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3 NBA WCF Game 4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굳이 밝혀보는데, 나의 초창기 NBA 포스팅 중 <용서>라는 칼럼이 있다. 2009년 Nuggets와 Lakers의 서부 컨퍼런스 결승에서 일어난 죠지 칼 감독과 케년 마틴의 갈등을 보며 작성한 글이었는데, 14년이 지나서 같은 매치업의 서부 컨퍼런스 결승을 보며 아주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Nuggets가 한 경기라도 이겨보겠다고 악착같이 물고 늘어진 Lakers를 정말 실력으로 누르고 창단 이후 최초로 파이널에 진출했다. 애당초 1번시드 Nuggets와 7번시드 Lakers 간에 전력차가 있는 게 당연하다 할 수 있겠지만 모두가 건강한 Lakers는 얘기가 좀 다르다. 2번 시드 Grizzlies와 전년도 챔피언 Warriors를 이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40득점 10리바운드 9어시스트 1턴오버 야투 60%, 3점슛 4개 57%, 자유투 6/7…이번 시즌 Lakers의 마지막 플레이오프 경기가 된 Nuggets와의 서부 결승 4차전, 만 38세 르브론 제임스가 남긴 기록이다.
Lakers에게는 엘리미네이션 게임이었고 원포제션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니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을지는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르브론이 1 쿼터부터 적극적으로 림을 파고드는 걸 볼 때만 해도 저러다가 방전돼서 후반전에 별다른 활약을 못하겠지 생각했는데 그는 무려 47분 56초를 뛰었다. 벼랑 끝에 내몰린 팀과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무기력한 패배가 아닌 끝까지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이 르브론의 팀을 위한 헌신인지, 그가 이것을 해낼 만한 충분한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나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한 팀의 에이스가 위기의 순간에 팀을 승리로 이끄는 장면을 보는 것은 스포츠를 보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이며, 모든 선수가 꿈꾸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만약 오늘 경기에서 Lakers가 승리했다면 르브론의 풀타임 출전 퍼포먼스도 그런 장면의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이러한 주장은 결과론 적인 접근에 불과한 것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Lakers는 패배했다. 제임스가 40점과 다른 기록지를 채우기 위해 머문 48분 동안 Nuggets는 로테이션 수비는 뒷전인 한 명의 상대팀 수비수를 공략할 수 있는 찬스를 가지고 경기할 수 있었다. 홈콜과 절대적인 팬들의 지지 속에서 Lakers는 3쿼터 15점 차의 리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점수를 벌릴 기회마다 성공적인 수비를 펼치지 못하고 끈질긴 추격의 단초를 제공했다.
3-0 리드를 허용하며 어차피 시리즈를 뒤집기는 힘들어 보이는 상황에서 팀, 감독, 동료,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킹’의 칭호를 받는 선수가 생각해 낸 방법이 본인의 48분 풀타임 출전이었다면 그것은 팀 승리를 위한 해법이 아닌 세간에 비칠 자신의 모습을 더 의식한 결정으로 보일 뿐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보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본인은 파이널에 진출하는 것 말고는 별로 재미가 없다고 했다. 애당초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그건 많이 해 본 일이라고 한다. 20년간 뛰면서 킹의 칭호를 얻어내고 대부분의 커리어를 우승권에서 보낸 선수로부터 우리가 더 보고 싶은 모습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만 38세, 아직도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로 경기할 수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투철한 관리가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겠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아주 식상한 표현이지만, 농구는 5명이 뛰는 경기다. 경기장에 모인 수만 관중과 이역만리 떨어져서 경기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농구팬들 앞에서 멋지게 보이고픈 마음이야 이해가 되면서도, 다스릴 백성이 없는 왕은 애당초 그 왕좌의 의미가 없는 것인데 오직 자신만의 영광을 취하는데 정신이 팔려있는 사람이 우리나라 왕은 아니었음 한다. 난 Lakers 팬도 아니고 르브론을 왕으로 모실 일은 더더욱 없지만 사랑하는 농구의 성지, 그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그를 보고 있자니 화나고 짠하고 안타깝고, 그랬다.
Nuggets가 이겨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관식을 준비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