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큰 구멍이 있었다
天有大洞
(하늘에 큰 구멍이 있었다)
하늘이 검게 물들더니만
허연 구멍 하나 크게 생겼다
그 구멍을 통해 먹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세상은 점점 검게 물들고
순백을 찾아볼 수 없게 될 무렵
구멍은 닫히고
땅에서는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암흑은 빛과 더불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는 거라지만
빛이 하나도 없는 것 또한
암흑이 아닐진데
내 마음의 암흑은
검다는 것 조차 인식할 수 없는
無 그 자체는 아닐런지
다시 하늘이 열려
거대한 빛을 비출 수 있다면
난
검은 피부를 문지르면서도
행복할 수 있으리라
2017.06.01. 오전 10:40 갑자기 소나기가 오길래 예전 쓴 시가 생각나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