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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국 Jan 08. 2023

when we were young

찬란한 시절에 대한 상념

Adele의 'When We Were Young'이 차를

타고 가던 도중 흘러나왔다.

노래를 듣던 아내는 Adele이 이 노래를 부를 당시의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 노래를 설득력 있게 불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내가 젊을 적에...'로 시작하는 문장을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나이는 30대까지라고

그 이후가 되면 현재의 나이가 나의 가장 젊은 시절이라는 것을 의식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서글픈 대답을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Adele은 1988년 출생이고 이 노래가 실린 앨범은 2016년에 발매되었으니

실제 Adele은 이 노래를 27세가량에 부른 게 된다.(연령계산이 영 자신이 없다.)

 Adele은 이 곡을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와 함께 작곡하고 혼자서 작사했다.

이 노래를 자신이 작곡한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Adele은 이 노래를 주인공이 50살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파티에서 모여보니 그 세월 동안 만들어진 저마다의 사연과 관계에 상관없이

마냥 찬란하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거 같이 함께 행복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래를 막상 들으면 유쾌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의 느낌보다는

그 어린 시절의 찬란함을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서러움과 먹먹함을 Adele의 묵직한 목소리와 함께 실감하게 된다.


가사의 일부분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Can I have a moment before i go? Cause I've been by myself all night long

 Hopping you're someone i used to know, you lool like a movie, you sound like a song,

My God, this reminds me of when we were young. Let me Photograph you in this light. in case it is the last time.'


'내가 떠나기 전에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어? 난 이 밤 내내 홀로 있었기에, 내가 알았던

너였기를 바라면서, 넌 영화와 같고, 넌 노래와 같아.

정말, 우리가 어렸을 때를 생각나게 해.

이 빛에서 네 사진을 찍을 게.

혹시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아주 그냥 화려하고 맨날 터져대던 그 시절


20대 후반의 Adele이 보기에는 50 무렵은 인생의 황혼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들이 모여 찬란한 날을 노래하는 느낌이라니.

나에게 있어서 그 나이는 1월의 어느 날에 언젠가 다가올 11월에 대한 염려처럼 당장은 아니지만 그리 멀지 않은 어떤 시기이다. 삶을 마무리하고 과거를 추억하기에는 해결되지 않고 감당해야 할 나날들의 무게가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난 지금이 한창이야라고 세상에 외치기에는 내면의 쑥스러움과 외부의 동정을 감당하기 힘든 연령대다.


노래의 가사처럼 과거 동경했던

그녀 혹은 그를 만나 눈부셔하기에는

어쩔 수 없이 주목하게 되는 상대방의 주름에

새겨져 있는 세월의 서글픔을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설레기에는 세상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버린

나이이기도 하고...


난 장례식장에서 어린 시절,

정말 어린 시절의 첫사랑을 만난 적이 있다.

심지어 그 장례식장은 그녀 아버지의 장례식장이었다.

(거길 내가 왜 가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다.

딱히 드라마틱한 서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

오랜만에 그녀를 보게 된다는 생각에 어찌

설레지 않았을까?

물론 그건 중년의 속된 설렘이라기보다는 Adele 노래의 가사 같은 아름다웠던 시절의 재림, 혹은 그 시절에 페어링 되어 있는 감정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첫사랑은 추억 속에 간직해야 된다는 건 꽤 높은 확률로 상당한 경우에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와 대면하는 순간 다소 들떠 있던

나의 감정은 충분히 진정되었고

오로지 고인을 추모하는 데 열중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이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마냥 반짝이는 마음으로 가벼운 스텝을 밟으며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시기는

그렇게 쉽게 허락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Adele은 오히려 지금이 젊어 보이는 듯

'when we were young'에 대한 상념들의

연쇄적인 정렬 속에서

아내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Adele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노래에 녹여낸 가사와 그녀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울림이

노래의 설득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영어를 못해서

 그저 그 노래가 설득력 있게 들린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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