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그것도 회사 안에서.
클라이언트가 회사를 방문하면 먼저 공장 투어를 진행한다.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함께 회사 내 공장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공장에 들어가기 전 안전 수칙 등을 알려주고, 함께 안전 장비를 착용한다. 공장에 들어가서는 안전선을 따라 곳곳을 다니며 제품 제조 과정을 소개한다. 앞의 두 문장에 ‘안전’이라는 단어가 세 번 등장할 정도로, 공장에서의 안전은 그만큼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공장 안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것도 근무하시던 분의 머리가 기계에 끼어 사망에 이른 사고가.
사고 당일 회사는 조용히 뒤집혔다. 공장에서 근무하시던 분들과 (회사 내 크고 작은 소문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던) 내가 속한 PM부 선배 몇몇이 주변 동료들에게 소문을 퍼뜨렸고, 그걸 들은 동료들은 동요했다. 윗선에서는 쉬쉬하며 사고 수습을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다음 날 공식적으로는 업무가 중지됐고, 고용노동부에서는 회사를 방문했다. 당연히 주변 회사들에도 금세 알려졌고, 언론에도 보도됐다.
몇 년이 지났지만, 이 사고는 여전히 나에게 충격적이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공장 투어를 진행하며 항상 들른 곳이었다. 또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클라이언트에 회사를 소개할 때마다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언급한 것 중 하나가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안전’이었다. 당시 평일과 주말, 낮과 밤 회사에서 거의 살다시피 일하던 때라 회사 내 사망 사고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건 회사 동료들의 태도였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시던 분이 돌아가셨다. 그것도 우리가 근무하고 있던 시간, 회사 안에서. 함께 공장에서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선배들은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분이라고 들었다. 그런데도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안전사고’가 아니라 ‘자살’이 아니겠냐며 수군대거나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추측을 퍼뜨렸다. 옆에서 반박하며 말려도 소용없었다.
동시에 비공식적으로 나의 업무는 계속되었다. 당장 다음날로 예정되어 있던 일본 요코하마 출장도 그래도 진행되었다. 출장을 다녀오니 회사 안팎으로 상황이 많이 진정되어 있었다. 비슷한 시기 주변 회사 근로자 한 분이 회사 건물에서 자살하였고, 그 일로 우리 회사 사고에 주목되던 관심이 분산되었다고 했다.
이 모든 일이 일주일 사이 벌어졌다. 사태가 수습될 무렵 윗분들은 내게 예고했다. 곧 더 큰일이 닥칠 거니 슬슬 대비하라고. 동시에 나의 번아웃도 슬며시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