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며느리

by woo

나의 며느리는

요즘 세상에서 보기 드물게 시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자식을 결혼시켜 한집에서 산다는 일은 백 번을 생각해도 쉬운 선택이 아니다.


리 역시 오랜 시간을 두고 고민했고, 그 결정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마 아들과 며느리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는 ‘딸 같은 며느리’라는 말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딸이 될 수 있다면 굳이 그런 말이 필요할까 싶어서다.

리 집에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딸도 함께 산다.

그래서 딸과 며느리를 나란히 바라보는 날이면,

차이가 묘하게 느껴져 혼자 실없는 웃음이 새어 나오곤 한다.


​며느리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

태어난 지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손자가

밤마다 몇 번씩 잠에서 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이를 내려놓자마자용히 밥상을 차린다.

국을 데우고, 반찬을 꺼내고,

마치 어제와 다르지 않은 아침인 양 서두르지 않는다.


​딸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 방 하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혹여

손님이라도 올까 싶으면 제일 먼저 방문부터 닫는다.

늦게 일어나 말로만 진수성찬을 차리며

"오늘은 내가 할게” 하고 웃어넘긴다.


며느리는 하루 종일 동동거린다.

식구들이 출근하고 나면 밥상을 치우고,

문을 열어 밤새 청량해진 공기를 새로 들인다.

마리 강아지들을 위해 고기를 삶아 사료와 섞여 정성스럽게 밥을 먹인다.

손자를 안고 문화센터에 다녀와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에도 들른다.

하루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쉼 없이 흘러간다.


​딸도 하루 종일 바쁘다.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친구들을 만나느라

시간이 모자라다며 투덜대지만,

그 말과 달리 부지런히 움직인다.

느지막이 들어오는 양손에는

식구들이 좋아하는 간식이 한가득 들려 있다.

"이거 먹어봐” 하고 식탁 위에 내려놓은 뒤

제 방으로 쏙 들어간다.


​그 바쁨의 결이 달라서

며느리는 안쓰럽고, 딸은 얄밉지만 밉지 않다.

며느리와 딸은 몇 달 차이밖에 나지 않는 한 살 터울이다.

똑같이 귀한 딸로 태어나

각자의 부모 품에서 애지중지 자랐을 것이다.

도 언젠가는 며느리가 되겠지.


​부모의 마음속에서 자식은 언제나 애잔하다.

그렇게 자란 귀한 딸과 귀한 아들은

자기들이 좋아서 맺은 결혼이라는 형식 속에서

가끔 사소한 말로, 작은 일로 투닥거린다.


나는 그 이유를 굳이 캐묻지 않는다.

대개는 말의 순서가 어긋났거나

서로의 하루가 너무 고단했기 때문이리라.


그럴 때면

괜히 며느리의 마음부터 살핀다.

시금치의 '시’ 자도 싫다는데

시집살이까지 하며

남편마저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마나 서운할까 싶어서다.


​어젯밤의 다툼이 아직 남아 있는지

며느리는 말수가 적다.

이를 안은 손끝이 괜히 바빠 보이고,

웃음은 일부러 만든 듯 금세 흩어져 버린다.

나는 며느리 보란 듯 아들의 등짝을 치지만

힘이 실리지 않은 손은 오히려 머쓱해질 뿐이다.


로 다른 마음의 언어를 쓰는 두 사람이 만나

로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본래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자식을 낳고 긴 세월을 함께 살았어도

남편과 여전히 투닥거린다.


​친정 부모 같은 시부모가 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너를 딸 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존중받는 며느리인 그대로 천히, 오래 생각해 보려 한다.

살다 보면 다툰 다음 날의 소소한 웃음도

금씩 쌓이게 마련이니까.


​바람은 여전히 매섭지만

살은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다.

래서 이 계절이 꼭 싫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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