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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11. 2020

Command Prompt

옛것의 쓸모 

컴퓨터가 알 수 없는 오류가 생길 때, 사실 내 수준에서 원인을 알 수 있는 오류도 거의 없지만, 가장 믿는 구석은 포털 사이트다. 오류 메시지나 내용을 검색해 넣으면 친절하게 컴퓨터 화면까지 캡처해 설명을 곁들여 놔 원리고 의미고 아무것도 몰라도 그대로 따라만 했던 적이 꽤 많다. 그때 스스로 컴퓨터를 꽤 잘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까만 창. 오늘에서야 그게 Command Prompt라는 것을 알았다. 이게 도대체 뭔가 싶어 살펴 보니, 또 인터넷에 나같은 극초보자들을 위해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여 뭔가를 하는 게 그래픽유저페이스(GUI)이고, 옛날 컴퓨터처럼 명령어를 키보드로 입력해 작업을 수애하는 게 코맨드라인인터페이스(CLI)기반이란다. 대부분은 GUI를 쓰지만, 반복되는 명령 작업에는 CLI가 더 편리할 때가 있어서 윈도우에 명령 프롬프트를 만들어 놨다는 것. 

  그 어느 세계보다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옛날의 것들이 가차없이 버려지는 컴퓨터의 세계 속에서도, 확실한 쓸모가 있으면 살아 남는 것인가 보다. 

 얼마 전 영화 촬영 기사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내가 그쪽 업계에서 어설픈 경력을 쌓다 떠나올 당시만 해도 필름값 따지는 게 영화 예산의 큰 부분이었고, 그때 막 디지털 카메라가 들어오네 어쩌네 하던 무렵이었는데 이제 한국의 모든 영화는 디지털 카메라로 완전히 교체가 이루어졌단다. 그 많던 필름 현상소며, 극장마다 보이지 않는 영화 전문가로 존재하던 영상 기사님은 어떻게 된 거냐 질문하니 죄다 사라졌단다.  디지털 카메라와 대비되는 필름 카메라의 장점과 낭만을 이제 더 이상은 찾을 수 없다며 한참을 푸념하셨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책적인 차원에서 필름 카메라를 쓸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곳들도 많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친정에 갈 때 이용하는 소도시의 기차역은 한옥 지붕의 고풍을 뽐내는 곳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 바로 옆에 역사를 새롭게 지으며 예전 역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용산역을 작게 압축해 놓은 듯한 새로운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아쉽기만하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는 유독, 옛날의 것들에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집들은 몇 십 년이 지날 때마다 재개발을 하네 마네 시끄럽고, 학교나 공공 기관들의 외관은 매끈하기 그지 없다. 

 옛날의 모습들은 쓸모가 없어 버려진 것일까, 쓸모를 채 평가도 받기 전에 스러져 간 것일까. 그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와 가치마저 함께 내다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4차 산업 혁명이란 말이 이슈가 되며 사회의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는 것만이 살 길인 것처럼 이야기되곤 한다. 그러나, 남들 하는 대로,  옛날과 이별하며 꾸역꾸역 변화의 속도에 겨우 발맞춰 가며 사는 것보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도 인정 받을 수 있는 자신만의 '쓸모'를 찾아가는 것이 더 확실한 생존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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