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을 읽고

약자가 쓴 강자의 정치학

by 메추리

군주론을 읽고

김상근 교수님이 쓰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 - 마키아벨리’를 읽은 지 3년이 지났다. 그러다 최근 김교수님의 인문학 강의를 다시 듣게 되었고 그의 추천으로 약자의 시각에서 약자를 위해 산 마키아벨리가 재기를 노리며 메디치 가문에 헌사한 ‘군주론’을 접하게 된 것이다.

“메디치 전하께서 가끔씩이나마 그 높으신 곳으로부터 이 비천한 곳으로 눈길을 돌리신다면, 거기에서 제가 운명의 여신으로부터 얼마나 공 없이 가혹하고도 끈질기게 괴로움을 겪고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메디치 전하께 드리는 헌사 - 니콜로 마키아벨리 상서 중에서)

군주론. 무릇 군주는 이래야 된다 라는 것을 저 멀리 그리스, 페르시아, 로마 그리고 가까이는 르네상스 당시 여러 군주들로부터 예를 가지고 와서 쉽게 설명해 준다. 지금으로부터 500년도 더 된 책이 마치 바로 내 앞에서 리더는 이래야 된다고 생생하게 알려주는 느낌이다.

“아킬레우스와 그 밖의 많은 고대의 군주들은 반인반마의 케이론에게 보내져서 양육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반인반마의 괴물에게 양육되었다고 하는 사실은 군주야말로 이 두 존재의 성격을 모두 부릴 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책 읽은 후 느낌은 ‘무.섭.다.’ 라는 거다. 너무나 직설적인 언어로 권력의 정수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알려줘도 되나 라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래서인지 나도 예전 군주들처럼 다른 이들은 이 책을 읽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은 몇 명만 모여도 정치가 생긴다. 정치라는 것은 지배와 피지배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뜻한다. 그게 절대 왕에 의한 왕정이든 시민의 힘으로부터 나온 공화정이든 권력은 평등하지 않고 차등하다. 그런 권력의 본성, 더 나아가 인간의 본성과 투쟁에 관한 숨겨진 진리를 드러낸 책이라고나 할까.

“국권을 잡은 사람은 그가 행하지 않을 수 없는 모든 악행을 심사숙고해야 하며, 악행을 행해야 될 경우에는 한 번에 몰아서 해야 할 것입니다.”

권모술수의 대가, 이중 플레이, 냉혈한 등의 용어로 마키아벨리가 오도되어온 느낌이다. 그는 본성을 리얼하게 알려줄 뿐이지 결코 권모술수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것 보다는 군주는 때론 냉정해야 한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두껍지 않은 책이다. 불과 200페이지도 되지 않는. 그렇지만 읽기가 그리 쉽지 만은 않다. 그 이유는 마키아벨리 자체가 고대 그리스, 로마에 대한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그것을 각 경우에 맞게 자유자재로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리스, 로마에 대한 조금의 이해와 마키아벨리의 일생,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애정이 가미되면 이 책은 다르게 다가온다.

모른다. 첫 느낌이 ‘무섭다’ 였는데 두번째 읽으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메디치 가문에 다시 중용되지 못하고 쓸쓸한 노년을 보내는 마키아벨리. 그렇지만 그는 더이상 외롭지 않았다. 그는 저녁마다 고전의 숲에 푹 빠졌고 그의 책 속에 나왔던 수 많은 그리스, 로마 시대 성현들과 정원을 거닐고 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부럽다. 나도 말년은 그렇게 보내고 싶다.


2017.05.15. 오후 11:28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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