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더 잘 알아요"

스쳐가는 인연으로 배우는 삶의 태도

by 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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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한 철물점에는 거대한 백구 한 마리가 있다. 맑은 날이면 가게 뒷마당에 우울하게 엎드려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날이 좋아서 혹시나 있을까 하고 간식을 챙겨 나갔더니 역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백구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슬그머니 나에게 다가왔다.


반려견 훈련사를 준비하면서 개라는 동물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다. 백구를 몇 번 만났지만 여전히 나는 백구를 만지기가 조심스럽다. 처음 만난 사람의 몸을 함부로 만지지 않듯이 말을 못 하는 동물들에게도 성격과 감정이 있기에 낯선 사람이 함부로 만지는 것은 부담스러운 행동이다.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낯가림이 심할 수도 있고, 공격성을 보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매일 보는 강아지가 아니라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는 조금 더 친해진 다음 쓰다듬어 보기로 하고 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한 모녀가 백구에게 다가왔다. 안쪽으로 들어가려던 백구가 다시 두 사람의 앞에 왔다. 어머니는 서있었고 딸은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조심스럽게 두 손바닥을 위로하고 백구가 냄새를 맡도록 했다. 강아지에게 낯선 사람이 인사할 때는 손바닥보다 손등이 적합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손등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내 말에 딸은 손등으로 돌려 내밀었고, 공격성을 보이지 않자 백구의 목덜미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런데 딸 옆에 서계신 어머니가 말했다. “얘가 더 잘 알아요~훈련사예요~.” 딸은 머쓱하게 웃으며 아직 훈련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손을 아래로 뻗어 백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백구는 머리를 손을 피하려는 듯 머리를 아래로 내렸다. 강아지가 먼저 머리를 사람 손에 갖다 대지 않는 이상 손을 강아지의 머리 위로 뻗었을 때 머리를 아래로 내린다면 머리를 만지지 말라는 신호다.


보고 있기 불편했지만 백구와 두 사람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 아주머니의 말이 신경 쓰였다. 자신의 딸이 반려견 훈련사라며 나에 대해 알기도 전에 무조건 자기 딸보다 무지 할 것이라고 단정 지은 듯한 그 아주머니의 말이 집에 오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사람이 감히 훈련사인 자신의 딸을 가르치려 드는 것 같았나 보다. 의미 없는 말에 너무 의미부여를 하는 것 같겠지만 마치 ‘당신이 뭘 알아? 우리 딸이 훈련사라서 너보다 더 잘 알아.’와 같은 속마음에서 나온 말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찝찝한 기분은 잠시, 나도 그들에 대해 아는 것 없이 내가 더 잘 알거라 단정 짓고 튀어나온 자만으로 뱉은 참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아주머니의 말처럼 정말로 그분의 딸이 반려견 전문가 일수도 있다.

내가 반려견 훈련 수업을 받고 있고, 관련 지식을 쌓아가고 있지만 충고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상대에 대해 알기 전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먼저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날 굳이 백구를 보러 가지 않았다면, 그 모녀를 그냥 지나쳤더라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타인은 당연히 모를 것이라는 무례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것도 지나칠 뻔했다. 찰나의 인연을 통해 앞으로 살아가며 잊지 말아야 할 배움 앞에 오늘도 잠시 멈춰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