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침이 찾아온 것도 아닌데 오늘 아침은 어제와 다르다.
며칠 몸살을 앓은 탓에 모래주머니 같았던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밤사이 아무 일도 없었건만 내 몸은 기운을 충전했다.
여느 아침처럼 찬물에 세수를 할 수 있었고,
아끼는 미백크림을 콩알만큼 덜어내어 더욱 정성 들여 펴 발랐다.
유난히 하얘진 얼굴이 아파서인지,
큰맘 먹고 산 미백크림 덕인지 알 수 없지만 상관없다.
얼굴도 조금 작아진 것 같은 기분에
아프기 전보다 오히려 상쾌한 얼굴로 출근 준비를 했다.
겨우 이틀 쉬었을 뿐인데
마치 두 달 만에 나가는 사람처럼 해야 할 일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 시간은
서운함과 안도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삼일 쌓인 빨래가 한가득이다.
개지 않은 빨래도 방바닥에 그대로 누워 있다.
밤사이 충전된 팔로 착착 개어 서랍에 넣었다.
남편이 사다 놓은 난 화분도 오랜만에 흠뻑 물을 먹었다.
향이 없어 늘 서운했는데,
계절에 상관없이 만개한 난 꽃이 오늘따라 유난히 대견하다.
요즘 유행하는 최애 간식이라며
아이들이 밤늦게 만들어 놓은 두바이 쫀득 쿠키를 하나 집어먹었다.
낯선 이름의 간식이 냉장고를 꽉 채우고 있다.
당분간 매일 식탁에 오를 것 같이 괜히 걱정이 앞선다.
바지에 주름을 세우고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첫 출근하는 신입사원처럼 옷을 고른다.
‘대표님 유니폼 아니냐’고 했던 그 옷을
마치 오늘 처음 입는 옷처럼 신중하게 꺼낸다.
오늘은 조금 더 반갑게 인사해야지, 새삼 다짐한다.
아프지 말라는 잔소리도 시작하겠지.
우리 나이엔 아프면 늙는 거라며
며칠 만에 얼마나 폭삭 늙었는지 나를 보라고 농을 칠 것이다.
아침 조회에서 꼭 해야 할 말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다가
혼자서 웃음이 났다.
오늘 아침은 무슨 일을 해도 웃음이 난다.
독감 후유증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