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회식은 늘 즐거운 자리이지만,
그 즐거움 뒤에 따라오는 준비와 뒷정리를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밤 10시에 끝나는 영업장의 특성상
밖으로 나가기엔 어정쩡한 시간이다.
매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자니
숯 올리고, 고기 손질하고, 다 먹고 치우는 일까지
생각만 해도 즐겁지만
직원들에게는 또 하나의 시간 외 업무가 되어 버린다.
직원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면서
즐거운 회식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출장뷔페라도 불러볼까 싶어 알아보니
세팅에만 서너 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그냥 내가 준비하는 게 낫겠어
정성 들여 밥 한 끼 차려 주는 것이 그리 힘들까 싶었다.
직접 차려주는 것만큼 내 마음을 담을 수 있겠지.
그렇게 일찍 깨어 장 보러 나섰다.
70여 명.
적지 않은 숫자에 큰 숨을 들이쉬었다.
족발, 바비큐보쌈, 닭강정, 순대, 비빔 쫄면,
국물떡볶이, 꼬치어묵, 쥐포 구이, 마른안주,
샤인 머스캣에 지금 가장 맛있는 제철 귤까지.
부족할까 봐, 혹시라도 누가 더 먹고 싶은데 못 먹을까 봐
장바구니에 담는 손이 저절로 커졌다.
계산대 직원의 난처한 표정을 뒤로한 채 쇼핑카트 두 대를 가득 채웠다.
차에 실어 나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오늘만큼은 이상하게 힘들지 않았지만
실어도 실어도 끝이 없었다.
맛있는 한 끼를 준비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 무게를 견뎠다.
영업을 평소보다 조금 일찍 마감하고
새벽부터 출근한 주방 직원들부터
회식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차가운 물속에 손을 담그고,
뜨거운 불 앞에서 일한 손으로
조심스레 젓가락을 드는 모습들을 보면서
맛있다는 짧은 한마디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고 고맙던지
나는 구석에서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뷔페라서 더 좋다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음식을 앞에 두고 서로 챙겨주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건네는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한 마디
그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
그 말들이 무겁고 고된 하루를
서서히 녹여주었다.
사실 나는 자주 이런 대접을 해주지 못한다.
현실 속에서 마음이 먼저 줄어들 때도 많았다.
그래서 미안했던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초라한 식사를 성대한 만찬처럼 먹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수저를 들 수 없었다.
마음을 몰라줄 때도 있다.
때로는 억울하고, 속상하고,
직원들 때문에 울컥했던 날도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버티고,
이 사람들이 있어서 내 일이 빛나고,
이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또 하루를 살아낸다.
외식업이 고되고 험하다지만
오늘만큼은 이 일이 천직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