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베트남 소스의 세계
안녕하세요.
'세계 음식'이라는 주제로 인사드리게 된 희우라고 합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첫 글은 제가 '세계 음식'이라는 주제를 왜 선정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이야기들을 드리고 싶은지 간단히 말씀드렸었는데요, 오늘은 본격적으로 제가 준비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세계에는 엄청나게 많은 나라들이 있어요.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나라들과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나라들의 수를 합해보면 200개 이상의 나라들이 존재하고 있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나라들도 있고 이름조차도 낯선 나라들도 있습니다. 나라의 수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고 시작해볼게요!
앞으로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에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리며, 첫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야기해볼 나라는 베트남입니다.
베트남을 첫 이야기로 선정한 이유는
첫 번째, 베트남 음식에 대한 익숙함
두 번째, 친구의 베트남 여행 선물로 받은 식재료들
입니다.
베트남 음식에 익숙해졌다는 근거를 찾던 중 식당의 수가 상징적인 지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지도에서 서울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을 검색해봤는데, 총 401개의 베트남 음식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도 상에 수많은 점들이 베트남 식당인 것도 신기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식, 서울 일식당의 수도 검색해보니 1000개가 조금 넘는 것을 생각해보면 많은 수의 베트남 식당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쌀국수를 정말 좋아해서 친구들이랑 밥을 먹거나 외식을 할 때 베트남 식당을 항상 고려하는데, 베트남 식당이 주위에 있는지 찾아보면 번화가라면 어디든 어렵지 않게 베트남 식당을 찾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음식과 관련한 기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매체를 통해 베트남 음식이 정말 익숙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유명한 '콩'카페가 한국에 오픈하는 등 베트남의 다양한 요소가 한국 식문화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위 기사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보면
... 최근 외식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동남아 음식점은 속속 늘어나고 있다. 14일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중식과 일식을 제외한 기타 외국식 음식점은 지난 6월 말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0.3%가 증가했다. 주로 동남아 음식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기타 음식점이 같은 기간 전년 동월 대비 0.8%가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중략) 2018년 9월 14일 자 기사
이렇게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서도 베트남 음식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에는 동남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가 베트남 이야기를 준비한 두 번째 이유와 관련이 있는데요, 친구가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는데 선물을 사 왔다며 소스 한 병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선물 받은 소스를 어떻게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베트남 소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베트남의 소스에 대해서도 조사해보고 느억맘 소스를 활용한 실험조리까지 해보았습니다.
베트남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기본 쌀국수 외에도 분짜나 반쎄오, 짜조 등도 베트남 전문 음식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요즘 저는 분짜에 빠져있는데요, 분짜는 느억맘 소스를 기본으로 달콤한 맛, 새콤한 맛 등을 첨가한 소스에 쌀국수 면을 찍어먹는 요리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백종원 님이 출연한 세계견문록 아틀라스' 하노이 고유음식 분짜를 아시나요? '입니다.
베트남 현지의 분위기를 알 수 있고, 백종원 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영상을 보는 데 베트남에서 먹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영상입니다! 더운 여름에도 숯불고기를 구우시는 조리사분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고 오늘 날씨가 추워졌음에도 따뜻한 포(Pho)보다 분짜(Bun Cha)가 먹고 싶어 지네요!
제가 소개해드리고 싶은 베트남의 소스는 3가지입니다.
더 많은 소스들도 있고, 응용한 것들도 있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그래도 쉽게 접해볼 수 있는 3가지로 정해보았습니다.
느억 맘은 베트남의 피시소스로 우리나라의 멸치액젓과 비슷한 소스입니다. 작은 생선인 까껌(Ca Com)을 소금과 함께 발효시켜 만드는 소스입니다. 지역에 따라 다른 해산물로 발효시켜서 느억 맘을 만들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까껌을 이용하여 느억 맘을 만듭니다.
까껌(Ca Com)은 옆에 보이는 생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멸치와 비슷한 생김새입니다. 사전에 Ca Com을 검색해보면 멸치라고 나오는 걸 보면 멸치과 생선인 것 같습니다. 까껌은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도 잡히는 생선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멸치액젓도 비슷한 생선으로 액젓을 담그는 것을 보면, 같은 아시아권에 있는 나라와는 비슷한 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느억 맘에 단맛, 새콤한 맛, 매운맛을 추가한 소스를 느억 참(nước chấm)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먹는 분짜 소스, 짜조(베트남식 군만두)/반쎄오(베트남식 군만두)를 찍어먹는 소스가 바로 느억 참입니다. 단맛은 설탕, 새콤한 맛은 라임, 매운맛은 고추와 마늘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베트남에서 먹는 라임은 우리나라에서 접하는 라임의 맛보다는 새콤한 맛이 강하다고 합니다. 깔라만씨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는데, 깔라만씨같은 느낌일까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현지의 맛을 재현하고자 한다면 레몬을 넣는 것이 맛있다고 합니다.
뜨엉 뗀(Tương đen)은 검은 소스라는 의미로, 다른 이름은 해선장입니다.
보통 해선장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 그 소스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베트남 쌀국수 집에 가면 있는 검은색 소스가 바로 이 뜨엉 뗀, 해선장입니다. 또 해선장이라는 소스는 중국 음식에도 많이 이용되고 요즘에는 중국의 소스도 쉽게 접할 수 있기에 그 맛을 상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베트남 요리 중에는 쌀국수를 먹을 때 뜨엉 뗀을 먹으며, 취향에 따라 바로 국물에 넣어먹기도 찍어먹기도 합니다.
해선장은 색을 보면 해산물로 만든 소스 같지만 해산물이 이용되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는 고구마를 이용하여 해선장을 만들었으나, 오늘날 해선장은 물, 설탕, 대두, 식초, 쌀, 소금, 밀가루, 마늘, 고추, 그리고 약간의 식용색소를 이용하여 만든다고 합니다. 대두를 발효시켜 만든다는 점에서 춘장과 유사하지만, 마늘, 식초, 고추가 들어간다는 점이 다르며, 춘장보다는 톡 쏘는 맛이 적다고 합니다. 또한 주로 짠맛과 단맛이 나며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고 합니다.(위키피디아)
맘 넴(Mắm nêm)은 베트남식 새우젓입니다. 새우젓을 발효시켜 만든 소스로 느억 맘보다 그 향이 매우 강렬해서 쉽게 익숙해질 수 없는 소스라고도 합니다. 맘 넴은 소스로 먹을 때 다양한 재료들과 섞어 만들어 먹습니다. 설탕, 파인애플, 다양한 향신료 등과 섞어 만들어 먹는다고 합니다. 엄청나게 삭은 새우젓의 향이 맘 넴과 비슷할까요?
베트남의 소스 3가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익숙한 소스도 있고 낯선 소스도 있었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것 외에도 다양한 소스가 있기 때문에 베트남에 가서 다양한 소스를 먹어보는 날을 꿈꿔봅니다. 진정한 베트남 미식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요!
이제 처음에 이야기했던 선물 받은 소스의 향/맛과 분짜 소스 실험조리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제가 선물 받은 소스는 Cholimex사의 nước mắm ăn liền입니다!
Cholimex사는 베트남에서 소스로 유명한 회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 또한 인기가 많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nước mắm은 느억 맘이고, ăn liền은 '즉석의'라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PREPARED FISH SAUCE입니다~
그래서인지 내용물을 보면 다진 마늘과 다진 칠리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로 느억맘 소스에 양념을 하지 않아도 그대로 먹어도 이미 충분히 맛이 있는 소스입니다.
옆면의 표기사항입니다. 총내용물은 290g이며 날짜가 두 개가 쓰여있는데 17년 08월 30일은 제조 날짜로 추측되고 아래의 18년 08월 30일은 유통기한으로 추측됩니다. 생각보다 짧은 기간이어서 왤까 생각했는데 단순하게 느억맘 소스가 아닌 마늘과 칠리가 들어있어서 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제조회사와 내용물.. 등이 쓰여있는데 다 베트남어라 알 수가 없네요.
Cholimex사의 nước mắm ăn liền 향과 맛은 어떨까요?
향은 다른 느억 맘의 향보다는 연합니다. 우리나라의 액젓과 비교해도 향이 강하다는 느낌은 덜합니다. 베트남에서 만들어진 다른 느억 맘은 향이 코를 찌르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특히 오징어로 발효시킨 느억 맘은 소스의 향이 대단합니다. 확실히 대중적인 느억 맘으로 알려진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맛은 짠맛이 강하긴 하지만 마냥 짠맛은 아니고 감칠맛이 있는 짠맛의 느낌이었습니다. 확실히 발효시킨 소스여서인지 감칠맛 그리고 약간의 달큼함과 짠맛이 함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안에 들어있는 칠리와 마늘도 절어(?) 있는 느낌이 아니고 신선한 느낌이 들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소스로 분짜 소스를 만들어보자! 다짐을 하고 장을 보러 갔으나... 제가 원하는 쌀국수 면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험조리를 해보고 싶어서 당장 구할 수 있는 면 중에 어떤 면을 이용해볼까 고민을 하다 냉면 면으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냉면을 엄청 좋아해서요..!)
그럼 제가 만들어 본 분짜 레시피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냄비에 물(정수된 물) 180mL (종이컵 한 컵), 설탕 45mL (큰 스푼(15mL) 3개)를 넣고 약불에서 설탕이 녹을 때까지 끓여줍니다. 가장자리가 약간 보글보글 할 때 불을 내립니다. 즉 설탕이 녹을 정도로만 끓여주면 괜찮습니다. 너무 팔팔 끓이면 졸아서 달아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설탕이 녹은 냄비의 불을 내리고, 준비된 느억맘 소스 90mL를 넣고, 한국의 까나리액젓 5mL을 넣고 섞어줍니다.
세 번째, 마지막으로 레몬즙 큰 2스푼 10mL를 넣고 섞어줍니다. (레몬이 없으시다면 식초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분짜 소스 완성입니다!
까나리액젓은 반드시 넣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피시소스의 향이 좀 더 났으면 해서 넣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더 새콤하게 드시고 싶으시다면 레몬즙은 기호에 맞게 더 넣어 드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라임즙을 넣어도 향이 더 살아서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소스를 만들어보았는데요,
실험조리 결과는...?
제 입맛에는 달달한 분짜 소스가 되었습니다...
물과 설탕의 비율을 3:1로 해서 만드는 것을 많이 보았지만, 저는 좀 덜 달게 하려고 양을 살짝 줄였는데도 단맛이 강했습니다.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느억맘 소스였다면 이 비율이 괜찮을 것 같은데 부재료가 들어간 소스라서 단 맛이 조금 더 났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분짜를 먹을 때는 이번 실험조리를 기초로 약간의 개선을 하면 더 맛있는 분짜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설탕 한 스푼만 빼면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다음에는 꼭 쌀국수 면을 담가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냉면 면에 찍어먹는 것도 충분히 맛있었고 감칠맛도 있었지만, 분짜 소스에는 역시 쌀국수가 맛있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여보면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느억 맘이나 한국의 액젓으로도 충분히 분짜 소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넣은 느억 맘 소스의 양만큼 대체하면 됩니다. 그리고 다진 마늘과 다진 고추를 넣어주시면 완성입니다. 대신 우리나라의 액젓보다는 베트남의 느억 맘으로 만드는 것이 더 현지(?)의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요즘에는 마트에서도 피시소스를 파니 그것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고 하네요.
오늘은 베트남 소스라는 주제로 이야기해보았는데요, 첫 이야기가 흥미로우셨을지 궁금합니다.
베트남 소스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이해하셨다면 좋을 것 같고, 실험 조리 이야기도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저는 너무나 감사할 것 같아요:)
다음에도 재미있고 유용한 세계 음식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Headline Photo by Hien Nguye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