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시작하기 한 달 전부터 지독한 몸살로 앓아누웠다.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고
잘 될까, 잘돼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한데 뭉쳐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았다.
밥을 먹어도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입에 넣는 기분이라 깨작거리다
그대로 치워버리기 일쑤였다.
모든 장사가 그렇겠지만
음식점은 영업 전에 해야 할 일이 유난히 많다.
각종 인허가 신청, 직원 채용, 매장 인테리어 마무리까지
어찌어찌 끝이 나면 이번엔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일주일 전부터 김치를 담그고, 피클을 절이고,
숙성이 필요한 재료들을 손질해 둔다.
손님을 맞이하기 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하루는 몇 번이고 시작된다.
오픈 날 아침, 청심환을 먹고
웃는 얼굴이 기이해 보이는 돼지머리 앞에 섰다.
밥을 벌어먹고 사는 동안 제발 나 좀 도와달라고
기도 아닌 협박을 했다.
협박이 통했던 걸까.
오픈 후 단골 고객들이 늘어가고 대기가 시작되었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더니
그때의 절박함과 달리 지금의 나는
이 일 속에서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모든 것을 지켜달라
대상 없는 기도를 한다.
첫 손님을 맞이하며 이런 다짐을 했었다.
손님은 한 끼를 구하러 내 품으로 들어온 식구다.
밥 한 끼에 불과하지만
몸과 마음에 평안을 가득 담아드리자고.
지금도 그 마음으로 변함없이 손님을 맞이하지만
진심이 닳아 버린 날이면 나도 사람인지라
이렇게까지 해서 먹고살아야 하나
감정이 깊어질 때도 있다.
매장이 들고나가는 손님들로 붐비던 날이었다.
아이가 지나가던 손님 발에 밟혔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 앞에서
젊은 엄마는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밟고 지나간 손님을 찾아오라고 했다.
찾을 수 없음을 알고 있는 내 눈은 허공을 향했다.
다행히 아이는 금세 울음을 그쳤다.
술기운이 검붉게 올라온 중년 남자가
카운터에서 화를 내고 있었다.
같이 온 여자가 삼십만 원쯤 포장을 해
먼저 택시를 타고 떠난 뒤였다.
남자는 계산을 할 수 없다며 경찰을 부르라고 했다.
짐작 가는 상황이지만,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생생한 욕을 모두 들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웃어서 또 욕을 먹었다.
몸이 불편한 손님들을 위해 휠체어를 준비해 두었다.
그리 젊어 보이지 않는 여자가
고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문 앞에 있던 나에게
어르신을 태우고 좌석까지 밀고 가라고 했다.
그 여자의 손엔 나도 알만한 상표의 앙증맞은 가방이 들려 있었다.
식사를 마친 뒤 주차장까지 따라와 휠체어를 가져가라 한다.
그래, 자주만 와주신다면야....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간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묻게 되는 날도 잦아진다.
답을 찾을 수 없는 날이면 잠 못 드는 밤도 많아진다.
이 일이 나를 먼저 버리기 전에 내가 이 일을 놓지 않기를
협박 아닌 간절한 기도를 위해
돼지머리를 사야 할까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