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식의 미학

by woo

새로운 찬을 구성할 때 기준은 단 하나다.

고객들이 좋아할지, 좋아하지 않을지를 먼저 고민한다.

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다음 질문들이 따라온다.

만들기는 어렵지 않은지,

방 직원 누구라도 일정한 맛을 유지할 수 있을지,

대량으로 조리해 보관했을 때의 변질은 없을지 점검한다.

료 수급은 안정적인지,입가는 외부 요인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지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 모든 과정의 검증이 끝나고 나서야 찬의 구성 여부가 결정된다.

그래서 찬 하나하나에 애착이 간다.

버릴 찬이 없다.


​우리 식당에는 숙련된 솜씨로 고기를 구워내는 서버가 있고,

상을 치우는 퇴식 직원도 있다.

상을 치우는 속도가 늦어 테이블 회전이 더뎌질 때면

나는 퇴식 직원이 된다.

​옷소매에 음식이 닿을까 팔을 걷어붙이고 상을 치우지만

앞섶은 언제나 음식물에 닿아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먼저 남은 음식물을 잔반통이라는 곳에 모으고,

같은 종류의 그릇끼리 차곡차곡 포갠다.

직원들의 "잘하신다"라는 칭찬이 쏟아지면

그 말에 힘을 얻어 손이 더 빨라진다.

팔은 점점 아파 오르고, 두 손이 지저분해질 즈음

자연스레 남은 찬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음식이 유난히 많이 남는지 굳이 눈여겨보지 않아도 알게 된다.

상하게도 남은 음식이 모두 같아 보일 때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먹다 남긴 음식이라도 맛을 본다.

당의 음식은 주인의 양보할 수 없는 고집이다.

잔반통은 손님들이 남기고 간 말 없는 가르침이다.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치울 때면 안도감이 먼저 찾아온다.

식당의 주인 이어서일까.

말끔히 씻어낸 그릇을 바라보며 다음에는 무엇을 담을지

고민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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