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5
아침 7시에 눈이 떠지다. 라면을 끓여 밥도 말아먹고 브롬튼 자전거를 가지고 주차장으로 간다. 오늘은 자전거로 올레길 워밍업 할 거다.
애월 해안도로를 탄다. 고내리, 이호테우 해변, 곽지해변, 아름다운 현무암, 그리고 협재해변. 날이 뜨겁고 눈도 부신다. 선글라스를 안 쓸 수 없는 강렬한 태양! 다만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이 아쉽다.
걷다. 협재해변과 마을 골목길 따라서. 한참을 가니 작은 '강식당'이 나온다. 월요일 12:20인데 대기줄이다. 메뉴는 고기국수와 함박 스테이크 단 두 개. 가격도 12,000과 16,000원이다. 고기국수 치고 비싸다.
다시 걷다. 부둣가 옆 2층에 '털보 협재밀(meal)'이 보인다. 순살통갈치김밥이 유명한 곳. 위치도 파란 바다와 비양도가 눈앞에 똬악! 난 순살갈치김밥과 전복김밥 반반으로 시켰다. 제주 에일과 같이 먹으니 꿀맛.
다시 신창풍차해안에서 자전거를 꺼내 타다. 하늘은 흐려졌고 바람은 엄청 분다. 그러니 여기 풍력발전기가 많은 거겠지. 춥다. 밀물 썰물을 이용하여 돌 둑을 쌓아 물고기를 가두는 원담(독살)이 보인다. 이제는 그 위로 관광객이 다닌다.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모슬포항으로 간다.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딱히 목적지 없이 느릿느릿 해안도로를 타고 가니 자연이 좀 더 보인다. 차가 아니라 천천히 걸으면 좀 더 자연을 느낄 수 있겠지. 그래 이번 주는 책도 읽지 않고 쓰지도 않고 그저 제주를 즐길 거다.
모슬포항은 큰 항구였다. 가파도와 마라도 가는 배가 운항한단다. 예전엔 목포와 오사카 배편도 있었다던데. 그럴 때면 크게 장도 섰다던데.
제주 오면 항상 찾는 방주교회로 향한다. 이타미 준이 설계한 너무나 아름다운 방주교회에 홀로 오니 저 멀리 바다와 산방산이 눈에 보인다. 바다 위 언덕, 그리고 물 위에 떠 있는 방주, 방주에 용케 타서 살아 있음을, 그리고 여기로 다시 오게 만들어 주심을 감사하며 기도했다.
예전에 방주교회를 찾았을 때 쓴 시가 생각난다. 여기 오면, 특히 홀로 오면 더 그런 느낌이 든다.
고독 2
바다가 아니라
잔디 위에 외롭게 떠 있는 배
그 배 안에서
조용히 기도한다
파도에 출렁거리지도 않고
바람을 맞으며 나아가는 것도 아닌데
가슴속에서 용 솟는
무언가에
나도 모르게 격동 친다
고독은 홀로 떨어져 외롭고 쓸쓸함을 뜻하지만
내 마음의 고독은 이렇다
움직이고 솟구친다
그러니 홀로 있어도 외로울 틈이 없다
집으로 갈 시간이다. 공항 앞 연동.
저녁은 집 근처 돼지국밥으로 해결했다. '국수 몰고랑'이란 곳인데 제대로 토렴한 국밥이다. 맛집 하나 추가다. 담엔 여기서 머릿고기를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