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by woo

어제부터 직원들을 위한 법정의무교육을 준비했다.

식품위생교육, 산업안전보건교육, 개인정보보호 교육까지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자료는 쌓이고, 마음은 먼저 바빠졌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전 직원이 모이는 일은 늘 쉽지 않다.

퇴근 시간은 제각각이고, 각자의 하루는 분주하게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달 진행하는 월례조회를 겸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하던 일을 멈추고 하나둘 홀로 올라오는 직원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중에 교대로 쉬다 보니 며칠씩 얼굴을 보지 못했던 직원들끼리

호들갑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70여 명의 직원들이 다 모이기도 전에 교육을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전달해야 할 내용은 많아 마음이 바빠졌다.

말은 점점 빨라졌으며 호흡은 거칠어졌다.

입은 어제부터 준비한 교육자료를 읽어 내려갔지만

은 직원들의 얼굴을 따라가고,

머릿속은 다음 시간 다음 일정으로 분주했다.


​이 시간이 끝나면 더 바삐 움직여야 할 직원들의 하루를 알기에

이 시간을 떼어 놓는 일이 나에게도 쉽지 않았다.

말이 마음을 앞서고 눈은 직원들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전달하고 싶은 것이 많은 손은 허공을 휘젓고, 얼굴은 점점 붉어졌다.


이미 여러 번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일 텐데도

직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진지한 얼굴이 보름달마냥 눈 안으로 들어온다.


​문득 나는 그동안 이들의 말에 이렇게까지 귀를 기울여 왔던가 하는 생각로 얼굴은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아마도 직원들은 내가 열정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열정 속에는 조급함과 미안함이 섞여 바짝 마른입은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교육 시작 전 타다 놓은 커피는 차갑게 식어 유난히 쓴맛이 마른 입을 적신다.

거울을 보니 꺾인 셔츠 칼라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시작 전에 미처 점검하지 못한 칠칠맞음을 속으로 자책하며

서둘러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직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가득 차 있던 공간에는 직원들의 온기와 숨 가쁨이 가라앉고 풀어진 긴장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비워진 자리를 둘러보았다.

원들을 교육한 그 시간은 나에게도 소중한 교육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멈춰 귀 기울여 준다는 것.

리고 그 멈춤 위에 무엇을 올려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책임.

그 무게가 오늘따라 유난히 나의 마음에 얹힌다.


​꺾인 카라를 바로 세우고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지며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늘 그들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듯,

내일은 내가 그들의 말에 깊이 귀 기울이는 대표로 다가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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