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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Aug 11. 2022

죽음의 얼굴

나의 고양이가 아플 때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퇴근 후

한 마리 한 마리

고양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론이 와 빈이를 지나

화장실 옆에 앉아있는

탄이에게 다가갔다.

입과 목주변이 침으로 흥건했다.


탄이는 헤어볼을 잘 토하지 못해

토 한 직후 침을 많이 흘리는 경우가 잦았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라 생각했다.  

물티슈로 얼굴과 몸을 닦아주었다.


늦은 밤부터 재채기를 하며 콧물을 뿜었다.

코가 꽉 막혔는지 입으로 숨쉬기 시작했다.

기운이 없어지고, 식욕도 사라졌다.

새벽 내내 켕켕! 하며 재채기를 했다.

숨쉬기 어려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거의 뜬 눈으로 새벽을 지났다.

후에 이야기지만

남편은 그날 탄이가 죽는 줄 알았다 했다.


다음날 찾아 간 병원에서는

상부 호흡기 질환이며 명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했다.

호흡기 치료를 하고, 수액을 맞은 후 경과를 보자 했다.

6시간 후, 다행히 식욕이 조금 돌아와 약과 함께 퇴원했다.


며칠간 이어진

네블라이저 치료와 약 복용을 통해

하루하루 상태가 호전되었다.

변해버렸던 목소리도 다시 돌아왔다.

그제야 남편과 나도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동물에게도 그런 표정이 있었다.

한없이 무기력하고 고통스러운 표정.

내 고양이에게선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블라이저 치료 중인 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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