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쪽에서 또다시 큰 소리가 났다.
지난번 이벤트 때 나눠드렸던
일만 원 할인 쿠폰을 내미는 손님의 손짓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용 기한이 두 달쯤 지난 쿠폰이었다.
직원은 차분하게 사용이 어렵다고 안내했다.
그 말이 끝나자 손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몹시 화가 난 손님은 쿠폰을 잘게 찢어 카운터 위에 뿌렸다.
직원들도, 지켜보던 다른 손님들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나설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상황을 빨리 정리해야 할 것 같아
조심스레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 말로 상황이 마무리되길 바랐지만, 손님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입을 열었고,
그 뒤로 이어진 말들은 나의 인내심을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배가 부른 모양이네요. 이런 걸로 사람을 사기 치다니."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그렇게 말씀하시지 말아 달라고, 차갑게 내뱉고 말았다.
매장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는 기한을 정해 수시로 바뀐다.
고객 유치를 위해 준비한 이벤트에 즐거워하는
고객들을 볼 때면, 우리는 또 다음 이벤트를 고민한다.
그런 마음을 몰라준다는 서운함까지 겹쳐
내 목소리도 내려올 줄 몰랐다.
손님은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돌아갔다.
나 역시 더 붉어진 얼굴을
다른 손님들이 볼까 봐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내 다음 고객을 안내해야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 웃음을 지으며, 평소보다 더 친절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때 한 손님이 말했다.
"사장님, 사리 나오겠어요.”
그 한마디에 참아왔던 긴장이 풀리듯
진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객님, 따뜻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괜찮습니다.”
한두 번 겪은 일도 아니라며,
괜히 덧붙이지 않아도 될 말까지 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늘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고 조심해도,
예상치 못한 일들은 종종 찾아온다.
그럴 때면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하지만 이런 날보다 즐거운 날이 훨씬 많다.
마치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낸 것처럼
찾아 주시는 고객들을 맞이할 때면
이 일 아니면 이런 즐거움을 어디서 찾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이 일을 즐긴다.
반가운 단골손님들의 예약을 확인하며,
오늘은 또 무엇을 내어드릴지 조용히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