이들 모두 눈곱이 많이 끼고
화장실에서 가끔 재채기를 했다.
모래먼지의 탓이 커 보였다.
집사 생활 10년이 넘었지만
모래와 사료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새로 바꾼 모래는
카사바로 만들어져 먼지가 없는 대신
고운 입자가 많았다.
화장실 개수는
고양이 +1 이 되어야 한다기에
우리 집 화장실은 넷이다.
네 개의 화장실에서 튕겨져 나온 모래들은
매일 마주해도 놀라울 따름이다.
로봇청소기와 인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둘의 협동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도
이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돌아서면 곧
타탓 탁 타탓
볼일을 본 후
모래 덮는 소리가 들린다.
아
고양이는
집사를 절로 부지런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