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성적을 높이려면?
국어 교사가 바라보는 국어 시험
전국의 고등학교 국어 교사, 각 대학교의 국어교육과 교수를 위시한 수능 출제 위원, 전국의 국어과 사교육 강사들, 국어교육과 석박사들을 데려다 놓고 수험생과 동일한 조건에서 수능 국어 문제를 풀게 하면 평균 몇 점이나 나올까?
상식적으로라면 만점 가까운 점수가 나와야 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실제 일어날 일이 아니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꽤 충격적인 점수가 나올 것 같다. 나부터서도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보면 체력의 한계에 부딪혀 중반부를 넘어서며 꼭 한번은 기절할 듯한 졸음의 고비를 넘겨야만 한다. 답을 맞춰 볼 때는 틀린 문제를 행여나 누가 볼세라 잘못 표기된 답을 고민하던 흔적처럼 스윽 고쳐 놓기도 한다.
수능 국어 시험은 '국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대학 갈 아이들을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기 위하여 내는 문제에 가깝다. 날이 갈수록 경쟁이 과열되며 문제도 난도를 높여갈 수밖에 없을 터. 지금까지 수능 국어 문제지를 펴놓고 보면 금세 눈치 채겠지만, 지금의 문제들은 이리저리 머리를 써가며 줄세우는 방법을 고민하다 더 이사 방법이 없자 '난도를 조절하는 최후의 수단은 시간 압박이다. 후훗' 하고 의기양양해 하는 것만 같다.
'국어 능력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교육 과정 상의 어려운 내용을 옮기지 않아도, 우리말글을 잘 쓰고 이해하는 능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국어 시험은 그런 능력치를 평가하기 적절한 것일까?
"어떻게 하면 국어 점수를 올릴 수 있어요?"
1. 너무 주관적으로 해석하지 마라.
2. 시간을 정해놓고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해라.
3.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을 알고 그것에 맞춰 글을 읽어라.
4. 세부적인 부분이 이해가 안되더라도 그냥 넘어가라.
1번부터 4번까지. 모두 '국어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틀린 얘기다. 그러나 시험에서는 딱 저만큼의 역량을 요구한다.
단, 국어 시험 점수가 낮다고 국어 능력이 낮은 것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국어 시험을 잘 본 아이들이 국어 능력이 높은 것은 맞다. 기본적인 어휘력과 독해력이 기반이 되어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시간 내에 온갖 장르를 넘나드는 글을 읽으며 문제를 풀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학급 아이들을 상담할 때 국어 학원에 다닌다는 아이들이 있으면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되도록 스스로 해보도록 이야기 하는 까닭이다. 책을 멀리하고 인터넷 매체의 짧은 글의 리듬에만 맞춰져 있는 아이일수록 단기간에 국어 점수를 올리는 길은 요원하다.
몇 년 전 우리 반에, 학교도 잘 안 나오고, 주구장창 책만 읽고, 사색에 잠기고, 글을 쓰는 아이가 있었다. 재학 중 몇 차례 보게 되는 모의고사도 보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반엔 집이 부유하여 한달에 국어 과외비로 몇 백만원을 지출한다는 아이가 있었다.
놀랍게도 수능 때 두 아이의 국어 점수는 같았다.
긴 글을 읽고 깊이 생각하기.
이야 말로 국어 성적도 높일 수 있으면서, 국어 성적 없이도 세상을 잘 살아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