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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st Aug 10. 2022

연돈을 가다

제주도 연돈 돈까스, 시식과 그 후일담

스무 번도 넘는 실패가 있었다. 어떤 과학자는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고 그 많은 과정을 거쳐 성공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던데, 내 경우에는 아니다. 그냥 실패였다.(왜 실패인지는 뒤에 설명) 가장 아쉬웠던 실패는 지난 3월 말과 4월 초였다. 라디오로 시간을 들으며 시간에 맞추어 완벽하게 예약하기를 눌렀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또 실패였다. 그때 알았다. 왜 실패했는지. 그래서 다음에 오면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보겠다고 마음 먹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성공했다. 1년이 넘게 스무 번도 넘는 실패 끝에 드디어 나는 지난 7월 14일 저녁 8시 연돈에서 돈까스를 먹어 볼 수 있었다.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아니 아마 아예 모르던 프로그램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랬는데 포방터식당의 한 돈까스집이 엄청난 화제를 끌었다. 이제는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 식당 기사로 도배가 되었으니까. 방송 후 손님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그때 한 번 가 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경쟁이 점점 더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줄 서서 대기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고 도중에 사장님은 여러 사정으로 제주도로 식당을 옮겨 새로 문을 여셨다.


제주도에서는 더했다. 앞에 텐트를 치고 기다려서 사람들이 돈까스를 먹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다. 그러던 도중 연돈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바로 온라인 예약. 단, 예약은 제주도에서만 가능했다. 나의 도전기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아마도 첫 도전은 작년 7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에는 쉽게 성공할 줄 알았다. 8시가 되자마자 예약하면 뭐 그리 어려울 게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7월에 제주도에 있던 3박 4일 동안 이틀의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서 8월에 제주도에 갔을 때 또 도전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실패였다. 지난 3월 말과 4월 초에는 사흘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역시나 모두 실패였다.


지난 봄에는 정말 확실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슨 과학적인 근거를 댈 수 있는 건 아니고, 7시 59분 59초에 맞추어 딱 예약을 시도했을 뿐 아니라 느낌상으로도 꼭 될 것 같았다. 그런데도 실패했다. 그때 생각했다. 그동안 항상 등심까스 1인분과 치즈까스 1인분으로 예약을 시도했었다. 혹시 그래서 실패한 게 아닐까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는 등심까스만 2인분을 시도하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고, 그 결과 성공이었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지인들을 통틀어 내가 처음이었다. 끼얏호!





식당의 후기는 예약을 받는 테이블링 앱을 통해 그 위용을 확인할 수 있다. 무슨 알바를 쓰는 것도 아닐텐데 평점이 4.8점이나 된다. 만약 사람들이 이 식당에 가는 게 이렇게 어렵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렇게 큰 기대를 가지고 방문하지 않았다면 내 생각에 평점은 더 높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돈까스를 입에 물었을 때 나도 조금은 놀랐다. '아,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할 정도의 맛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야 오랜 줄서기는 하지 않고 먹을 수 있었지만서도. 그러나 이것 하나만큼은 정말 장담할 수 있다. 단언컨대 전국에서 9천 원에 파는 돈까스 가운데에서는 가장 맛있다. 내가 돈까스를 많이 먹어 본 것도 아니고 마니아도 아니지만 잘은 모르겠으나 1만 5천 원에서 2만 원 정도를 쓴다면 이 정도 돈까스를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내가 일하는 대학로에서는 '정돈'이라는 유명한 돈까스집이 있다. 연돈이 더 낫긴 하지만 정돈의 돈까스도 수준급이다. 다만, 정돈의 돈까스는 최소 1만 4천 원부터 시작한다. 연돈과는 다르게 밥은 그냥 리필해 주지만. 그런데 연돈에서는 더 나은 돈까스를 9천 원에 먹을 수 있다. 가격 대비 성능비로 이만한 식당을 찾을 수 있을까.


내 나이 불혹이니 그동안 먹은 돈까스를 모두 더하면 수백 끼가 아니라 아마도 수천 끼는 될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먹어 본 수천 끼의 돈까스 중에 고기와 튀김옷의 비율이 가장 내 마음에 들었다. 이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지난 봄 꿩 대신 닭이라고 연돈을 대신해서 갔던 다른 돈까스 맛집이 있다. 그 집도 돈까스가 1만 5천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입맛에 그 집은 고기를 연돈보다 더 넉넉하게 썼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튀김옷에 비해 고기가 너무 두껍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이 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


사진에 보이듯이 돈까스 양이 많지는 않다. 맛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양이 많지 않은 아내도 연돈 돈까스는 어렵지 않게 한 그릇을 다 비웠다.(쩝. 남겼어도 됐을텐데...) 한 조각 한 조각 줄어드는 게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날 또, 연돈에서 돈까스를 먹었다.




연돈에서 돈까스를 먹고 싶다면, 그 꿀팁은


연돈에서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2시부터 3시까지, 그리고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모두 7개의 시간대로 나누어 예약을 받는다. 대략 하루에 110그릇 정도를 판다고 생각하고 한 시간에 15그릇 정도까지는 예약을 받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 도착해서는 과연 이번 시간대에 손님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해서 살펴보았다. 그 결과, 정말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나는 저녁 8시로 예약을 했는데, 그 8시 타임대에 치즈까스는 단 한 그릇뿐이었다. 안심까스도 8그릇 이내였다. 나머지 15그릇 가까이 모두 등심까스였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 내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구나!' 싶었다. 내가 주로 신청했던 저녁 8시를 기준으로 제주도 전역에서 연돈에서 치즈까스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던 셈이다. 나는 그 어려운 도전을 그동안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 실패했었다. 설명하면 연돈의 예약 시스템은 하나의 메뉴라도 예약이 다 차면 같은 메뉴가 섞인 다른 예약도 모두 거부된다. 치즈까스가 한 그릇 나가고 나면 자동으로 다른 돈까스로 예약이 변경되진 않는 셈이다. 어쩌면 지난 3월의 나는 예약에 성공할 순번이었을지도 모른다. 치즈까스만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때의 교훈 덕택에 이번엔 등심까스로만 예약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


1) 연돈에서 꼭 돈까스를 먹고 싶다면, 등심까스에 집중하라. 그게 가장 성공 확률이 높다.


대개 제주도를 놀러 가는 경우가 많을텐데 돈까스를 먹으려고 8시까지 기다리는 것은 조금 지루하긴 했다. 마냥 기다렸던 것은 아니고 다 나름의 일정을 소화하긴 했지만, 어쨌든 저녁 일정이 8시에 고정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너무 늦어서도 안 되었다. 여행지에서 저녁은 더 일찍 먹거나 늦어도 7시까지는 먹는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8시는 솔직히 늦기는 했다.


연돈으로 돈까스를 먹으러 갔던 그날, 아내가 다른 메뉴로 다음 날도 한 번 예약을 시도해 보자고 했다. 이미 한 번 왔기 때문에 나는 크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성공할까 싶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안심까스로 한 번 시도해 보았는데 역시나 실패였다. 그런데! 아내가 성공했다. 아내는 급한 마음에 제일 위에 있던 등심까스를 그냥 2인분 눌러 버렸던 것이다. 그 바람에 우리는 지난 1년 넘게 스무 번도 넘게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이틀 연속 연돈 돈까스를 먹게 되었다.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연돈에서 돈까스를 한 입 베어 물고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아침에 첫 기름으로 막 튀겨낸 돈까스를 먹는다면 마지막 시간대인 지금 먹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맛있겠구나.' 그렇지만 아마도 12시는 경쟁이 엄청 치열하지 않을까 싶다. 1시도, 저녁 6시도 그렇다. 우리는 저녁 8시에 시도했기 때문에 맛은 조금 떨어질 수 있어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녁을 8시까지 기다려 보면 안다. 이것이 또 하나의 성공 꿀팁이다.


2) 저녁 8시로 예약하는 게 좋다. 7시 59분 59초에 바로 예약에 진입하면서 저녁 8시에 등심까스를 예약한다면 거의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내 경우에는 이틀 모두 평일이란 점이 유리했다. 아무래도 주말보다는 낫지 않을까? 두 번째 방문한 날은 금요일이었지만 시스템상 금요일에 돈까스를 먹으려면 목요일 저녁 8시 전에는 제주도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비교적 쉽게 예약에 성공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천운이 따랐을 것이다. 천운을 여기에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카레도 함께 시켜 먹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돈까스를 제외한 나머지 음식들도 돈까스만큼 최고였던  같지는 않다.  후배가 정돈 돈까스를 평하며 '거기는 된장국이 정말 맛있어요'라는 평가를 해서 무척 놀랐던 적이 있는데 카레나 된장국은 정돈이  나았던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연돈은  무엇보다도 돈까스가 너무나 훌륭했다. 9 원이 아니라 1 5 원이어도  먹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번에 제주도에 갔을 때도 나는 다시 한번 이런 수강신청 시스템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도전할 것이다.


둘째 날에 또 갔을 때는 첫날 양이 조금 적었던 것 같아서 가게 옆에서 판매하는 볼카츠를 사서 들어가서는 함께 먹었다. 볼카츠도 역시 맛있었다. 볼카츠 한 개에 3천 원인데 이것 또한 생각해 보면 이런 가성비는 없는 것 같다. 정말 그야말로 미친 가성비다!!


사람마다 미각은 모두 다르고 음식에 대한 평가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또한 연돈 돈까스는 대중음식이기 때문에 어쩌면 극강의 질을 담보하는 최고의 음식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 한 줄로 이번에 먹어 본 연돈의 돈까스를 평한다면 어디에 가도 이 가격에 이 정도 수준의 돈까스는 찾을 수 없는, 단언컨대 전국에서 판매하는 9천 원대의 돈까스 가운데에는 최고의 맛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궁금하다고? 그렇다면 알려 준 방법대로 예약에 도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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