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by woo

매장과 집을 오가는 일이 전부인 양 살아왔다.

하고 싶은 일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일이 밥장사와 식구를 챙기는 일 이외에는

다른 일들을 돌아볼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나이를 먹으니 세상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내향적인 성격 탓에 세상 밖으로 비치는 모습들만으로도 때로 버거웠다


​같은 일을 하는 대표들의 모임이 있다.

여자들끼리만 모여 가칭 여대모라는 모임을 비정기적으로 갖는다.

먹고살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 속에서 울고 웃는 일들이 남의 일 같지 않기에

어쩌다 만나도 할 이야기들이 산처럼 쌓인다.


​사는 곳에서 목적지까지 내비를 설정해 보니 1시간 40분 거리였다.

거리 운전에 커피는 내게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다.

다른 날보다 정성 들여 커피를 내리고 보온병에 담았다.

출발하기 전 주유량을 체크하고, 요 근래 애창곡인 '여러분'이라는 노래의 볼륨을 높이고 출발했다.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게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가 내가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부산까지 가더라도 신이 날 것 같은 마음과 다르게 눈물이 났다.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가 노래를 삼켰다.

언제부터인가 감정의 변화가 양은 냄비 안 죽 끓듯 끓었다가 차갑게 식기를 반복한다.

갱년기라는 세월의 흔적이 남기고 간 상처 때문인가 보다.


​반가운 얼굴들, 정성 들여 차려 놓은 음식,

무슨 이야기를 꺼내도 끄덕끄덕이며 마음으로 들어주는 위로의 시간이었다.

그녀들에게선 우습지 않은 이야기도 웃을 수 있게 만드는 따듯한 재주가 있었다

이야기는 해도해도 끝나지 않았고 이대로 밤을 지새워도 모자랄 판이었다.


​아쉬움을 남긴 채 다음을 약속하며 돌아오는 길은

차창 밖으로 따듯한 불빛들이 차가운 공기를 데워주고 있었다.

차 안 가득 울려 퍼지는 여러분은 눈물 대신 손으로 운전대에 박자를 맞춘다.


​"나는 너의 영원한 형제야

나는 너의 친구야

나는 너의 영원한 노래여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너의 기쁨이야"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고, 즐거울 일도 많다는 생각에

이 밤은 더 이상 캄캄하지 않다.

여러분이 있어 다시 세상이라는 무대 속으로 나갈 다짐을 하며

천천히 시동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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