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est Dec 22. 2020

문재인 대통령님의 하야를 청원합니다

더 나은 민주 국가 건설을 위해서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지난해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통령과의 대화에도 참석했던, 올 봄까지만 해도 대통령님과 같은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이었던 저는 창자가 끊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 감히 대통령님의 하야를 청원하고자 합니다.


대통령님.

저는 결코 대통령님께 과오만 있고 업적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때 저는 남북관계의 위협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을 가장 걱정했던 사람으로서, 지금처럼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트럼프 대통령을 어르고 달래 가며 오늘날과 같은 관계를 유지해 온 대통령님의 업적을 정말 높게 평가합니다.

사람들은 기우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2017년까지만 해도 남북전쟁이 정말 꿈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우리에게 닥친 현존한 위협이 아닐까 염려했습니다.

그런 긴장 상태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오늘날과 같은 평화공존의 모습으로 이끌어 낸 대통령님의 업적이야말로 길이 남을 업적일 것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정말 걱정이 많았습니다.

원칙주의자의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께서 과연 잘 대처하실 수 있을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매우 염려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께서는 역대 그 어느 대통령보다도, 그리고 지난 대선의 어떤 후보보다도 안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유지하셨습니다.

저는 감히 대통령님께서 이원집정부제의 통일, 외교만 담당하는 대통령이셨다면 역사에 남을 위대한 대통령이 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상상을 많이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

수많은 국민의 민생고는 들리지 않으시는 건가요.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멀리 있고, 국민은 더 가까이 있습니다.

한때 저는 대통령님께서 내치의 어려움에 처하셨을 때, 그래도 우리가 전쟁 나지 않고 이렇게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통령님의 얼마나 큰 업적인가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사람이 마음이 편하지 못하고 비참한 생활에 처하게 된다면, 그래서 이렇게 살 바에는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대통령님. 이젠 남북의 안정적인 평화도 의미가 없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은 전쟁이 나도 잃을 것이 없거든요.

44제곱미터의 집에서 네 사람도 충분히 살겠다고 말씀하시는 대통령님의 생각에서는, 전쟁을 겪어 보지 않은 젊은이의 철 없는 생각이라고 여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요. 전쟁터가 훨씬 더 비참할 것입니다. 그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대통령님.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 자살률 1위를 다투는 선진국입니다.

자살하는 수많은 청년들에게도 "전쟁을 겪어 보지 않아서 그래. 이게 뭐가 그리 큰 어려움이야" 라고 하실 건가요.

사람은 절대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만, 삶이 괴롭고 힘든 것이 아닙니다.

지금 국민들이 남북관계에 찾아온 평화로 인해서 예전보다 훨씬 편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거라고 보시는 건 차마 아닐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저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두 가지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부동산 문제와 청년 문제입니다.

집값 폭등과 청년 실업,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이 있었나요.

오히려 지난 1년 사이에 더 나빠지지는 않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저는 단적으로 정부에서 집값을 잡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정부에서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그러나 또한 지금처럼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은 정부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시장의 룰은 정부가 정하는 것이라, 정부가 가장 유리한 게임 참여자인데, 유동성 때문에, 지난 정부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하시려고요.

정부는 유동성이 이렇게 늘어나게 될 것 같았을 때, 미리 대비를 했었어야 합니다.

임대차3법으로 전월세가 폭등할 것 같았다면, 미리 준비를 했어어야 합니다.

저는 지난 정부의 과오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노동이 존중받고, 일하는 가치가 인정받으려면 '빚내서 집사라' 같은 정책은 없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때 몇 년만 잘 버텼다면 지금 같은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 당선되시고 지난 3년 반 동안은 뭘하신 건가요.

도대체 집값을 잡으려는 주머니 속에 있는 그 수많은 정책은 언제 나오는 건가요.

대통령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아직 덜 올랐기 때문에, 그 정책은 당장 펴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요.

저는,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는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떠나갔지만, 저는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할 때도, 한미 FTA를 추진하실 때도, 그리고 대연정을 제안하셨을 때도 모두 이해하고 지지했습니다.

정말? 이라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때는 부동산값이 폭등하는 것도 이해했습니다.

대통령께서 늘 앞서 설명하시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셨고, 자기에게, 그리고 정부 여당에게 손해가 되는 정책이라고 할지라도 나라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추진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 지지자가 몇이나 되었냐? 라고 물어보시면 어쩌면 소수였을지도 모른다고 답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구시대의 마지막 대통령이 아니라, 먼저 온 새시대의 첫 대통령을 만났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좋았고, 또 그때가 그립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께서는 정치가이셨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느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원칙 있는 정치가셨기에, 이후에 대통령님께서도 당선되실 수 있었고, 민주 정부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대통령님께서도 정치가이신가요.

대통령님의 집권기는 역사에 어떻게 기록되어, 앞으로 민주 정부가 다시 출범하는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말 대통령님께서는 역사와 미래, 후세대를 두려워하시긴 하시나요.

본인에게 불리한 것도 감수하고 추진하시고, 손해가 될 것 같아도 감내하시고,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뭔가 변화하고 감내하시는 것이 있습니까.

저는 대통령님을 보면서, 대통령님께서 그러신 것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정치가가 아니라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꾼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지지율에는 그것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청문회가 있습니다.

흠결이 많은 사람인데, 새로운 사람을 찾기가 힘드시다고요, 지금 부동산 정책이 시급하기 때문에 이 사람이 흠결이 있더라도 임명할 수밖에 없다고요.

대통령님.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세월호 사건 이후에 두 명의 국무총리 지명을 철회했습니다.

저는 그때는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였었는데, 이 정부가 들어서고 나니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론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가 전부 다 문제 인사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께서는 국민이 문제가 있는 인사라고 지적해도, '밀리기 실은 마음'에 그냥 지명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장담하실 수 있으신지요.

나에게 손해가 되는 자리이고, 곤란한 자리인 줄 알면서도 참석하고 국민들과, 아니 국민이 어렵다면 언론인들이라도 대화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감히, 대통령님께서 내년엔 신년기자회견조차 생략할 거라고 예언을 하겠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할 말조차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통령님.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이때, 국민은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독감백신 때 수많은 사망자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또 신종플루 당시에 백신을 지나치게 확보했다는 추궁을 보면서, 저는 지금의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국민들 또한 그럴 것입니다.

다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적절한 설명과 안내입니다.

화이자 백신이, 모더나 백신이 안전성이 현재 100% 담보되지 않기에 먼저 구매할 수 없었다, 국민의 세금을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왜 이야기하지 못하시나요.

그럼에도 국민들은 채찍질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원래, 결과를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자리이고, 그래서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자리이기도 하고, 그만큼 많은 영광이 주어지는 것이지요.


대통령님.

오늘 제가 가장 싫어하는 한 국회의원이 주거기본법에 1가구 1주택을 넣겠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저는 그 국회의원을 아주 싫어하지만, 그 정책마저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갑작스레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현재 한국의 유일한 대안야당에서는 이게 사회주의 정책이냐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고, 낼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자수성가한 몇몇 국민보다 서민이 더 많습니다.

부자보다 중산층과 가난한 국민이 우리나라에는 더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대안야당이 저런 모습을 비추는 이상, 대통령님께서 하야하신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정권이 교체될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겁니다.

대통령님께서 독재에 뿌리를 둔 정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염려하신다면, 안심하고 하야하셔도 민주 정부는 이어질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겁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국가에 대한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라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이 세상에서 제가,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불쌍합니다.

이렇게 무능하고 답 없는 정부와 여당과, 그리고 대안이 되어야 하는데 더 무능하고 더 한심한 야당 가운데 우리의 정치가와 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는데 세상에 이렇게 불쌍한 국민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국민들은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위대합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여러 차례 자화자찬하셨듯, K방역이라는 것은 우리 국민의 힘이었습니다.

이렇게 뛰어난 국민에게 하늘이 무슨 벌을 내리셨는지 이렇게 무능한 지도자와 정치꾼들뿐이라니요.

저는 오늘도 피눈물을 흘리며, 저와 이 나라 국민들이 너무나도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는 법률가셨으니 한낱 법학도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무능은 죄가 아닙니다. 형사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다.

저는 대통령님께서 다른 전직 대통령들처럼 법정에 서셔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능력에 부치신다면, 그리고 힘이 드신다면 그저 그 자리를 내려놓아 주십시오.

대통령님께서 그렇게 하신다고 해서, 민주 정부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180석의 의석이 있고, 서민과 중산층 모두가 야당을 지지하게 되지도 않습니다.

대통령님.

앞으로 민주 정부가 더 오래, 유능하고 더 나은 정부로 영속하기 위해서.

부디 하야해 주세요.

제발,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pfrXrf

작가의 이전글 오빠는 그러니까, 너무 섬세해서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