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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st Aug 07. 2022

책 읽는 즐거움

정말 미친 듯이 책을 읽고 있다. 그렇게까지 이야기할 일은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소문난 독서광들 중에는 눈만 뜨면 책을 보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책을 좋아한다고 하는 나도 영상이 더 좋다. 더 자극적이니까. 다만 부끄럽게도 아직 나는 유튜브 보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다. 한 달을 통틀어도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5분이나 될까 말까. 옛날 사람이라서 여전히 나는 책을 위주로 정보를 얻는다. 검색이 필요할 땐 N****를 켠다.


요즘은 일주일에    정도는 읽는  같다. 일하는 곳에 있는 도서관에서도 빌리고 동네 도서관에서도 빌린다. 책을  읽고 반납함에 넣을 때면 뭔가의 뿌듯함이 있다. 솔직히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도  책의 내용을 전부 흡수한 것은 아닐 터이다. 두세 번은  읽어야  텐데 읽어야  책이 밀려 있어서 그럴 새가 없다. 대신 비슷한 종류의 다른 책을 읽는. 일주일에  권이면 1년이면 200권의 책을 읽느냐고? 그렇지는 않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1년에 평균 100 내외의 책을 읽는 듯하다. 그런데 가끔 요즘 같은 때가 있다. 책이 책의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권의 책만 읽었는데  책과 연관된, 혹은  책에서 소개된, 또는  책의 작가가  다른 책을 찾아 읽게 된다. 그렇게 계속 빌려 읽다 보니 지금 대출한 책만도 20 가까이 되는데 아직도 빌려야  책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런 질풍노도(?) 시기가 끝나면  잠잠해지는 때도 온다. 요즘은 빌린 책이 너무 많다 보니 기한을 지켜 반납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책을  꾸역꾸역 읽는다.




책읽기와 관련해 내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 가운데 한 가지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한 7, 8년전 쯤 도서관에서 일하는 학생과 친해진 기억이 있다. 그 학생이 말하기를 책을 빌려 가는 것을 보면 대체로 그 사람이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거의 알 수가 있다는 거였다. 내가 짐작하기에도 그럴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어떠냐고 했더니 나는 도통 짐작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0번으로 시작하는 총류의 책을 빌리기도 하고 3번으로 시작하는 사회과학 서적을 빌리기도 했다. 8번으로 시작하는 문학책은 물론이고, 9번으로 시작하는 역사지리책도 자주 보았다. 그나마 보지 않은 책이 6번으로 시작하는 예술 관련 책이었던 것 같다. 5번대의 기술과학책도 거의 보지 못했고. 그래도 4번으로 시작하는 과학교양서도 두루 읽는 편이고, 예술 관련 책은 8번대와 9번대에도 섞여 있다.


지금 빌려 둔 책도 그렇다. 0번대에서 1번대(철학, 심리학), 3번대, 4번대, 5번대(감염병 관련 도서가 5번대인 경우도 있다), 8번대, 9번대까지 모두 다 있다. 가능하면 각 영역의 책을 번갈아서 보려고 한다. 계속 같은 분야의 책만 보면 지루해지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 봤자 하루이틀 건너 뛰는 셈이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집에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은 못 된다. 아니 웬만한 보통 사람과 비교해도 책이 적은 편이다. 한때는 나도 책을 열심히 사 모았다. 그것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보람이고 뿌듯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스무 살 때부터 자취를 했다. 이사할 때마다 가장 많은 짐이 되는 게 책이었다. 대학교 3학년 때였나? 학교 도서관에 신청만 하면 책을 바로 사 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 뒤로는 거의 남의 손을 빌려 책을 샀다. 지금도 그렇다. 일하는 곳에도 책을 사 달라고 하고, 동네 도서관에도 책을 사 달라고 한다. 어차피 나도 그때 한두 번 보고 나서는 보지 않을 책이다. 무슨 만화책을 사 달라고 하거나, 판타지, 무협지를 사 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대체로 아주 그럴듯한 양서만 사 달라고 하는 편이기 때문에 연간 한도를 초과했다거나 깊이 있는 학술서가 아닌 경우에는 거의 사 준다. 작년엔 어떤 학술서를 사 달라고 했는데 그럴듯한 이유를 대어 여러 곳에 신청했지만 결국엔 실패한 경험도 있다. 그 책은 한 권 정도는 사 두어도 괜찮았을텐데.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나 더하면 군대에서 교육받을 때 그 지루한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해 주었던 것도 책이었다. 후반기 교육을 받는데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5주가 지난 뒤부터는 이용할 수 있었는데 많게는 하루에 2권씩도 책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난 교육번호가 거의 뒷번호였던 까닭에 어떤 날엔 아침에 책을 빌려서 수업시간에 몰래 한 권을 읽고, 수업이 끝나면 가서 그 책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빌려 저녁 동안 읽고 그다음 날 아침에 새로운 책으로 바꾸어 빌렸던 게 생각난다. 덕분에 일하시는 분과도 가까워져서 원래는 마지막 한 주 정도는 책을 빌릴 수 없었지만 나는 수료 전날까지도 책을 빌려서 읽었다. 장교로서 교육시간에 충실해야 했다. 실제로 작은 수의 인원이 듣는 수업에서는 충실했고. 물론 대규모 강의에서도 그랬어야 했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그 시간을 몰래하는 독서로 채웠다. 그 시절엔 스마트폰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몰래 책을 보다가 걸려서 한 대 맞은 기억도 난다.




재테크의 귀재인 친구가 있다. 만날 때마다 책을 들고 다니는 내 모습을 보더니 한 번은 "야 책은 뭐하러 읽냐. 이럴 시간에 돈 벌어야지."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 생각을 하면 조금은 기운이 빠진다. 솔직하게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이렇게 많은 분야의 이렇게 다양한 책을 읽고 있지만 이렇게 해서 얻는 게 뭔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똑똑하다'는 평을 얻는 것? 그냥 상식을 다방면으로 충족하는 것? 세상 일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되는 것? 그렇게 해서 물질적으로 내가 얻는 것은 뭔가? 생각해 보면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친구의 그런 지적도 아예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그런 회의에 빠진다. 어렸을 때는 그래도 언젠가는 이런 지식을, 깨우침을 써 먹을 때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기대를 갖기엔 조금 많은 나이 아닌가.


서글프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책을 읽겠다. 물질적인 피드백이 없다면 또 어떤가. 그냥 책을 읽고 있는 시간 자체가 좋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책읽기에 매우 우호적이다. 다른 어떤 여흥보다도 독서에 관대하고 책을 읽으면서 죄책감이 든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나도 그렇다. 영상매체를 보고 있을 때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책을 읽을 때는 나 스스로가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진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책을 읽는다. 또, 책을 펼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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