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반려견, 바니

6살 믹스견 입양일지

by 희월

입양을 결심하고 실행으로 옮기기까지 약 6개월이 걸렸다. 경제적, 시간적, 환경적 요인과 불투명한 미래를 놓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인간의 선택으로 인간의 공간에 들어온 동물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그 동물의 습성을 고려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나와 살게 될 반려견이 행복할까?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하며 생길 수 있는 수많은 삶의 변수를 감당하고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는가?


올해 2월, 지인의 반려견 '니니'를 돌보게 된 계기로 개라는 동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니니는 치와와 특성상 원래 예민한 성향이기도 했지만 사회화 시기를 적절히 보내지 못했던 이유에서 만들어진 후천적 문제행동이 더 많았다. 오토바이, 자전거, 어린아이, 다른 동물들에 눈이 뒤집어지게 공격적으로 변했고 그 문제행동을 교정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보호자를 위한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 반려견 훈련사를 꿈꾸게 되었다. 그렇게 약 3개월간 강습을 받고 반려견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 앱과 종합유기견보호센터 홈페이지를 매일 들락거리며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많아 입양 문의가 거의 없는 아이들을 관심목록에 저장해 두었다. 작고 어린 강아지들과 다를 것 없이 노견, 선천적/후천적 장애견도 사람의 온기를 원하지만 마치 하자 있는 상품처럼 취급되어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자연사나 안락사로 사랑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는 게 마음 아팠다. 그 아이들이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을까?


처음 유기견 입양을 생각할 때부터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아이들에게 더 마음이 갔다. 포인핸드에 올라온 유기견들 중 11살의 스피츠 혼종견이 눈에 띄었다. 뒷다리가 불편한 아이였고, 사진에는 눈을 감은 채로 찍힌 모습 한 장뿐이었다. 눈이 아픈 건지 정보도 없었다. 그 아이가 첫눈에 들어와 관심목록에 저장했지만 당장 입양할 상황이 아니었다. 고민하던 며칠 사이 그 아이의 입양 공고는 '종료(안락사)'로 바뀌었다. 살아있으면서 입양을 기다리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을 거라 생각하며 쓰린 마음을 애써 가다듬었다.


몇 주가 흐르고 입양은 잠시 잊고 있다가 다시 입양하고 싶은 아이가 눈에 들어오면 고민하고,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문득 '어떤 변수에도 반려견과 함께할 의지가 있다면 '는 생각이 들었다. 바니의 입양처는 부산 반려동물 복지 문화 센터였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 프로필을 보니 입양 완료된 작고 어린 강아지들 사이에서 바니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프로필을 클릭하니 6살 추정의 믹스견이었다.


전화로 방문 예약을 하고 바니를 만나러 갔던 날, 건물 7층으로 올라갔다. 개는 7층, 고양이는 6층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요란한 짖음이 나를 반겼다. 바니는 크림색 바탕과 옅은 카멜색 무늬에 진돗개의 우아한 꼬리를 닮았고 길쭉한 머즐과 허리는 웰시코기를 닮았다. 센터 직원과 바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6층으로 내려가 입양 신청서를 작성하며 원룸에 사는 1인 가구라고 말했다.


직원은 같은 조건으로 다른 아이를 입양해 간 사람이 집에 도착한 지 3시간 만에 짖음 문제로 민원이 들어와 당일에 파양 됐다는 이야기를 언급하며, 나도 같은 조건이라는 점에서 한 번 더 고민해 보라고 했다. 만약 나에게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해도 다른 보호소로 보내거나 파양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고히 말하며 바니를 끝까지 책임질 거라는 믿음을 주고 싶었다. 가족이 많고 넓은 집에 입양 간 강아지라고 해서 다 행복한 건 아니다. 오히려 돌볼 사람이 많다는 것과 집이 넓다는 게으름으로 강아지의 생활 패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은 원룸에 사는 1인 가구지만 평생 원룸에 살 것도, 1인 가구로 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 모든 계획 속에는 바니가 있다.


6살 정도의 성견을 입양했다고 주변에 알렸을 때의 반응은 다양했다. 좋은 일 한다며 긍정적인 사람, 작고 어린애를 데려오지 왜 나이 많은 개를 골랐냐는 사람, 왜 품종견이 아닌 믹스견을 입양하냐는 사람도 있었다.

품종견이든 믹스견이든, 나이가 적든 많든, 모두 동등하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바니와 함께 한지 9일째. 매일 기본 4번의 산책을 나간다. 유기견 보호소에 언제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복지문화센터로 구조되어 입양직전까지 평생 자율급식으로 먹어온 습관 때문에 밥에 대한 기대감이 적다. 건강한 습관을 다시 만들어주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제한급식으로 바꿔보려 노력 중이다.


다른 개체들과 함께 지내오다 보니 간식을 주면 최선을 다해 담요 속에 숨겨놨다가 먹는다. 입질은 거의 없고, 새로운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지만 짖지는 않는다. 산책 중 다른 개에게 가끔 짖고 달려들려 할 때도 있지만, 무시하고 지나가면 잘 따라온다. 오토바이나 자전거에도 덤덤하게 반응한다. 실외배변을 선호하는 아이인데 매일 산책을 못 나가다 보니 첫날부터 며칠간은 줄 당김이 심했지만 하루하루 개선되어 가는 중이다.


반려견을 키우다 하늘나라로 보낸 사람들이 나에게 강아지를 키우지 말라고 말렸다. 허전한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슬퍼서 힘들기 때문에 키우지 말라는 말은 사람의 입장만 고려한 것 같다. 물론 이해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우리가 함께 살아갈 날동안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만큼 언젠가 다가올 바니와의 이별에도 충분히 슬퍼하고 그 빈자리를 기꺼이 감당하고 싶다.


생명의 소중함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강아지를 키울 예정이라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사람의 온기와 안정적인 사랑을 받는 삶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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