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행복하게 다니기 위한 충분 조건들

by 송송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고 하지만 잠만큼이나 미래의 삶을 정확히 예단할 수 있는 지표가 있을까?


너무 간단하다. 잠을 잘 못 자면 다음날 피곤하고, 잘 자고 난 다음날이면 컨디션이 좋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등교하는 표정을 살피면 어젯밤 언제 잤는지가 대충 그려진다. 밤새 잘 자지 못한 아이들은 멍한 표정이나 짜증이 섞인 얼굴로 학교에서의 하루를 보내다 가고, 잘 자고 온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눈빛부터가 또랑또랑하다. 몇 년 전, 학교를 너무 즐겁게 다니면서도 많은 아이들이 진학하기를 꿈꾸는 대학에 간 졸업생이 학교에 왔길래, 고등학교 때 몇 시간이나 잤냐고 물어보니 무조건 8시간은 잤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야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학교에 머무르는 동안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서 학교 생활에도, 입시에서도 그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급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나오는 날에는 결석이나 조퇴를 하는 학생이 줄어든다. 그냥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급감한다. 맛있는 디저트가 나오는 날에 학급 친구가 조퇴라도 할라 치면, 아이들은 '네 급식 내가 먹을게~!'로 인사를 대신한다. 요괴와치가 유행하던 어느 때엔 수능을 코앞에 둔 고3 아이가 한참동안 급식표 식단을 오리고 접더니 손목에 두른 채매일 한 장씩 넘기면 그날의 급식을 알 수 있는 '급식 와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수업하다 질문을 하면 묵묵부답인 애들이 급식 메뉴를 물어보면 일주일치가 술술 입에서 흘러나오기도 한다. 아이들만 그러겠는가. 우리도 당사자들이겐 일생일대의 행사인 결혼식에 다녀와서도 '그 결혼식 음식 진짜 맛있었어. 맛없었어'로 기억하지 않나.


OECD국가 중 최하위 어쩌고 하지만, 사실 충분히 자고, 잘 먹는다면 아이들은 지금보다 행복지수가 훨씬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이 간단한 충분 조건들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앗아가고 있다.


"저 어제는 일찍 잤어요." 라고 해서 잠이 든 시각을 물어보면 보통 11시, 12시.

8시 10분까지는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하니 나름 이른 시각에 잤다고 해도 충분히 자진 않았을 거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일과를 들어보면 불면증이라기보다 밤낮이 바뀐 경우가 많다. 가뜩이나 해야될 것도 많은데 봐 달라, 들어달라 아이들의 눈과 귀를 밤새도록 자극하는 것들이 너무 가득하다. 사교육이 과열된 어느 동네에서 유명한 수학 학원은 주어진 문제를 다 해결할 때까지 집에 보내지 않아, 아이들의 귀가 시간이 11시가 될 때도 새벽 1시가 될 때도 있다는데, 아동 학대로신고당해야 할 판에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너무 인기가 많아 다니고 싶어해도 마음대로 다닐 수도 없다하니 말 다 했다.


학교에서 끝나자마자 곧장 학원과 도서관으로 향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저녁 식사를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면 편의점 음식으로 대충 때운다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시험 기간이나 수행 평가가 몰리는 시간이 다가오면 그 맛난 급식도 건너 뛰고 책을 붙들고 있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아이들은 잘 시간, 먹을 여유를 반납한 채 오늘도 열심히 '입시'라는 의미없는 레이스를 뛰고 있다.




제발 아이들에게 잠을 자지 않고, 제대로 먹지 않고 뭔가를 해내는 것을 대단한 성취로 얘기하지 말자. 지금 덜 자고 덜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주지 말자. 밥 먹을 시간도 아까워 물에 밥을 말아 마시면서 사시, 행시를 패스했다는 이의 합격기가 아이들 사이에서 성공담처럼 도는 것은 너무 끔찍하다. 남보다 덜 자고 덜 먹어야 앞설 수밖에 없는 경쟁적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이 원해 노력하는 것이라 포장하지도 말자. 그것이야말로 공교육 기관으로서 학교가 사교육 기관과 차별화되어야 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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