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여, 좀 더 모험(Venture)을 즐겨라
4차 산업혁명을 대하는 VC의 자세
제4차 산업혁명. 이 용어는2016년초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글로벌 아젠다로 ‘제4차 산업혁명’을 내걸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제1차에서 제3차 산업혁명까지는 비교적 쉽게 심정적 동의가 되지만 4차 산업혁명은 그 의미가 잘 와 닿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제1차 산업혁명은 1784년 증기기관 발명으로 기계를 활용한 생산시대가 열렸고, 제2차 산업혁명은 1870년 컨베이어 벨트가 발명이 되면서 전기동력을 활용한 대량생산시대가 열렸다. 제3차 산업혁명은 1969년 디지털식 전자제어장치(PLC,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의 발명을 기점으로 인터넷과 정보기술(IT)에 의한 디지털 혁명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 4차 산업혁명은 ‘Cyber-PhysicalSystem’를 모토로 내세우지만, 그 내용과 분기점이 되는 시기가 불분명하다고 느끼기에 잘 와 닿지 않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 보자. 이번 혁명은 사이버 공간과 실제 공간과의 통합을 기반으로 한다. 2016 다보스 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로 인공지능(AI), 메카트로닉스,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나노 기술, 바이오 기술, 신소재 기술, 에너지 저장기술, 퀀텀컴퓨팅 등을 지목했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기가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단말, 빅데이터, 딥러닝,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등 응용기술이 더해진다. 이처럼 기반기술과 응용기술이 적절하게 활용되어 실질(Physical) 세계, 사이버 세계, 바이오 세계가 융합된 모습을 4차 산업혁명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분기점이 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기존의 산업혁명은 변곡점이 되는 시기와 획기적인 발명품이 있었다. 그것이 증기동력이고 전기동력이고 디지털식 전자제어장치였다. 그런데,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만 하더라도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 있던 존 매카시 교수가 처음 AI(Artificial Intelligence) 용어를 사용한 이래 60년의 시간이 흘렀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익숙하기 때문에 과연 그것이 획기적인 발명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과거 1차 ~ 3차 산업혁명 또한 오랜 시간을 가지고 이루어졌음을 상기한다면 의문은 풀린다.
그렇다면 왜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주요 아젠다로 삼고 여러 기술 중 인공지능을 그 핵심으로 지목했을까?
첫째, 디지털 정보 양의 급격한 증대로 인해서 그것의 지능적인 처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Company)의 ‘디지털 세계화: 글로벌 흐름의세계화 시대’를 참고하면 전통적 의미의 세계 교역(상품, 서비스, 자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추세이나 전세계 국가간 디지털 정보의 유출입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교역량(유출입) 기준으로 볼 때 21세기의경제는 이미 데이터 유출입의 경제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사용자는 16억명으로 이미 중국 인구를 넘어섰고, 2014년의 데이터 유출입양은 2005년 대비 45배 증가했다. 지금 우리는 ICT, IoT 기술 발전과 함께 디지털 데이터 증가량이 폭발하며 해당 데이터에 대한 지능적인 처리가 요구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둘째, 그것은 2016년을 그 동안 축적되어온 인공지능 기술이 폭발하는 원년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2006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가 공개한 ‘인간의 뇌와 유사한 신경망 네트워크(Neural Network) 구조로 이루어진 딥러닝 알고리즘’ 으로 인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리고 2012년 이미지 인식 경진대회인 ‘이미지넷(IMAGENET)에서 딥러닝을 활용한 컴퓨터가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았으며 2016년 3월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이세돌을 바둑대결에서 이기면서, 인공지능의 발전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딥러닝이 인공지능의 발전에 있어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일조를 했다면, 하드웨어 관점에서 고성능 서버 및 GPU 성능의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계산량은 CPU만으로는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크다. 병렬컴퓨팅에 유리한 GPU를 사용하여 딥러닝에서 요구되는 엄청난 규모의 연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공지능은 변곡점을 돌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새로운 산업을 맞이하기 위해서 산업의 초기에 자본을 투자하는벤처캐피탈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CB Insight를 참고하면 미국의 경우 2011년 67건에 머문 인공지능 관련 벤처투자가 2015년에는 397건으로 6배가까이 증가하였고, 투자단계로 보더라도 2012년에는 투자건수의 85%가 Seed, Series A에 집중되었던 것이 2015년에는 그 비중이 69%로 축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투자금액 기준으로는 좀 더 그 변화를 명확히 볼 수 있는데, 2012년 기준 초기단계(Seed, Series A) 투자비중은 93%에서 2015년엔 그 비중이 33%로 축소되었다. 즉, 미국시장에서 1억달러 이상의 메가 딜들이 Series C를 주도하고 있고, 인공지능영역의 투자는 이미 성숙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투자영역도 초기 음성/영상 인식 관련 영역에서 금융서비스, B2B 서비스, 커머스, 의료영상진단 등 확대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현실은 인공지능 관련 회사를 손으로 꼽기에도 부끄러울 정도이며, 스타트업을 이야기하기 전에 전문인력도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인공지능관련 투자는 뷰노, 루닛 등 일부 영상진단 관련 회사에만 국한되고 있고 그 투자영역도 다양하지 않은것이 현실이다. 이 시점에서 벤처캐피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벤처 캐피탈(Venture Capital)은 모험 자본이다. ‘Venture’는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수반되며, ‘Capital’은 안정성을 추구한다. 그렇지만 항상 ‘Capital’ 보다는‘Venture’가 앞선다. 즉, 금융의 안정성 추구보다는 좀 더 미래에 도전하고 모험을 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항상 새로운 산업은 그것을 미리 알아본 벤처캐피탈과 함께 성장해 왔다. 검색서비스 구글의 성장은 그 서비스의 가치를 알아보고 과감한 투자를 한 클라이너퍼킨스(KPCB), 세콰이어캐피탈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성장은 초기에 그 가능성을 알아보고 과감히 투자한 액셀파트너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 인공지능 산업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하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산업이 주류 아이템이 되어서 증권회사, 은행 등이 투자를 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 벤처캐피탈은 일반 금융회사들이 투자하기 전에 모험을 즐겨야 하며 그러기 위해 벤처캐피탈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한다.
우리나라는 원천기술의 개발 없이도 ICT 산업에서 빠른 상용화에 큰성과를 거둬왔다. CDMA 기술이 그러했고 온라인/모바일게임이 그러했다. 향후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되는 인공지능 영역도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핵심 알고리즘이나 하드웨어 기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빠른 적응력으로 각 산업 영역에서 신속하게 응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간다면 결코 인공지능 시장에서도 세계 흐름에서 뒤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벤처캐피탈이여 좀 더 모험(Venture)을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