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카페.

by 키풀


카페에 왔어요. 원랜 주말에도 모든 것을 집에서 해결하고 웬만해서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거든요. 근데 오늘따라 카페에서 책을 읽고 싶더라고요. 뭔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나 봐요. 일어나서 빨래를 돌리고 청소기도 돌리고, 말린 표고버섯을 넣고 밥을 지었어요. 이른 점심을 먹고 평소엔 하지 않는 화장도 하고 새로 산 책을 하나 챙겨 카페로 향했어요.

횡단보도를 건너 출입문 쪽으로 다가갔어요. 무심코 본, 문 옆 유리 너머로 책을 읽고 있는 꼬마가 보였어요. 세 가족이 각자 책을 읽고 있더군요. 아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는지 도서관 스티커가 붙은 책들이 테이블에 놓여있어요. 부모는 태블릿을 통해 전자책을 보고 있네요. 그 옆 테이블에 앉아, 저도 슬그머니 가방 안에서 책을 꺼내봅니다.

가족이 저렇게 둥글게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은 제 로망이었어요. 결혼 전엔, 남편과 한 달에 한번 책 쇼핑 하는 걸 꿈꾸기도 했지요. 그러나 교집합이 아닌 취미는 함께하기가 힘들더군요. 아쉽지만 혼자서 책을 읽고, 혼자서 책 쇼핑을 하고, 혼자서 서점에 가게 되었어요.

제가 꿈꾸던 가족의 모습을 보니 문득, 글로 남기고 싶어 졌어요. 옆 테이블이지만 같이 책 읽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썩 괜찮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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