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미워이 May 26. 2024

강팀의 조건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NBA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파이널이 한창이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는 바람에 제삼자 입장으로 플레이오프를 보고 있자니 쫄리는 마음 없이 폭넓게 즐길 수 있어 좋은 것 같으면서도 열심히 응원할 대상이 없어서 그런지 조금 싱거운 음식을 먹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나마 내가 너무도 좋아하지 않는 LA 레이커스와 1라운드를 치른 덴버 너겟츠가 나의 응원을 받았고 그 덕에 2라운드에선 시즌 내내 나로부터 별 관심을 받지 못하던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경기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솔직히 덴버가 1, 2차전을, 그것도 홈에서 허망하게 내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후 내리 3연승을, 그것도 상대가 질려버릴 정도의 경기력으로 다시 찾아왔었기에 지금 현재 달라스 매버릭스와 미네소타의 경기로 컨퍼런스 파이널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6차전에서 미네소타에게 40점 차 패배를 당한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7차전에서는 덴버가 20점 차까지 앞서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불안 불안해 보였는데 결국 역전패하고 앤서니 에드워즈가 덴버 홈관중에게 손을 흔들며 굴욕적인 안녕 인사를 할 때는 평소 내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나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suck이었다.) 나는 실제 주변의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는 달리 농구 선수를 바라볼 때는 호불호가 분명한 편이다. 어린 선수들이 화려한 경기력을 뽐내며 리그의 집중을 받는 것은 언제나 보는 재미를 주는 일이지만 그 선수가 어떤 캐릭터의 소유자이냐에 따라 나의 관심도에도 큰 차이가 있다. 에드워즈의 경우, 이미 개인 능력을 인정받은 선수이긴 하지만 팀을 하이레벨로 이끌 수 있는 진짜 리더이냐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어 왔다. 하지만 피닉스와의 1라운드 활약을 통해 마이클 조던과 비교까지 되면서 그런 의구심을 종식시키는 듯하였고, 덴버와의 2라운드 1, 2차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더욱 입증된 사실이 되어가는 듯하였다. 이후 정신을 바짝 차린 덴버 앞에서 에드워즈는 그야말로 확 찌그러졌는데 이후 6, 7차전을 미네소타가 승리할 때도 그 원동력이 에드워즈에게 있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달라스와의 컨퍼런스 파이널 1, 2차전에서는 그야말로 눈에 잘 안 보이는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고 팀은 접전 끝에 계속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미네소타는 올 시즌 서부 컨퍼런스 3위 팀이다. 2004년에 가넷-카셀-스프리웰이 이끌 당시 이후 처음으로 이번에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라왔는데 그전에는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하거나 1라운드 탈락으로 대부분의 세월을 보냈고 어딘가 모르게 약체팀의 이미지를 잘 벗어던지지 못하는 팀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농담 삼아서, 한 번 가본 적도 없는 주제에, 미네소타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기 쉽다 보니 강팀이 되기 어려운 것 같다는 얘기를 했었다. 칼 앤서니 타운스가 정말 다재다능한 빅맨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그도 미네소타에 강팀 이미지를 입히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는데 에드워즈가 입단하고 능력을 보이며 서서히 팀을 끌어올리다가 올 시즌 비로소 강팀으로 자리매김하였고 플레이오프에서의 모습은 그들이 강팀이라는데 더 이상 이견을 갖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에드워즈는 놀라운 공격력과 그에 못지않은 대인수비능력, 그리고 나이를 개의치 않는 당돌한 리더십으로 오랜 시간 타운스가 가지고 있던 팀 간판의 자리를 무리 없이 가져갔으며 올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선 모두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데에도 성공하며 리그의 간판스타 중 한 명으로 분명하게 인정받은 듯하다. 하지만 조던을 연상케 하는 외모와 화려한 공격력, 당돌한 캐릭터에 시선을 빼앗긴 나머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강팀인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잘못 이해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의 에드워즈에 대한 찬사도 어딘가 좀 설익었다고 느끼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미네소타가 올 시즌 강팀이 된 이유는 에드워즈의 기량이 만개하면서 타운스를 뛰어넘었고 그 타운스 마저도 과거와 달리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르며 빅맨임에도 불구하고 안팎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공격력과 화려한 스킬을 시즌 내내 자랑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원래 응당 그랬어야만 하는 일인데 그동안 그렇지 못했을 뿐이다. 미네소타의 성공의 중심엔 올해도 올해의 수비수로 선정된 루디 고베어, 그리고 생애 최초 올해의 식스맨이 된 나즈 리드가 있다. 에드워즈의 성장도, 타운스의 건강한 시즌도 바로 앞서 언급한 두 명의 빅맨이라는 기초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들이다.


고베어는 지난 시즌 어딘가 모르게 중심을 못 잡고 팀에서 겉도는 모습을 올해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극복하면서 왕년의 위력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덴버와의 2라운드에서 요키치에게 미네소타가 탈탈 털릴 때에도 고베어는 끝까지 요키치를 수비했는데 그야말로 완전히 털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으로 밖으로 요키치를 막아보겠다고 달려드는 한결같은 그의 모습은 멘탈이 털려 굳어버린 에드워즈나 다른 선수들과는 달랐다. 팀은 패배했고 요키치는 외계인 같은 스탯을 뽑았고 그리고 그 상대는 분명 고베어였다. 하지만 요키치가 너~무 잘해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만큼 고베어는 점수차와 상관없이 끈질기게 열심히 수비했고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덴버를 응원하면서도 고베어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돈치치의 마지막 3점 슛의 희생양이 되었다.)


덴버가 1, 2차전을 홈에서 모두 내준 것이 결국 시리즈를 미네소타에게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중심에는 나즈 리드가 있었다. 1차전은 분명 덴버의 페이스였는데 미네소타가 경기 흐름을 내어줄 위기 때마다 리드는 3점을 집어넣고 요키치를 블락하면서 경기를 박빙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그는 올해의 식스맨이다. 컨퍼런스 파이널 2차전에서 달라스는 경기 막판 돈치치의 3점 슛으로 1점 차 승리를 거두었는데, 돈치치가 3점을 넣은 이후 마지막 공격권을 가진 미네소타는 작전타임을 불렀고 이후 슛을 담당한 선수는 에드워즈도 타운스도 아닌 리드였다. 그가 던진 3점 슛이 인 앤 아웃으로 아쉽게 빗나가면서 미네소타의 홈 1, 2차전이 모두 패배로 끝이 났지만, 리드는 2차전에서 그가 던진 9개의 3점 중 7개를 성공시켰고 4쿼터 중요한 순간 팀의 간판인 타운스를 벤치에 앉혀놓고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미네소타는 가장 헌신적이고 위력적인 장신의 올해의 수비선수상 수상자가 팀의 승패와 상관없이 바보 같아 보일만큼 열심히 수비하고 있고 팀의 에이스들이 휴식을 위해 벤치로 들어가면 리그 최고의 후보선수가 교체로 출전한다. 나는 강팀 미네소타의 공로를 에드워즈가 독식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경쟁을 즐긴다는 이유로 버르장머리 없는 이미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에드워즈의 캐릭터도, 그런 모습이 신선하고 멋지다고 열광하는 분위기도 맘에 들지 않았다. 겸손하려는 모습은 고리타분하고 솔직하지 못한 것으로, 배려 없는 솔직함은 당당함으로 인정받는 시대 흐름이 맘에 들지 않았다. 어쨌든 실력이 있으면 그래도 된다고 허용하는 분위기처럼 느껴져서 더 그런 것 같다. 운동선수에게 운동 실력 이상의 것을 바라는 내 기대가 더 폭력적인 것인가? 하지만,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함께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이기에,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을 갖기를 기대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난 실력이 출중한 자들에게 더욱 그러한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왜냐면, 그 실력 때문에 나도 보고 너도 보고 제도 보기 때문이다.


에드워즈가 조금만 더 성숙한 발언과 행동을 하게 되는 때가 온다면 그는 곧 미네소타가 진정한 강팀으로 완성되는 때일 것이다. 사실 에드워즈는 아직도 많이 어리고 앞 날이 창창하기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말을 늘어놓는 나 역시 누군가를 참고 기다려주는 중요한 덕목이 결여된 사람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고린도전서 10:12)



매거진의 이전글 4월은 잔인한 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