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by woo

A형 독감이 유행이라고 한다.

다른 건 유행을 따라가고 싶어도 따라가지도 못하는 내가 이런 건 잘도 따라간다.


매일 아침 조회 마무리는 항상 컨디션 조절 잘해서 건강에 유의하란 말로 마무리한다.

작 내 컨디션 조절 실패로 앓아누웠다.


알은 숯불에 데인 듯 뜨겁고,

뼈마디마디는 가위질을 해대는 것처럼 아프다.

새 내릴 줄 모르는 열로 긴긴밤을 보냈다.

미련이 몸에 배어 진작에 병원을 다녀왔으면 될 것을

견디다 못해 항바이러스제까지 처방받는 상태가 되었다.


​몸이 아프니 마음도 따라 아팠다.

가 없으면 매장이 안 돌아갈 리 없건만, 마음은 매장에 가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떨어지니 서로 지친다.

습관이 무섭다더니 매시간 시계를 쳐다보며

마음은 일을 찾아가고 있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참에 좀 쉬어 보자 마음을 달랜다.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지만

고열로 이미 무거워진 머리는 생각을 허락하지 않는다.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안다고

놀아 보지 못한 나는 뜻하지 않은 여유를 즐길 줄 모른다.


​누워서 바라본 천장은 원래 하얗고 말간 색이었을 텐데 세월이 섞어 누리끼리한 색이 되었다.

다시 칠을 해야 하나 도배를 해야 하나 고민을 추가한다.

어제 내린 눈이 쌓인 창문 밖 나뭇가지는

이달 말에 가지치기를 해야 할까 다음 달 초에 해야 할까

고민을 또 하나 추가한다.


눈에 밟히는 것마다 해야 할 일만 생기는 것 같아 돌아누우니

침대커버는 언제 갈았나 잠시 생각해 본다.

누가 지나가는지 소리만 들으면 맹견일 것 같은 강아지들은 목욕시킬 때가 된 것 같다.


​며칠 전 아파서 결근한 직원이 있었다.

얼마나 아프면 결근했을까 헤아리기 전

인력 배치에 차질이 생길까 그날의 예약부터 살펴보았다.

비정한 주인이 따로 없다.


감이 아니더라도 힘들고 고된 일이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 살기 위해서 먹는 것도 어려울 만큼 아픈 날도 있다.

가 아파봐야 남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슬쩍 부끄러워진다.

일은 미안한 마음을 담아 뜨끈한 국물에 닭이라도 한 마리씩 고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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