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주식 증여하여 투자하는 법

by 메추리

자녀에게 주식 증여하여 투자하는 법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게 되면 주식을 사줘야겠다고 결심하고 실행을 옮긴지도 13년이 지났다. 2007년 3월 첫째가 태어났고 난 현금 15.5백만원을 증여해서 첫째 딸 명의로 하나투어 주식을 사줬다. 2년이 지난 2009년 4월 둘째가 태어났다. 리먼브라더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는 첫째 딸도 비켜가지 않았다. 첫째 딸의 하나투어 주식은 2009년 반토막이 나버렸다. 그런 어려운 시장상황 속에서도 난 내 결심을 다시 실행으로 옮겨 둘째 딸에게는 내가 보유하고 있던 LG 주식(7백만원 상당)을 증여했다.


무려 6년이 지난 2013년 경기가 회복되었을 무렵에서야 첫째 딸의 주식은 원금을 회복했고 둘째 딸의 주식은 60% 정도 평가익이 발생했다. 경기 저점에서 태어난 둘째가 투자 수익률로 보면 빈티지(Vintage)가 좋았다.


그러는 사이 난 집도 옮기고 회사도 설립하고 애들 교육비 등 이래저래 돈이 들어갈 곳이 계속 생겨났다. 꼭 집 옮길 때면 1-2천만원 정도가 비고 애들 주식을 팔면 쉽게 메꿔질 것 같아 팔고 싶은 유혹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이건 애들 돈이지 내 돈이 아니다’라고 몇 번을 되뇌었는지 모른다. ㅠ.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애들도 커가고 유치원을 지나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2016년 애들이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되었을 시점까지 보유종목은 하나투어, LG에서 CJ E&M, 네이버 등으로 바뀌었다. 중간 정산이 필요해 보여 2016년 9월 애들이 보유하고 있던 네이버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첫째 딸은 15.5백만원 최초 증여금액이 20.2백만원으로 4.7백만원이 증가되었고 수익률은 IRR 3.03%(1.3x), 둘째 딸은 7백만원 최초 증여금액이 15.0백만원으로 8백만원 증가에 수익률 IRR 10.55%(2.1x)를 기록했다. 두 딸 합계 22.5백만원 투자에 35.2백만원 회수로 평균 회수기간 7년에 IRR 5.4% 달성한 것이다.


IRR 5.4%는 투자 업계에서는 그리 높게 보이지 않는 수익률일 수는 있지만, 2015년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 1% 대에 머물고 있는 시대의 투자 수익률로는 꽤 괜찮은 편이라고 자부해 보기도 한다.


매각된 자금은 2016년 12월 네이버가 168,200원 하던 시절 다시 전량 재매수했다. 그렇게 첫째 딸은 120주(22백만원), 둘째 딸은 90주(15.1백만원) 네이버 주식을 보유하게 되었다.


매년 3월이면 네이버 배당통지서가 집으로 날아온다. 어느 해부터인가 애들이 이게 뭐냐고 묻는다. 난 그럴 때마다 “너가 검색할 때 쓰는 네이버 알지, 너네가 거기 주인이라는 표시야. 그리고 주인으로 있으면 매년 돈도 줘”라고 설명해 주곤 했다.


올해 2020년 첫째가 중학생이 되었고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다. 애들은 여전히 주식과 주주의 개념을 명확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자신들이 네이버의 주주이기 때문에 더 애정을 가지고 네이버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에 돈까지 생긴다니 좋아라 할 뿐이다.


첫째에게 증여한지도 13년이 지났다. 둘째도 11년이 지났고. 증여세 면세 기간인 10년이 훌쩍 지난 거다. 현재는 미성년자의 경우 10년간 20백만원 이하에선 증여세가 면제된다. 다시 증여를 해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 오늘 네이버 주가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김에 매각을 가정하고 수익률을 다시 계산해 보았다.


첫째 딸은 자산이 26.2백만원으로 증가되어 있었고 둘째 딸은 19.4백만원으로 증가되어 있었다. 첫째 딸은 단순 수익률 69%, IRR 4.37%를 보이고 있고, 둘째 딸은 단순 수익률 177%, IRR 9.88% 보여 준다. 두 딸 통합 45.6백만원으로 최초 원금 22.5백만원 대비 103% 증가했다. 따블이다. ㅎㅎ 통합 IRR도 6.1%로 4년 전의 5.4%에서 개선되었다. 기분좋다.


입버릇처럼 애들 고등학교 졸업하면 집에서 내쫓을 거다 라고 얘기해 왔는데 2천만원 가지고 과연 나가라고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살짝 올라왔다. 요즘 1년 치 등록금이 천만원은 들던데. 음, 잠시 고민하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증여하기로 했다. 이미 10년도 지났는데 뭐. 그리고, 이번 기회에 둘 사이의 격차도 줄여야 후환이 없을 것 같았다. ㅎㅎ


그래서, 첫째에게 삼성전자 주식 120주, 둘째에게 240주 증여해서 각각 자산이 3천만원이 넘게 맞춰주었다. 첫째가 네이버 비중이 좀 더 많고 둘째가 삼성전자 비중이 좀 더 많은데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ㅎㅎ


하여튼, 지금 3천만원이 애들 대학 갈 때쯤이면 얼마나 올라 있을까? 5천만원만 되어 있어도 떳떳하게 큰 소리로 내보낼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말하면서. “너네 대학도 갔으니 이제 독립해라” 그리고 주식계좌를 쿨하게 던져줄 거다. ㅎㅎ


벤처캐피탈의 자녀 금융교육법 - 1(https://platum.kr/archives/11185)


2020.05.06. 오후 9:59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