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쓰기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게 가장 어렵다. 특히 나에대해 소개를 해야하는 자리이거나 써야할 때. 나를 소개해야할 일이 있어, 어떻게 할까 하다 그냥 내 고민거리를 그대로 녹여내 보기로 했다. 누군가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라는 사람은 얼마나 브랜딩이 되어있는지를 고민해봤다. 몇날며칠을 고민해봤지만 여전히 답은 못 찾았다. 그런데 한 가지, 요즘 조금 바쁘게 움직이니 다시 살아난 느낌이다.
오빠가 본인 회사를 꾸리면서 일이 많아졌나 보다. 잠시 사무실에 가야 한다며 우리 집에 지우를 맡겼다. 심지어 엄마는 이모들과 여행을 간 상태. 아빠와 나, 이렇게 육아 초보자 둘이 고수도 잘 못 다룬다는 지우를 급 맡게 되었다.
역시 귀엽다. 이젠 말도 잘 알아듣는데. 어째 본인이 듣고 싶은 말만 걸러 듣는 것 같다.
저번에 볼 때만 해도 무슨 말을 걸으면 이해는 하되 모든 걸 다 안다는 표정은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대답도 잘 하고 의사표현도 확실하다. 물론 부정적인 거절 표현이 더 많아졌다. 무튼간에 정말 아이들은 뒤돌아보면 커 있다는 말이 새삼 와 닿았다.
자기 전 졸리거나, 자고 일어나서 지우는 칭얼거린다. 그 칭얼거림이 단순 울음을 떠나 기침 가래가 나올 정도로 그 정도가 심한데, 더욱 짠한 모습은 계속 엄마, 아빠를 찾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하비, 고모가 어르고 달래주어도 엄마, 아빠만 찾는다. 그런 모습을 보고 속상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나 나는 두려움의 감정이 먼저 찾아왔다. 만일 내가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다면 저런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그 상황이 아득했다. 아이는 나와 내 남편을 언제나 찾을 테고 난 그 아이를 보호해야 하고. 명확하지도 않은 미래의 것들이 벌써부터 무서워 그저 한숨이 나왔다. 재에게 으 나는 애는 못 낳겠다며 한숨을 툭 던져버리고 말았다.