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한쪽
조금은 외진 곳에 컨테이너 사무실이 있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느낌을 들고
비가 오면 양철 두드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아주 작고 열악한 공간이다.
그 사무실은
일등 비서를 자처하는 딸과 함께 쓴다.
정리정돈에 소질도 없고 마음도 없는 딸은
협소한 사무실을 발 디딜 틈 없이 만들어 놓는다
서류는 쌓이고 컵은 제자리를 잃고
의자는 늘 비스듬하다.
하지만 그 틈에서도 일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그래서 나는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견줄 새도 없이
없어서는 안 되는 직원이라 결론을 내린다.
그런 딸이 일만큼이나 열심히 하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사무실 주변을 맴도는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일이다.
근처에 문화유적지가 있고, 유명한 음식점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길고양이들과 돌보는 이들도 많다.
눈에 띄는 아이들에겐 누군가 이름을 붙여주고
밥을 챙겨준다.
우리 사무실 근처에 오는 고양이들도
하나둘 이름을 얻고 사료와 츄르를 얻는다.
지난겨울, 유난히 춥던 날이었다.
까미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새끼 다섯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딸과 나는 서둘러 새끼용 사료를 사고
고양이 밀크를 샀다.
한 마리는 눈에 눈곱이 심해
항생제를 처방받아 조심조심 눈을 닦아주었다.
추울까 봐 햇볕이 잘 드는 양지에
작은 집도 마련해 주었다.
그렇게 겨울을 넘겼다.
어느 정도 자랐는데도
어미는 아이들을 살뜰히 품고 다녔다.
그러다 날이 따뜻해진 어느 날,
어미만 남아 있었다.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다.
물어볼 수도 없고 알 길도 없어
마음은 괜히 허전했다.
그러다 가을쯤, 새끼로 보이는 고양이들이
사무실 주위를 맴돌았다.
이름을 불러보니 알아듣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괜히 가슴이 반가워졌다.
길고양이를 진심으로 돌보는 분들은
중성화를 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기회를 몇 번 엿보았지만 도무지 잡히지가 않아
결국 포기했다.
그래서 지금은 추운 겨울만이라도
밥을 굶지 않게 하자는 마음으로
물과 사료를 부지런히 챙긴다.
그 일 또한 딸 직원의 몫이다.
딸이 아니었다면 부당 업무에 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자 웃음이 난다.
길고양이들은 어느 정도 크면 제 살 길을 찾아 떠난다.
그게 자연의 이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 딸도 언젠가는 시집을 가서
내 품을 벗어나겠지.
그날을 오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래오래 내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두 가지 욕심이 아이러니하게 공존한다.
컨테이너 사무실 한쪽에서
일을 하고, 고양이를 돌보고,
서로의 하루를 보내내는 시간.
이 작고 어수선한 공간은 나에게
일터이자 마음의 쉼터다.
그리고 오늘도 딸은 일등 비서이자
길고양이 담당 직원으로 자기 자리를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