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다녀요

97년생 유아교사

by 희블리

‘무슨 일 하세요?’ 라는 질문에 떳떳하게 대답할 수 없었던 때는 바야흐로 5년 전이다. 한창 어린이집 교사의 학대 사건이 신문의 사회면을 뒤덮었고 각 방송사에선 쉴 새 없이 보도했다. 그리고 3년 전 유치원 비리로 또 한 번 교육 현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 후로 나는 누가 내 직업을 물어보거나 전공을 물어볼 때 대답을 얼버무리거나 피했다.


또 어느 날에는 ‘저 유치원 교사입니다.’ 라는 말을 했을 때, ‘아 그냥 애들 놀아주면 되는 거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그 사람의 쉽게 돈 벌어서 좋겠다는 그 조소 어린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어쩌면 나도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하기 전, 그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취업이 잘 되니까, 애들 적당히 봐주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지원서를 냈고 덜컥 합격해 예치금을 냈다. 그리고 실습 때 내 생각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교육과 보육을 합친 유아교육의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점심을 먹는 시간에 밥 먹기 싫다고 우는 아이, 밥을 더 달라는 아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아이, 미리 화장실에 간 아이는 엉덩이를 닦아달라며 선생님을 부르는 아이, 포크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 분명 선생님은 한 명이고 선생님의 손은 2개뿐인데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감당하는 걸까?


보통 5세의 경우 기관에 처음 오거나 기본생활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유아들이 많아서 부담임 교사가 배치된다. 하지만 기관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기본생활습관이 형성된 6,7세의 경우 부담임 교사가 배치된 교실은 드물다. 그렇다면, 보육 공백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2년의 실습 기간 동안 제일 많이 느꼈던 점은 교육 현장이 많이 열악하다는 점, 그리고 사회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급여 문제도 포함이다. 서울의 경우 부담임과 종일반 담임을 겸하는 교사에게 명수에 상관없이 국가가 처우개선비가 지급한다. 그런데 경기도의 경우 부담임과 종일반 담임을 겸하는 교사가 3~4명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1명에게만 처우개선비를 지급한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하는데 어떤 교사는 처우 개선비를 받고 나는 원 자체 수당으로 더욱 적은 돈을 받는다. 이처럼 억울하고 통탄한 일이 2021년,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다.


교사는 언제나 을이었다. 원장님과는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이니 당연한 갑을관계지만 학부모, 동료 교사에서조차 교사는 을이었다. 그러던 중 에듀파인이 도입된다는 제도에 반발한 사립유치원은 집단 휴원과 폐원으로 대규모 시위를 조성했고, 원장은 그 시위에 동참해야 하니 내일 마스크와 검은 옷일 입고 오라고 지시했다. 물론 내 의견은 그 과정, 어디에도 반영되지 못했고 초임교사였던 나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내 입장은 더욱 좁아졌다. 새 학기에 학부모와 소위 ‘기 싸움’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치기를 겪었고 교사를 눌러 내리려는 부모, 교사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 부모와 제 아이만 챙겨달라는 조부모들과의 보이지 않은 싸움은 늘 나를 수렁에 빠트렸다. 그중 제일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아이에게 ‘무관심하고 잘못된 육아 방식을 고수’하는 부모였다. 이런 부모를 볼 때마다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여실히 느꼈다. 부모는 리허설이 없다. 나도 부모가 처음이라, 서툴 수밖에 없다. 부모가 된 후에 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비 부모가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희생과 헌신, 인내의 전신인 육아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교육을 통해 한 번 더 재고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숭고한 희생이자 인생에서 꼭 필요한 과업이다. 나는 그 과업에 함께 하는 교사와 부모, 둘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매우 많다. 유아 교사를 희망하는 학생, 부모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내 얘기를 고이 모아 우물을 만들 테니 아무 때나 와서 물을 마시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어디 다니냐는 물음에 떳떳하게 대답하고 싶다.


"저 유치원 다녀요!"



*다음 글엔 초임교사를 위한 글을 쓰고자 하니, 유아교육학과를 희망하는 고등학생 혹은 유치원 정담임 취업을 앞둔 졸업생이 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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